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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계춘할망′ 김고은, 예쁜 것은 내 취향이 아냐 [꼴Q열전] 조회수 : 19302

예쁜 것은 내 취향이 아냐

김고은


숏컷으로 자른 머리 덕에 얼굴은 더 작아보였다. 배시시 웃을 때는 장난꾸러기 소년의 얼굴이 겹쳐보였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별명이 ‘개털’인 홍설 역을 맡으며 진짜 머리가 개털이 되었다며 어깨를 으쓱 거리는 그녀는 싹둑 잘라버린 머리에 미련이 없는 듯 보였다.


“저는 일을 시작하고 나서 작품 때문이 아니면 머리에 손을 댄 적이 없어요. 가끔 파마를 한적도 있지만 한 번 하면 2년동안 그대로 둬요. 파마를 할 때도 ‘머리 감고 나서 탈탈 털고 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주문하죠. 그런데 ‘치인트’를 하며 두 달에 한 번씩 염색이랑 파마를 하다 보니 머릿결이 엉망이 돼버렸어요. 그래서 잘라버렸죠, 뭐.” 



예쁜 것은 내 취향이 아냐 


스물여섯, 한창 자신을 꾸미는 것에 빠져있을 나이지만 그녀는 꽤 소탈한 편이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비싼 옷을 사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내추럴한 것, 그리고 그 안에서 멋을 추구하는 것이 나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자신의 기준에 고가라고 느껴지는 브랜드가 있다면 가장 베이식한 것으로 구입하고 옷을 고를 땐 ‘60세가 되어서도 입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그녀의 이런 성격은 필모그래피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2012년 영화 <은교>로 데뷔한 후 스타덤에 오른 김고은은 차기작으로 영화 <몬스터>를 선택했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동생을 잃고 미쳐버린 복순 역을 맡으며 복수를 위해 달리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결코 ‘예쁘다’라고는 볼 수 없는 역할이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버려진 아이, <협녀, 칼의 기억>에서는 무사, <치인트>에서는 평범한 여대생을 연기했다. 


다른 신인배우들은 오디션으로 역할을 따내야해 원치 않는 역할이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가 있지만 김고은은 조금 달랐다. 데뷔작인 은교를 통해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른만큼 시나리오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가졌고, 충분히 예쁘고 청순한 여주인공을 맡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여배우들과는 다른 색깔의 작품을 선택했고, 자신의 결정에 대해 확고했다.  


“<은교>가 끝난 뒤, 독립영화 한두 편을 찍어보며 경험을 쌓고 싶다는 나름의 플랜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이 없어져버렸죠. 1년 반 동안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대학 생활에 집중했어요. 그러면서 ‘<은교>를 통해 많은 칭찬을 받았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칭찬을 받으려고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있을 때까지는 나를 내던져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신인배우 딱지 뗀 영화 <계춘할망>, 할머니 얘기라 더 애틋해


김고은 스스로가 신인 딱지를 뗀 첫 작품이라 말하는 영화 <계춘할망>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계춘할망>은 12년 만에 다시 만난 할머니와 손녀의 따뜻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기적적으로 손녀를 찾아 행복에 젖은 제주 해녀 ‘계춘’은 배우 윤여정이 맡았다. 김고은은 그녀의 손녀 ‘혜지’로 분했다. 그녀는 “내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린 적은 처음”이라며 “영화를 보며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대학 입학 때부터니 벌써 6년째다. 집이 지방에 있어 대학생활을 위해 서울의 할머니 댁에서 지내게 됐다. 매일 얼굴 보며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할머니는 엄마만큼이나 애틋한 존재가 되었다.  


“중국에서 10년 동안 살았는데 1년에 한 번 한국에 들어와 할머니 댁에 갔어요. 그럼 할머니가 자장면을 시켜주시고 롯데월드도 데려가주셨죠. 항상 그날을 얼마나 기다렸나 몰라요. 하지만 함께 살다보니 좀 무뎌졌죠. 영화 속에서 혜지는 할머니의 관심을 부담스럽게 느껴요. 저도 그런 부분에서 감정이입이 좀 되더라고요. 제가 예대를 다니다보니 연습이 늦게 끝날 때가 많았는데, 할머니는 항상 안주무시고 기다리셨어요. 그런 관심이 가끔 귀찮게 느껴지기도 해 ‘할머니가 그러면 마음이 쓰여서 어떻게 학교생활에 집중 하겠냐’며 짜증을 내기도 했어요. 지금도 ‘할머니, 사랑해요’라며 낯간지러운 애정표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 멋진 분이라고 늘 생각해요.” 


△영화 <계춘할망> 스틸컷


스킨스쿠버에 빠진 인어 김고은 “팔라우에서 만타 가오리 볼 수 있을까요?”


<계춘할망>의 배경은 제주다. 김고은은 촬영을 위해 꼬박 2달을 제주에서 지냈다.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생각됐는데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딱 2주만 좋았다”고 말했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섬마을에서 두 달을 버티려니 몸이 근질근질했던 것이다. 다른 배우들이 서울과 제주를 오갈 때마다 “서울은 어떠냐”며 오매불망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꼼짝없이 두 달은 갇혀있어야 하는 몸. 그녀는 결국 마음을 내려놓고 제주 생활에 적응했다. 


“비가 오는 날은 촬영을 안했거든요. 아침에 눈을 떴는데 빗소리가 들리면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거예요. 촬영이 취소된 날에는 매일 맛집을 찾아다녔어요. 흑돼지, 물회, 돔베고기, 우럭튀김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맛있더라고요!” 


영화 속 ‘혜지’는 미술에 관심 있는 아이라 그림을 그리는 장면도 제법 많이 등장했다. 실제 그림 실력을 묻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소질이 없다”고 말했다. “연필을 들고 원하는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컨트롤이 안된다”라며 “그래도 촬영 기간 내내 연습해 이제는 사각형에 명암 넣는 것까지는 할 수 있게 됐다”고 아이처럼 들떠 말했다. 


대신 스킨스쿠버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얼마 전 배우 김동욱과 열애설 헤프닝이 일어난 발단이기도 하다.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어 물 공포증이 있어요. 수영장 근처에도 안 가죠. 그런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김동욱, 신하균, 김유리 등)이 스킨스쿠버에 관심이 많아요. 항상 이야기를 들었는데 영화에 스킨스쿠버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들어가는 것까지는 제가 직접 촬영했는데 좀 관심이 생겨 슈트도 사고 장비도 사기 시작했어요. 용기 내 도전해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스킨스쿠버에 푹 빠진 그녀는 요즘 바닷속을 헤엄칠 생각에 들떠있다. 영화 <계춘할망> 이후 정해진 차기작이 없어 당분간은 오랜만의 휴식을 마음껏 즐길 생각. 


“데뷔 후 차기작이 정해진 상태에서 휴식기를 가진 적은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쉬는 건 처음이에요. 이상하기도 하고 신이 나기도 해요. 다음 달에 스킨스쿠버를 하러 또 여행을 갈 거예요. 남태평양의 팔라우에 가면 만타가오리를 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휴가철이라 사람이 많을텐데 갈 수 있을까요? 팀 사람들과 상의해봐야겠어요.”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