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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레이스 윤성기 “진정한 여행은 온전히 나를 위해 떠나는 것” 조회수 : 4001

지하철 버스킹 여행 마친 뮤지션 윤성기

“진정한 여행은 온전히 나를 위해 떠나는 것” 


지난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무렵 서울 지하철 2호선에 몸을 실은 두 남자는 매일 다른 역에서 내렸다. 출·퇴근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한 곡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서였다. 

지하철 버스킹 여행을 하며 ‘진정성의 힘’을 느꼈다는 윤성기(34) 씨가 그 주인공이다. 




TV 좀 봤다는 사람에게는 낯익은 얼굴의 윤성기 씨. 그는 4인조 밴드 ‘휴먼레이스’의 보컬로 활동하고 있다. Mnet <보이스 오브 코리아2>에서 Top 4에 진출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한 뮤지션. 이미 방송 전부터 마니아층이 두터웠던 그가 기타를 둘러메고 지하철에 올라 ‘버스킹 여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지난해 5월쯤 정규 앨범이 나왔는데 전 국민이 우울증에 걸릴 만큼 큰 사고가 일어나 이렇다 할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각종 페스티벌도 다 취소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다 문득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제가 한심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디든 가서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밖으로 나왔어요.” 


이왕이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그는 ‘괜찮아’라는 곡을 만들어 베이스를 치는 멤버 최민수 씨와 홍대입구역으로 향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하루에 한 역씩 들러 사람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며 서울을 돌아본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홍대입구역에서 시작한 ‘괜찮아 프로젝트’는 종착역인 신촌역에 닿기까지 두 달 반 동안 계속됐다. 


 “점심시간에 맞춰 ‘괜찮아’ 딱 한 곡만 불렀어요. 버스킹 여행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도, 돈을 벌고 싶은 생각도 없었어요. 제게는 도전이었고,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작은 이벤트이길 바랐으니까요.” 




여행이 새긴 또 다른 인생의 결


출판사에서 연락이 온 것은 버스킹 여행이 중반쯤 됐을 때였다. 버스킹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그가 깨달은 것들을 책에 담아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쓰게 된 책은 그를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책 출간을 계기로 CBS TV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하게 됐고, 여행 커뮤니티인 ‘여행대학’에서 강연을 맡게 된 것이다.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의도만으로 시작한 여행이었기에 더 큰 것을 얻은 듯해요. 당시 제가 공연을 하나라도 더 잡기 위해 아등바등했다면 지금과 많이 달랐겠죠. 실리를 추구하기보다 제 마음이 진짜 원하는 무언가를 따르는 것이 저를 성장시키는 대단한 힘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사실 ‘여행 멘토’로 나서기에 그의 여행 경험치는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그가 정의하는 ‘여행’으로 치자면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여행고수다. 


“멀리 나가야만 여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똑같은 장소라도 생각하기에 따라 공기?바람이 특별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새롭게 느끼고 깨닫는 것, 그러니까 ‘사색’이 바로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점에서 멀리, 빨리 가기보다 온전히 나를 위해 다니는 여행이 더 중요한 듯해요.” 


두 달간의 버스킹 여행을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는 그는 자신의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계획이다. 지난해 난치병 어린이를 돕는 단체와 함께 기부공연을 하고, 전국의 소년원을 찾아다니며 공연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신의 삶이잖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삶이 ‘얼마나 잘 보여지나’에 집중해요. 진짜 내가 원해서 하는 일과 좋아보여서 하는 일은 천지차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이 화려하거나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자신이 행복하면 그만이니까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주지는 않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어디를 가든 자신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고, 발견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여행은 없을 거예요.” 








아련한 버스킹 여행의 추억 

신대방역에서 사람이 많은 곳임에도 단 한 사람도 노래를 들어주지 않던 역. 흘깃거리는 사람조차 없었다. ‘투명인간’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았던 순간. 

홍대입구역에서 출발지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려 했건만, 관리자‘님’께서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며 제지했다. 홍대입구는 버스커들의 천국 아니었던가?

충정로역에서 유일하게 수중공연을 했던 역. 비보다 웃음이 문제. 환풍구 위에서 솟구친 머리카락에도 열렬히 사진을 찍었던 최민수 씨로 인해 시작된 웃음은 기타를 타고 팔까지 올라온 노린재에서 끝났다. 설상가상 ‘보이스 오브 코리아’를 외치고 지나간 사람 덕분에 공연은 리와인드. 








글 김은진 기자 │사진 윤성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