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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여행 조회수 : 4371

축구의, 축구에 의한, 축구를 위한 여행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축구’라고 대답할 것이다. 평소 여행은 확실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적만 있다면 방향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축구’였다. 지난해 7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2주간 영국으로 떠났다.


2014년 7월 23일|‘블루스’ 첼시FC의 경기장을 가다

 ‘런던’ 하면 누군가는 ‘셜록 홈즈’를, 누군가는 ‘해리포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런던만큼 많은 축구팀이 존재하는 도시가 또 있을까? 영국에는 아스날, 첼시, 토튼햄, 웨스트햄 등 10개가 넘는 프로·아마추어 축구팀이 존재한다.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축구의 나라답다.


첼시의 홈구장 스탬포드 브릿지. 

영국인들에게 이른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 앞에 모여 있었다. 


 오전 10시가 돼서야 첼시의 홈 경기장인 스탬포드브릿지로 향했다.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상점이 오전 9시 이후 문을 열기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가더라도 조깅하는 사람들과 청소부들만 볼 수 있다. 스탬포드브릿지에 도착하자 유럽대항전에서 우승한 기록이 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유럽의 축구는 8월에 시작해 다음해 5월 끝난다. 내가 간 7월은 휴식기간이어서 경기를 하지는 않았다. 이 시기에 구단들은 스타디움투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해 수익을 얻는다. 나 역시 스타디움투어를 위해 방문한 것이었다. 티켓을 사서 정해진 시간에 맞춰 투어를 시작했다. 영국인들에게는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앞 시간대의 프로그램은 정원이 차서 12시 30분 티켓을 구매하고, 그 사이 식사를 하고 왔다. 


 첼시가 획득한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우승 트로피들이 첼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투어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경기장 곳곳을 구경했다. 관중석에도 앉아보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경기장 잔디의 감촉도 느껴봤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룸도 방문할 수 있었다. 투어 가이드는 첼시가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팀 중 가장 넓은 원정팀 라커룸을 갖고 있어 상대팀에 편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투어를 마치고 투어 코스에 포함된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그동안 첼시가 획득한 트로피와 팀의 100년 넘는 역사가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과연 축구의 나라였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의 특징이 이 작은 공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4년 7월 29일|두 유 노우 기성용?

 런던의 관광지 구경을 모두 마치고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웨일스의 ‘스완지’로 향했다. 스완지는 영국의 남서쪽 웨일스에 속한 소도시다. 기성용 선수가 뛰는 스완지시티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런던에서 스완지까지는 ‘코치’라고 불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원래 3시간 정도의 거리지만, 환승하면 가격이 낮아지는 대신 시간은 더 많이 소요된다. 웨일스의 수도이자 가장 큰 도시인 ‘카디프’를 경유하여 5시간여 걸려 스완지에 도착했다. 


복잡한 웰시어. 

Gorsaf Fysus Dinas Abertawe(Station Bus City Swansea)의 어순으로 쓰여 있다.


 웨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영어와 웰시어를 함께 쓴다는 점이다. 게르만어족에 속하는 영어와 달리 웰시어는 켈트어족에 속하는 언어로, 동사-주어-목적어 순이라는 특징이 있다. 영어도 어려운데 웰시어까지 접하자 머릿속이 새하얘졌지만, 손 안의 작은 친구 구글 지도를 믿고 아름다운 바다 ‘스완지베이’로 걸어갔다.


 스완지 베이의 아름다운 야경. 우뚝 솟은 건물에는 기성용 선수가 살고 있다고 한다.


 스완지베이는 터미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다. 아름다운 바다를 마주하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다행히 영국의 궂은 날씨가 심술을 부리지 않아 맑은 날씨의 스완지베이를 볼 수 있었다. 내가 갔을 때는 마침 썰물 때였는데, 사람들이 삽을 하나씩 들고 바닥에서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짧은 영어로 무엇을 잡는지 물어봤지만 웰시어로 대답하는 바람에 알아듣지 못했다. 행운을 빌어주고 자리를 떴다. 런던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자주 만나 이곳이 과연 영국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든 스완지에 들어서자 비로소 외국에 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스완지베이의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기성용이 뛰는 축구팀 스완지시티의 홈 구장 리버티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워낙 좁은 도시여서 행여나 기성용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이날 스완지시티 팀은 프리시즌 원정경기를 위해 뉴캐슬로 떠난 상태였다. 


 스완지 시내에서 리버티스타디움까지는 차로 20분 정도 거리다. 지도상의 거리를 잘못 보고 한 시간 넘게 걸어 리버티스타디움에 도착했다. 프리시즌을 이용해 경기장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투어는 8인 이상의 그룹만 가능하다고 해서 경기장 주변이나 둘러보고 돌아가려 했다. 


그러다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에게 다가가 “나는 한국에서 왔다. 기성용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사실 기성용은 지난해 선덜랜드라는 팀으로 임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기성용의 나라에서 온 학생인데 경기장 내부를 잠깐만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머뭇거리면서 작업반장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5분여의 기다림 끝에 허락이 떨어졌다. 1분 정도 내부를 잠깐 봐도 되지만, 잔디를 밟거나 시설물을 만지지는 말라고 했다.


 기성용 선수의 이름을 팔아 들어간 스완지시티의 리버티 스타디움 전경. 

녹색의 잔디가 예쁘게 깔려있었다.


 얼떨결에 경기장을 구경할 수 있게 되어 들어서자마자 쉴 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약속한 1분이 지나고 다시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음날 기성용이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만났던 공사장 인부가 이제는 스완지 선수 중에서 기성용을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14년 8월 6일|영국을 떠나며

 영국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축구라는 목적을 가진 여행이었지만 박물관, 미술관, 관광명소들도 함께 구경하다 보니 2주의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대부분 유럽여행객들은 한 나라에 2~3일 정도 머무르며 관광지에 들러 흔적을 남기듯 사진 몇 장 찍고 유명 맛집을 찾아다닌다. 나는 그런 여행이 마음에 들지 않아 오로지 영국이라는 한 나라에 오래 머물렀다.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영국식 억양을 쓰기로 했다. 그러다 ‘GOOD DAY TODAY’를 ‘굿 데이 투 다이(GOOD DAY TO DIE)’로 발음하는 실수도 했다. 


런던의 커다란 눈 런던아이. 런던의 야경은 많은 이들이 런던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은 그동안의 여행을 복기하듯 목적 없이 런던의 곳곳을 걸어 구경했다. ‘템스강’을 따라 걸으며 ‘빅밴’과 ‘런던아이’, 그리고 ‘밀레니엄 브릿지’를 보고, ‘버로우마켓’에 들러 영국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술인 ‘핌즈(PIMS) 칵테일’을 마셔보았다. 오이와 라임이 들어가 맑고 깔끔한 맛이 났다. 


 악기를 연주하는 버스킹 공연의 모습. 아름다운 연주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칵테일을 다 마시고나서 버스를 타고 영화 <마이페어레이디>에서 오드리 햅번이 꽃을 팔던 ‘코벤트가든’에 갔다. 그곳에서 ‘쉑쉑버거’를 먹고 길거리 공연을 구경했다. 

영국은 버스킹 문화가 발달해 음악공연 외에도 차력쇼 등 다양한 버스킹 공연이 행해진다. 멋진 버스킹 공연을 보며 갖고있던 동전을 감사의 표시로 모두 두고 왔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찍은 사진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히드로공항으로 향하면서 영국에 대해 생각해봤다. 뮤지컬, 축구, 드라마, 영화, 회화 등 다양한 문화와 역사가 존재하는 나라인 영국을 제대로 즐기려면 수십 번은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 역시 나름의 특색을 지니고 있어 같은 영국이라도 서로 다른 나라처럼 느껴졌다. 영국에 다녀왔지만 여전히 내게 영국은 미지의 세계다. 


아스날의 홈 경기장인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앞에서 찍은 사진.



영국여행 TIP

1)영국의 날씨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우산을 챙기기보다 방수 기능이 있는 가벼운 외투를 챙기는 것이 좋다. 실제로 영국인들은 우산을 잘 쓰지 않는다.


2)영국의 코치(고속버스)는 예약시간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코치 회사인 ‘내셔널익스프레스’나 ‘메가버스’를 통해 해당 일자의 버스를 미리 예약하면 싼 값에 코치를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 김진현 대학생기자 (고려대 국어국문 4)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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