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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픽사·애플 직원들은 어떻게 일할까?...배낭 하나 매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간 대학생 조회수 : 1420

[꼴Q열전]


얼마 전, 샌프란시스코 한인 커뮤니티에 ‘이상한 청년’이 등장했다. 씩씩하게 자기소개를 하고는 실리콘밸리에 근무하는 한국인을 만나고 싶다며 교민들에게 SOS를 보냈다. 배낭하나 짊어지고, 손에는 카메라를 쥔 채 42일간 실리콘밸리를 누빈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 (사진 = 서범세 기자)


SNS에서 ‘리얼밸리’라는 프로젝트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 ‘ㅌㅇ’에서 연재 중인 이 프로젝트는 세계 IT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들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은 것이다. 구글, 애플, 우버, 픽사, 고프로 등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 갖는 유명 기업에 재직 중인 디자이너, 개발자, 마케터 등이 어떻게 일하고, 생각하는지를 5~10분가량의 영상으로 담아냈다. 기성 언론에서도 취재가 어려운 실리콘밸리 재직자를 한 두 명도 아닌 10여명을 인터뷰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이걸 해낸 이가 대학생이라니 더욱 놀라울 수밖에. 350만원 들고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42일간 머물며 ‘리얼밸리’를 완성한 김태용(동국대 회계학 4) 씨를 만났다. 


맨땅에 헤딩,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인 ‘구글러’ 찾기  

김 씨는 지난 6월 말, 가족들과 함께 미국 동부 여행을 떠났다. 2주간의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 그는 한국이 아닌 서부행 티켓을 끊었다. ‘미국에 왔으니 실리콘밸리는 보고 가야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리콘밸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유명 IT기업이 모두 모여 있고, 늘 성공 스토리가 넘쳐나는 곳이죠. 도대체 그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을지 늘 궁금했어요. 마침 가족 여행을 미국으로 가게 된 김에 실리콘밸리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처음에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건 아니에요. 개인적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을 뿐이었어요.”



△ (사진 = 서범세 기자)


김 씨는 대학 시절 모은 돈 350만원을 들고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대책이 없었다. 무작정 찾아간다고 해서 구글, 페이스북 직원들이 자신을 환대하며 만나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들과 만날 핑계거리가 필요했다.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는 인터뷰 영상을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었다. 대학 재학 중에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왔던 터라 큰 부담은 없었다. 영상을 촬영할 카메라 한 대를 구입하고, 한국에서 챙겨온 노트북까지 세팅하니 모든 준비 완료. 이제 남은 것은 섭외뿐이다.  


△ '리얼밸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김태용 씨의 영상 


김 씨는 40여 일간 15명 이상을 인터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는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밤비행기를 기다리며 미리 샌프란시스코 한인 커뮤니티에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에는 본인 소개와 함께 실리콘밸리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며 인터뷰이를 찾는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조용하던 커뮤니티는 김 씨의 등장으로 들썩였다. 그의 모습이 기특했는지, 신기했는지 커뮤니티의 교민 중 몇 명이 ‘인터뷰를 하겠다’, ‘지인을 추천하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느껴지는 끈끈한 동포애였다. 


“SNS 친구 중에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는 분들이 있었어요.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는데, 제가 이런 프로젝트를 위해 실리콘밸리에 왔다고 하니 지인을 소개시켜주더라고요. 덕분에 첫 번째 인터뷰이를 만날 수 있었죠. 핀테크기업 ‘캐피탈원’에 재직 중인 분이었는데, 실리콘밸리에 도착한 당일에 인터뷰를 바로 진행했어요. 그리고는 바로 영상을 편집해 샘플을 만들고 섭외 요청을 할 때마다 그 영상을 보여줬죠.” 


누군지도 모르는 한국 대학생이 대뜸 인터뷰를 요청해 경계를 하던 사람들도 샘플 영상을 본 뒤에는 마음의 문을 열었다. 현직자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는 방향과 분량이었고, 편집 기술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에서 많은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는 모두 거절하던 사람들도 김 씨에게는 선뜻 시간을 내줬다.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다닌다고 하면 인터뷰 요청이 굉장히 많이 온대요.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편집되고 ‘어떻게 취업했나’만 나가니 실망스럽다더라고요. 저는 실무적인 이야기를 담겠다고 하니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 (사진 = 서범세 기자)



42일간 만난 40명의 실리콘밸리 사람들 

연락이 온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다 인터뷰이로 쓰는 것은 아니다. 일단 직접 만나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며 인터뷰이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를 평가한다. 인터뷰이로서의 자질이라 하면 재미있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하고, 인터뷰를 통해 의미 있는 내용을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1차 면접(?)에서 합격을 받은 이들은 서면 질문지에 답변을 작성해 김 씨에게 회신해야한다. 김 씨는 실무자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실리콘밸리 도착 후 국내 개발자, 디자이너 커뮤니티에서 사전 설문을 받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현직자에게 묻고 싶은 질문’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질문을 모은 것이다. 이렇게 모은 질문 중 의미 있는 것을 골라 꼼꼼하게 질문지를 작성하면 인터뷰이는 그에 대한 답을 성심성의껏 기입한다. 이후 서면 인터뷰에서 흥미로운 답변이 나온 것을 골라 영상 인터뷰로 한 번 더 진행한다. 보통 촬영은 2시간 정도 진행된다. 



△ '리얼밸리' 프로젝트 에피소드 중 하나. 해당 영상은 조회수 120만 이상을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사람은 40명 이상이에요. 그중 16명의 인터뷰를 영상으로 담았죠. 인터뷰이가 다른 인터뷰이를 소개해주기도 하고, IT 관련 세미나·모임 등에도 초대해줬어요. 덕분에 많은 분들을 알게 됐고, 유명 기업들의 사무실도 직접 구경했죠. 페이스북 사무실도 구경간 적이 있는데, 마크 주커버그의 자리에도 가봤어요. 사무실의 많은 자리 중 하나가 그의 자리라고 하더라고요. 직원들과 같은 테이블을 사용하고, 함께 섞여 일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40여일간 실리콘밸리에서 머물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 그가 느낀 것은 ‘자기 인생’을 찾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남 신경 안 쓰고 자신이 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그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존중해주고,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르지 않았다. 김 씨는 “한국에서는 내가 튀는 사람으로 분류되는데, 그곳에서는 함부로 나를 판단하거나 규정짓지 않아 자유로웠다”며 “한 번쯤 일해보고 싶은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김태용 씨의 노트북. 실리콘밸리에서 방문했던 회사의 스티커를 붙였다. (사진 = 서범세 기자)



물론 상상 밖의 풍경도 있었다. 치안이 매우 불안하고, 지하철역에는 마약중독자와 노숙자들이 그득했다. 물가가 매우 비싸 한달 월세가 300만원이 넘을 정도였고, 5~6단계로 굉장히 신중하게 채용하는 대신 언제, 어떤 이유로든 해고가 가능했다. 


“물가가 비싸 가져간 350만 원으로는 40여일 머무는 것이 불가능했죠. 미국에 머물면서도 계속해서 한국에서 영상 편집 등의 외주 업체 일을 진행해 생활비를 보탰으니 가능했던 거예요. 또 인터뷰이가 자신의 지인 집을 소개해줘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숙박을 해결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어요. 환상과 다른 모습도 많이 봤지만 그래도 미국은 참 좋더라고요. 공기도 좋고, 나무도 많고요.(웃음) 샌프란시스코가 그리워 돌아온 직후에는 잠시 우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리얼밸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12월까지 연재를 마치면 속편으로 다른 프로젝트도 진행해볼까 계획 중이에요. 이번엔 국내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청년 스타트업의 노하우를 담아보려고요.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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