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통신원

영화와 함께한 2박3일간의 전주여행 조회수 : 4578

영화와 함께한 2박3일간의 전주여행 


‘영화제와 영화산업’ 강의 덕분에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사흘에 걸쳐 전주 ‘영화의 거리’와 한옥마을 일대를 둘러보며 색다른 추억을 만들었다. 


5월 1일 | 불안한 여행 첫 날

이상하게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었다.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지만 지하철 운행 간격이 너무 길어 버스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결국 택시를 이용해 버스 출발 시간 직전에 겨우 도착했다.

허겁지겁 뛰어가 보니 황금연휴의 여파인지 버스는 10분 정도 연착되었다. 이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덕분에 버스는 놓치지 않고 탈 수 있었다. 긴장한 탓인지 좌석에 앉자마자 잠들었다. 

한참을 자고 보니 휴게소였다. 차가 막히는지, 목적지 도착 예정시간인데 겨우 중도의 휴게소였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영화를 관람하러 가야 할 듯싶어 휴게소에서 미리 김밥으로 끼니를 때웠다.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휴게소의 풍경에 나도 여행 중이라는 것이 실감났다.

 

 

영화의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100Film, 100Posters 전시. 

다양한 포스터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주에 도착하니 4시 40분이었다. 버스를 타면 충분히 영화 상영 전에 도착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한참 흘러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이때 바로 택시를 탔어야했다. 

게다가 5시 상영 시작인데, 5시 30분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버스 시간만 확인하고 여유가 있을 듯싶어 영화 상영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결과였다. 더구나 시간을 놓친 영화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가장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었다. 

눈물이 나려고 했지만 나보다 더 안타까워하는 서포터즈 분들에게 위안을 얻고 바로 다음 영화를 찾아보았다. 영화를 한편이라도 더 보는 게 중요했다.


급하게 고른 영화는 생각보다 재미없었다. 역시 영화제에 참가한 작품은 짧은 소개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벌써 밤이 깊었다. 

급하게 예매한 첫 영화, 오직 전주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다. 


찜질방을 찾아가다 길을 잘못 들어 남부시장까지 가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혹시나 하고 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뜻밖에 야시장이 열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남부시장 2층 청년몰은 내가 전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신기한 가게들이 많고, 타코, 양갱, 파스타, 철학원 등 서로 어울리지 않는 가게들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매년 올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청년몰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 배짱이 캐릭터가 무척이나 귀엽다. 


밤이 늦어 내일을 기약하며 찜질방으로 갔다. 찜질방에는 역시 사람이 많았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면 편히 잘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찜질방보다 부담스러웠다. 

사람은 많았지만 옹기종기 모여 자는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 맥주 한 캔과 계란을 야식으로 먹으며 내일 있을 교수님과의 일정이 순탄하기를 바라며 하루를 정리했다. 

첫 날 일정을 마무리하며 찜질방에서 먹은 맥주와 계란. 

이런 소소한 행복이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5월 2일 | 진짜 전주를 발견하다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한옥마을을 구경했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더운 날씨 때문에 금방 지치고 말았다. ‘시원한 열무국수 개시’라고 쓴 입간판이 보이는 가게로 들어갔다. 간단한 국수였지만 그 맛은 정말 좋았다. 새콤한 국수의 국물을 먹으니 더위가 가시고 다시 힘이 났다. 

어제 미처 다 구경하지 못한 남부시장 2층 청년몰로 향했다. 어제보다 한산해 돌아보기에 좋았다. 하늘정원에서 열리는 플리마켓도 구경할 수 있었다. 다양한 액세서리와 먹거리를 구경하고 서둘러 만남의 장소로 향했다. 


청년몰 벽에 붙어있는 청년몰 지도. 아기자기한 문패들이 가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행사는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토크쇼였는데 장소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나는 타과 출신이었지만 교수님과의 친분 덕분에 사람들을 이끌고 학술회장으로 이동했다. 그 과정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학술회의가 끝난 뒤 모두 함께 안내인의 안내를 다라 전주의 명소들을 둘러보았다. 

몸도 마음도 지쳐 힘들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중한 내용들이었다. 

가게맥주, 일명 ‘가맥’도 마셔보고, 다방에도 들어가 마담의 이야기도 들었다. 왜 전주에서 영화제가 열리는지, 과거에는 어떠한 공간이었는지 설명을 듣고, 숨은 맛집까지 소개받을 수 있었다. 

열심히 전주 한옥마을 일대를 활보하다 막걸리집으로 몰려갔다.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는 사진 찍는 것도 잊은 채 먹기에 바빴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친구들만 다른 과 출신이었다. 

수업시간에는 그렇게 많이 보이던 타과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우리는 함께 고생을 나누며 마치 오랜 친구처럼 의지할 수 있었다. 



경기전 근처에서 발견한 이색체험 공간,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과거 영화관의 필수 간식이었던 꽈배기 집, 아주 유서가 깊은 곳이라고 한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으로 교수님과 일정은 끝났다. 작별인사를 나눈 후 친구들과 다시 청년몰로 향했다. 운이 좋게도 무명 밴드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청년몰은 언제 들러도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청년몰에서 나와 한옥마을을 걸었다. 

사람이 많은 중심도로를 벗어나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오히려 한옥마을의 진수를 만날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낮은 지붕의 한옥 사이를 걸으며 계속 감탄했다. 찻집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기력을 충전했다. 


한옥마을에 위치한 퓨전 찻집. 주문하기 전에 향을 맡아볼 수 있다.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시다. 

양도 어마어마한 최고의 카페! 


국내 최대 규모의 아이맥스관이 있는 전주 효자 CGV 앞에서! 미드나잇 인 시네마를 보기 전


아직 우리에게는 대망의 ‘미드나잇 인 시네마’라는 프로그램이 남아있었다. 밤새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영화관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쯤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서포터즈들도 모두 퇴근하는 모양새였다. 영화를 상영하기는 하는 건지 불안해할 즈음 점점 사람들이 늘어나 금방 사방이 소란스러워졌다. 


5월 3일 | 색다른 추억, 미드나잇 인 시네마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밤 12시, 영화관에 입장했다. 담요를 가져온 사람, 1L짜리 음료수를 가져온 사람 등 모두 단단히 밤을 새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에 하는 영화답게 공포와 스릴러 장르의 영화가 준비되었다. 첫 영화는 곧 개봉하는 <언프렌디드: 친구 삭제>였다. 공포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본다는 생각에 ‘개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이날 상영하는 세 편의 영화를 모두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오면 안 된다고 한다. 그게 옳은 말이라고 느꼈다. 극장에서 함께 보고 자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었다. 




미드나잇 인 시네마를 끝내고 나온 시간, 아침과는 다른 모습의 사람들과 나


밤새 영화를 보느라 너무 지쳐 다음 영화도 취소하고 버스 시간을 앞당겨 학교로 올라왔다. 

너무 힘든 여정이었지만 내년에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리 내년이 왔으면 좋겠다. 내년에는 더 재미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 듯싶다.


글 이지수 대학생기자(한신대 문예창작학 3)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나의 생각 Good Bad

기사에 대한 의견 (0개)

의견쓰기
댓글 : 0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