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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Q열전] 패션계 김정은이 될 거야! ‘페일 터콰이즈’ 박린준 디자이너 [공모전 멘토칼럼] 조회수 : 11524

[꼴Q열전] 


패션계 김정은이 될 거야!  

‘페일 터콰이즈’ 박린준 디자이너 


오묘한 에메랄드빛의 배경과 마네킹. 가시만 남은 앙상한 생선의 잔해가 그려진 티셔츠. 인어공주인 듯 은갈치인 듯 나풀거리는 치맛자락. 거북이 등짝 같은 에코백. 개성이 심각해 보일 정도로 뚜렷한 '페일 터콰이즈'는 박린준 디자이너가 2년 전 론칭한 브랜드다. ‘에코 럭셔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는데, 그 내막이 궁금하다.



패션 좀 아는 사람이라면 2013년 SNS를 주름잡았던 ‘페북 스타’ 박린준(25)을 기억하지 않을까. 제주도 패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다양한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인 그는 팔로워 1만 5천명의 지지를 받는 인기 스타였다. 지금이야 팔로워 1만 5천이 흔한 숫자가 됐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팬덤이었다.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어요. 제주도는 굉장히 보수적인 곳이에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겉멋 들었구나’라고 생각하죠. 그런 지방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패션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사실 다른 꿍꿍이도 있었죠.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생각이요. 커뮤니티를 만들면 인기가 많아지고 인프라도 조성되고, 디자이너가 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예상은 적중했습니다.(웃음)” 


제주도 초록 괴물,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다 

제주 섬소년 박린준 디자이너는 어릴 적부터 개성이 참 강한 아이였다. 초록색을 집착적으로 좋아해, 중학교 때는 머리도 초록색으로 염색하고 초록색 가방에 초록색 신발만 신고 다닐 정도였다. 이 정도도 이미 과한데, 눈두덩에 초록 섀도를 칠하고 초록색 서클렌즈를 끼고 다녔으니 슈렉 엉덩이쯤은 가뿐하게 걷어찰 만한 ‘초록 괴물’의 강림이었다. 


심각한 개성을 자랑하는 그가 초록색만큼 좋아한 게 있었으니 바로 ‘염색’. 그는 중학교 때부터 제주도 감물 염색이나 쪽빛 염색을 배우고, 프린트나 전사 염색도 공부했다. ‘패션 디자이너’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저는 텍스타일(천을 짜고 엮고 염색하거나 수를 놓는 것)에 재능이 있는 편인 것 같아요. 사실 봉제나 패턴은 완전 엉망이거든요. 그림도 정말 못 그려요. 입시 미술 학원을 다녔을 때는 원장님이 부모님을 호출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면서요.”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야채 8개의 사진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텍스타일 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텍스타일 재능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적극적으로 어필해 서울직업전문학교 패션학과에 입학했고, 디자이너의 꿈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 제주도 좁은 땅덩이를 벗어나 서울에 오니 날고 기는 실력자들이 넘쳐났다.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어야했다. 그는 고민 끝에 제주도 패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명소와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면서 직접 사진을 찍어 올렸어요. 처음에는 굉장히 힘들기도 했죠. 사람들이 보수적이라 사진에 찍히는 것을 싫어했거든요. 게다가 사진 좀 찍어달라고 말하는 제 패션이 너무 과하기도 했고요. 메이크업 하고 여성용 웨지힐을 신고 다녔으니 이상해보였겠죠. 그래서 다음부터는 ‘남친룩’처럼 무난하게 입었더니 반응이 좀 나아졌어요. 패션 커뮤니티가 유명해져 플리마켓도 열고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을 협찬 받아 촬영도 했고요.”


해양생물 모티브로 한 ‘페일 터콰이즈’의 탄생 

패션 커뮤니티가 흥하자 박린준 디자이너는 드디어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시간이 남아돌아 없던 영감도 불러일으킨다는 군복무 기간에 직접 디자인해둔 ‘가시고기 맨투맨'을 커뮤니티에 슬쩍 선보였다. 누가 제주도 섬소년 아니랄까봐 생선, 해양생물을 모티브로한 디자인을 선보인 것이다.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100장 찍은 맨투맨은 하루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 클로젯’은 강아지 맨투맨이 유명하잖아요. 그 강아지만 봐도 브랜드가 떠오르죠. 저도 그런 대표적인 이미지를 갖고 싶었고, 생선을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미 생선을 모티브로 한 디자이너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생선살을 다 벗겨버리면 어떨까 싶어 가시만 남은 생선의 이미지를 티셔츠에 넣은 거죠.” 


티셔츠 판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자 ‘이제 내 브랜드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가시고기로만 디자인을 하려니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는 좀 더 시야를 넓혀, 수족관에 있는 아이들, 즉 ‘아쿠아리움’으로 모티브를 확장했다.   



브랜드 이름인 ‘페일 터콰이즈’도 바다와 관련이 있다. 제주도의 에메랄드빛을 브랜드명에 차용하고 싶던 그는 ‘옅은 터키옥색' 이라는 이름으로 ‘페일 터콰이즈’라는 작명을 완성했다. 


“원래는 터콰이즈(청록색의 터키석)라는 이름을 사용하려 했는데, 인터넷에 검색하니 터키옥 비즈만 엄청 나오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 ‘색이 옅은’이라는 의미의 페일(pale)을 앞에 붙였죠.”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해양생물을 브랜드에 담았으니, 브랜드 콘셉트도 ‘에코 럭셔리’로 잡았다. 동물의 표피에 관심을 갖다보니 생선의 비늘이나 거북이 등딱지 등을 모티브로 한 신소재의 제품이 동물 박제나 모피 패션 같은 비윤리적 패션을 극복할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느낀 것이다. 



그는 이염된 원단을 라미네이팅과 재염을 통해 재활용하고, 조개, 굴, 전복 등의 껍데기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등 환경친화적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패션 사업으로 시작해 생수 사업으로 끝을 보리라

가시고기 맨투만을 팔아 모은 200만 원으로 야심차게 ‘페일 터콰이즈’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 2014년 12월. 브랜드에 자신감이 있던 그는 올해 3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 도전장을 던졌다. 


“서울패션위크에 브랜드 론칭 5년 미만의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는 ‘제너레이션넥스트서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딱 20명이 선발돼 쇼를 하고, 부스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2천개 이상의 브랜드가 지원했는데, 제가 거기에 뽑힌 거예요. 결과 발표를 보고는 너무 기뻐 한 시간 동안 작업실 안에서 뒹굴었어요. 사실 처음에 브랜드 론칭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망할 것 같다’고 했거든요. 브랜드 콘셉트가 워낙 강해서요. 해양생물을 모티브로 하고, 우주복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패션위크에 서게 되면서 경쟁 세력을 모두 눌러버렸죠.(웃음)”



서울패션위크에서 당당히 ‘페일 터콰이즈’를 선보인 후, 그는 국내외 관계자들의 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라스베이거스, 밴쿠버 패션위크 등의 유명 쇼에 초청을 받았고 최근에는 런던과 상하이에서 예술가와 콜라보하는 전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패션의 메카 동대문의 두타몰에도 입점에 성공해 많은 고객들과 더 가까이서 만날 수 있게 됐다. 


제품 판매 수입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어 요즘은 기분이 매우 좋다고. 얼마 전부터는 모교인 서울직업전문학교의 강사로 초청돼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게 되었다. 


“저는 꿈이 몇 개 있어요. 일단 한남동에 있는 ‘꼼데가르송 플래그십 스토어’같은 복합문화공간느낌의 쇼룸을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에코 럭셔리라는 콘셉트답게 ‘페일 터콰이즈’를 친환경 명품으로 만들어 생수 사업을 하고 싶고요. 물은 사람들이 굉장히 빈번하게 찾는 것인데 거기에 페일 터콰이즈 브랜드가 들어간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또 ‘패션계 김정은’이 되고 싶어요. 패션계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독재자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의미예요.(웃음)”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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