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라이프

[꼴Q열전] 다른 학교가 궁금해 전국 대학을 여행하는 캠퍼스 순례자 최지욱 조회수 : 3379
지능 발달 정도를 나타내는 IQ. 감성 지수를 나타내는 EQ. 그리고 꼴통 지수를 나타내는 ‘꼴Q’. 흔히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만, 이 페이지에서만큼은 ‘평범한 것을 거부하며 자신만의 올곧은 신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라 정의하도록 한다. 용기, 패기, 똘끼로 단단하게 굳어져 남들의 비웃음이나 손가락질에도 흔들림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꼴Q'를 찾아서…. 당신의 ‘꼴Q’는 얼마인가요?


전국 대학교 일주를 하고 있는 최지욱 씨.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 스무 살부터 알바의 달인이 되었고, 남의 캠퍼스 구경하려고 정작 본인의 캠퍼스 생활은 중단했다. 매일 찜질방에서 쪽잠을 자고 여자친구 사귀기는 포기한 지 오래. 가장 안타까운 것은 뽀얗던 아기피부가 하루가 다르게 흙빛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이 정말 즐겁다고? really?



최지욱(영남대 언론정보 2) 씨는 휴학 후 전국 대학교 일주를 하고 있다. 전국 대학교 일주는 캠퍼스를 돌아보며 학식을 맛보고, 수업도 들어보고, 대학가 문화도 체험하는 ‘신개념 복합 여행’. 그는 지난 3월 4일 경북대 대구캠퍼스 탐방을 시작해 5월 말까지 경상도, 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지역의 99개 대학을 탐방했다. 그 후 모교인 영남대를 100번째로 탐방한 뒤 1차 투어를 마무리했다. 두 달간 다시 아르바이트를 해서 경비를 모은 뒤 지난 9월, 2차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미처 다 돌지 못한 충청권의 대학을 돌아보고 강원도, 인천, 경기도, 서울의 대학을 탐방할 계획. 서울권 대학 탐방을 마친 후 교통편이 안 좋아 포기했던 지방의 몇 개 대학을 더 돌고 나면 그의 목표인 국내 4년제 대학교 캠퍼스 일주가 마무리된다.


도둑 강의 듣다가 진땀, 이제는 나름의 노하우 터득
스무 살 때까지 대구에만 갇혀 있던 그는 대학 입학을 통해 서울로의 탈출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꿈은 산산이 부서졌고, 다시 대구에서 대학 생활을 하게 됐다. 대학에 가면 새로운 뭔가가 있을 것 같았지만 늘 보아온 익숙한 풍경에서의 생활은 그리 신선하지 않았다. 문득 다른 대학생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다. 어떤 학교에서 어떤 수업을 들으며 어떤 대학 문화를 즐기고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은 ‘다른 대학교를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평생을 대구에 갇혀 보낼 것 같던 갑갑한 마음 때문에 대구 탈출을 꿈꾸던 찰나, 이런 생각이 더해지자 그의 머릿속에는‘전국 대학교 일주’가 불현듯 떠올랐다. 이것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여행이었다. 누군가도 이런 여행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누가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해야겠다! 그래서 남들은 대학 입학의 즐거움을 만끽할 때 갖은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경비를 모았다. 그렇게 모은 돈 300여만 원을 갖고 드디어 지난 3월 집을 떠나 여행을 시작했다.

최 씨의 여행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일단 한정된 경비가 있으니 하루 3만 원 이상의 지출은 하지 않는다. 잠은 찜질방에서 자고, 식사는 가능한 저렴하게 빵과 우유나 학식, 패스트푸드 등을 이용한다. 하루에 2곳 이상의 대학을 탐방하고, 주말에는 탐방 대신 주변 관광지를 여행한다. 캠퍼스 탐방 전 사전 조사는 되도록 피한다. 홀로 캠퍼스를 탐방하며 알아가는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다. 도서관이나 학생회관, 체육관 등은 반드시 둘러보고 가능하다면 수업도 직접 들어본다.

“강의실을 기웃거리다가 마침 쉬는 시간이면 슬그머니 들어가 앉아 수업도 들어봐요. 지난번에는 수업에 몰래 들어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강의실 뒤쪽에 앉아 있었는데 교수님이 들어오시더니 ‘오늘 조 짜기로 했지?’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3분 줄 테니 자율적으로 조를 만들라고 하시더라고요. 눈치 보다가 겨우 빠져나왔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남의 캠퍼스를 탐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학생증이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 건물도 있고, 사진을 찍다가 제지당하는 경우도 있다. 여대에 갔을 때는 혼자 남자라 괜히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생기면 도망가기 바빴지만 100개 학교쯤 돌고 나니 나름의 요령이 생겼다. 도서관을 출입할 때는 주변 학생들에게 학생증을 출입 게이트에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쿨하게(?) 그냥 지나가기도 한다. 그냥 밀어도 열리는 출입 게이트가 많다는 사실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때는 여행 취지를 설명하며 협조를 구한다. 여행 초기에 만든 명함은 이럴 때 꽤나 요긴하게 사용된다.


여행 동반자 자청하는 대학생들 몰려
그렇다고 모두가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의외의 환대(?)를 받을 때도 있다.
“영광군에 위치한 영산선학대를 간 적이 있어요. 그곳은 원불교인을 양성하는 곳이라 학생들이 모두 승려복을 입고 다니거든요. 저만 혼자 다른 옷을 입고 있으니 다들 이상하게 쳐다봤죠. 그때 몇몇 학생이 다가와서 어떻게 왔느냐고 묻더라고요. 대학교 일주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밥도 주시고 학교 가이드도 해주셨어요. 그리고 귀빈만 갈 수 있는 숙소에서 하루 묵을 수도 있었어요.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학교 행사에도 참여하고 생각지 못한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굉장히 재밌었죠. 원광대 입학관리팀에서 저를 초청한 적도 있어요. 입학처장님과 식사를 하고 미모의 서포터즈들과 캠퍼스 투어도 했어요.”

대학 탐방을 하며 블로그(blog.naver.com /flychicken77.do)에 포스팅을 해왔는데, 그것을 보고 대학 관계자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3~4월만 해도 방문자 수가 많아야 300여명이었지만 최근에는 하루 1200명에서 2000명까지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수험생은 ‘좋은 정보를 얻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또래 대학생은 ‘대학 일주는 자신의 로망’이었다며 여행을 함께할 기회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래서 그는 2차 여행의 콘셉트를 ‘소통’이라고 잡고 블로그를 통해 방문할 대학의 가이드를 모집하고 있다. 또한 1박 2일간 대학교 일주를 함께하는 이벤트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

“주변에서 사서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하지만 대학생이라면 사서 고생할 수도 있는 거죠. ‘그걸 왜 해?’라고 물으면 오히려 반가워요.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전국 대학교 일주를 하면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굉장히 큰 무기도 얻게 됐어요. 상대방이 나온 대학이 어디든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누구를 만나도 이야기가 되는 거죠. 근사하지 않나요?”



캠퍼스 순례자 지욱이가 뽑은 BEST 캠퍼스는?

도서관이 멋진 곳은?
전주대. 도서량이 많고 시설이 굉장히 좋다. ‘도서관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식이 맛있는 곳은?
홍익대 세종캠퍼스. 값도 싸고 맛도 괜찮다. 3500원짜리 볶음밥을 주문했는데 두툼한 치킨 두덩이가 올라가 있었고, 수프까지 함께 나왔다.

여대생이 예쁜 곳은?
대구교대. 친구와 함께 갔었는데, 나중에 친구가 대구교대에 또 가자고 했다. 왜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은 “알면서!”

캠퍼스가 아름다운 곳은?
조선대에 있는 장미로 꾸며진 로즈가든이 굉장히 아름답다. 원광대의 수목원도 규모가 크고 잘 꾸며져 있다. 영남대는 벚꽃길이 예쁘기로 소문나 있다.


글 박해나 기자│사진 김기남 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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