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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인간관계법⓸] ‘헬리콥터 부모’ ‘캥거루족’ 사회적 문제로 바라봐야 조회수 : 967

[한경 잡앤조이=이진이 기자/정예은 대학생 기자] “남의 집 일인데 그냥 둬”라는 말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개별적인 영역으로 치부됐던 가정 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부모를 살해하는 등의 사례는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한다. 


한 개인이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수많은 관계 중 가장 필연적이고 벗어나기 힘든 관계를 떠올린다면 누구든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를 떠올릴 것이다. 특히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시기의 개인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 형성된 가정 내에서의 잘못된 애착은 성장기를 지나 성인기에 접어든 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교육계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기의 자녀와 부모 사이에 형성된 애착유형은 성인기 자녀의 성취감, 자아존중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자녀와 부모 사이에 형성되는 건강한 애착관계는 자녀를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존재로 성장시키지만, 반대의 경우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개인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를 둘러싼 “관계”라는 키워드 중 가장 원초적이고 종속적인 가족관계에서 형성된 잘못된 애착관계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잘못된 애착관계를 인식하고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CHAPTER 1.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
‘불면 꺼질까 쥐면 터질까’는 자식을 애지중지 키우는 부모를 뜻하는 우리 속담이다. 이 속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헬리콥터 부모가 떠오른다. 헬리콥터 부모란 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을 맴돌며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는 부모를 말한다.

 

자녀를 소중히 키운다는 우리 속담과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고 통제하는 헬리콥터 부모는 다르지 않냐는 반문이 제기될 수 있지만 헬리콥터 부모 역시 그 시작은 자식을 애지중지 하는 마음이었다. 자녀를 너무 아끼고 사랑하다보니 자녀가 실패하고 넘어지는 모습을 견딜 수 없는 마음, 헬리콥터 부모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흔히 자녀를 칭할 때 내 아이라고 많이들 말하는데, ‘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그때부터 객관화가 힘들어진다. 아이를 온전히 그 아이 자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투사 육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부모가 하지 못했던 것들, 부모가 가졌던 약점들을 아이는 가지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실패와 결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정서적인 거리를 두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헬리콥터 유형의 부모는 자녀의 발달단계와 관계없이 자녀에게 간섭하기 때문에 자녀가 유능감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건강하지 못한 애착형성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자녀가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 유능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는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의 모든 순간을 통제하려고 한다. 학부모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자녀관리 어플의 유행 또한 헬리콥터 부모들의 잘못된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다.  



△100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된 부모용 자녀관리 어플.



1000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된 부모용 자녀관리 어플을 통해 부모는 자녀의 휴대폰 사용 시간, 접근 금지 사이트 등을 지정할 수 있다. 물론 학업 집중도를 높이고 학습 향상성을 높이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합의 하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합의된 상태에서 자녀관리 앱으로 관리를 받았다고 한 대학생 A씨는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 관리를 받기로 했다. 스스로 핸드폰 사용 시간을 통제하지 못해서 관리를 받는 것이 조금 힘들 때도 있었지만 성적 향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나중에는 조금 더 강하게 제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모의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인 관리와 통제는 오히려 악영향을 낳는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 B씨는 “부모님이 핸드폰은 연락용도가 아닌 오락용 어플 등은 사용을 제한했다. 휴대폰 사용뿐만 아니라 귀가시간, 학업성취도에도 많이 간섭해서 부모님한테 감시받는 것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점점 그 감시에 익숙해져서 부모님의 양육방식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CHAPTER2.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잘못된 애착관계를 다시 건강한 관계로 돌려놓기 위한 첫 단계는 문제의 인식이다.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 내의 잘못된 애착관계는 오랜 시간 이어지기 때문에 잘못된 것을 인지하기도, 개선을 시도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나 아동기 때부터 지속적으로 부모의 간섭과 통제를 받아온 자녀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필요 이상의 간섭과 통제를 받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기 힘들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서서히 부모의 간섭과 통제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양소영 심리상담센터 원장은 “자녀가 스스로 부모와의 관계에서 잘못된 애착이 형성돼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한 사회화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헬리콥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자녀의 경우에는 이런 사회화 경험이 현저히 부족하다. 부모가 자녀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자녀 스스로 사회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부모를 제외한 다른 사람과의 소통할 경험이 없던 자녀는 자연스레 또래아이들보다 낮은 수준의 사회화정도를 보인다. 각 시기별 성장 단계에 맞는 사회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자녀의 일생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 8월 발표한 ‘헬리콥터 부모의 양육태도와 자녀의 사회적 안녕감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의 과잉보호, 과잉기대, 과잉간섭은 자녀의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 아래서 자란 자녀들의 부족한 사회화 경험이 자녀의 자아 인식 정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사회화 경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CHAPTER3. 가정 내 잘못된 애착관계, 가족만의 문제는 아니야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자녀들을 ‘캥거루족’이라고 말한다. 캥거루가 주머니에 아이들을 넣어 다니는 것처럼 부모님의 품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녀들을 캥거루에 비유하는 것이다. 이런 캥거루족 역시 헬리콥터 부모처럼 가정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잘못된 애착관계의 또 다른 유형이다. 전문가들은 가정 내의 잘못된 애착형성의 원인은 사회 전반에 걸쳐있다고 지적한다. 


임영주 대표는 “경제적인 독립을 하지 못하는 자녀들과 경제적인 이유에서의 미혼(혹은 비혼)의 자녀가 증가하면서 헬리콥터 부모도 증가했다.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자녀를 온전한 성인으로 대하지 못하고 유아기의 아이처럼 간섭하고 보호하게 되는 것”이라며 가정 내의 잘못된 애착관계의 형성은 가정 내부의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가 결합된 형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부모세대가 느끼는 자녀세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8년 대비 2016년에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간이 증가했다. 더불어 취업난과 집값 상승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현재 자녀세대의 청년들을 기점으로 취업난이 시작되면서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는 시기가 이전 세대보다 늦어졌다. 취업을 해서 스스로 경제적인 영역을 부담할 수 없으니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시대상으로 바뀌었다. 


지난 9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4068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 캥거루족에 대한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8%가 캥거루족을 당연한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구직활동 중인 대학 졸업생 C씨는 “처음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독립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어서 아직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용돈을 받고 있다.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해서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취업하고 나서도 자리 잡을 때까지는 지원을 받아야 할 것 같다”며 경제적 독립이 어려워진 사회상을 꼬집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는 캥거루 자녀와 그런 자녀를 온전한 성인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문제의 소산이다. 가정 내 잘못된 애착형성의 문제를 한 가정의 특수한 문제로 치부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임을 인식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CHAPTER4. 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가정을 만든다

가정 내의 건강한 애착관계 형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자연스레 가정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부모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가정을 대상으로 부모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임영주 대표는 “부모교육은 부부교육을 의미한다. 그리고 부부교육은 결국 각 인격체에 대한 교육이다. 사람과 사람이 인격체로서 상대와 소통하는 능력을 교육하는 것이 부모교육의 핵심이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상호작용하고 교류하는 능력을 길러준 뒤에 아동의 발달 단계를 학습시키는 것이 부모교육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정을 이루는 부모의 행복이 건강한 가정을 구성하는 데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ziny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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