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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의 맞춤형 콘텐츠로 한 달 새 구독자 10만명 늘었죠″ 러시아인에게 더 인기있는 유튜버 송채린 씨 조회수 : 1192

[한경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강민우 대학생 기자] 전공 지식을 살린 콘텐츠로 10개월 만에 구독자 23만 명을 모은 대학생 유튜버가 있다. 성균관대 노어노문학과 2학년 송채린(22)씨다. 


송 씨는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유튜브 영상을 만든다. ‘20대 러시아인들이 한국 공장에 취업하는 이유’부터 ‘러시아 남자와 한국 남자의 데이트할 때 차이점’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막힘없는 러시아어에 갖은 표정연기를 더해 혼자서도 10분이 넘는 영상을 거뜬히 끌고 나간다. 


가령 주제가 ‘러시아 남자와 한국 남자의 데이트할 때 차이점’이라면 송 씨는 “한국 남자는 자기관리를 한다?”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한다. 송 씨는 “러시아 남자는 화장한 한국 남자를 보면 토하는 시늉을 한다”나 “면도 안 한 러시아 남자를 보고 세수를 안 한다고 생각했다”처럼 웃음을 노린 대목도 눈에 띈다. 구독자 중 90%가 러시아 등 유럽인일 정도로 현지에서 송 씨의 인기가 높다.

 


△전공 지식을 살린 콘텐츠로 10개월 만에 구독자 23만 명을 모은 대학생 유튜버 송채린(22)씨. 



“러시아어가 제 인생을 바꿨어요”

지난 달 21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송 씨를 만났다. 인기비결을 묻자 송 씨는 “러시아어가 유창한 한국20대 학생은 희소성 있는 캐릭터”라는 점을 꼽으며 “K팝 등의 영향으로 러시아 현지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점을 노렸다”고 덧붙였다. 수요는 있지만 이를 만족시킬 콘텐츠는 없는 상황에서 뛰어난 러시아어 실력이 무기가 되어준 셈이다.


송 씨는 러시아어에 대한 애정이 많다. “러시아어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처음부터 특별한 목표가 있어 러시아어를 배운 것은 아니었다. 송 씨는 “고교입시를 앞두고 외국어고등학교를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성적과 경쟁률을 고려하니 선택지는 러시아어과뿐이었다”며 “배우면서 소질이 있음을 알았다. 나중엔 러시아어 수업시간이 유일한 힐링으로 느껴질 만큼 러시아어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다 유튜버의 길로

명덕외고 재학시절 러시아어 경시대회 입상 등 러시아어 성적만큼은 ‘최상위’였던 송 씨다. 그래서 대학에 넣을 원서에도 망설임 없이 노어노문학과를 적었다. 하지만 취업시장에서 어문계열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송 씨의 고민이었다. 송 씨는 “진로 문제가 걱정이었지만 러시아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며 “그때 유튜브가 떠올랐다. 러시아어로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쉬운 일은 없었다. 송 씨는 “첫 6개월은 구독자가 늘지 않아 회의감이 들었다”며 당시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송 씨에겐 확신이 있었다. 주마다 2편씩 영상을 업로드할 만큼 유튜버 생활에 더욱 매진했다. 송 씨는 “그땐 촬영과 편집이 일상의 전부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꾸준함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송 씨는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다른 유튜버들과 차별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유명 채널들을 찾아보고 분석하는 일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결국 송 씨의 노력이 반응을 이끌어냈다. 1만 명 남짓이던 구독자 수가 7월 한 달간 10만 명으로 늘었고 10개월 차엔 그 두 배인 20만이 됐다. 


처음엔 러시아 친구들로부터 도움받아…이젠 그들에게 한국어 가르쳐

송 씨는 러시아 유학 경험이 없다. 2주간 여행으로 다녀온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송 씨는 현지인 구독자들과 무리없이 소통한다. 러시아 문화에 대한 이해도 풍부하다. 송 씨는 “러시아 친구를 많이 사귄 것이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송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러시아 친구들과 펜팔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유튜브 채널 개설 후엔 구독자들이 새로운 친구였다. 송 씨는 “현재 영상 대본을 감수해주는 러시아 친구도 구독자로 만났다”며 “덕분에 보다 정확한 러시아어 대본을 만들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송 씨는 요즘 한국에 사는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송 씨는“한국에 사는 러시아 친구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봤다”며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한국어 교육자료는 문법 위주라 실용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송 씨는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사용빈도가 높으면서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한국어 회화표현 200개를 추려서 이를 러시아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어쩌라고’나 ‘너나 잘해’처럼 한국어 교과서엔 없는 표현도 담겼다. 송 씨는 “흥미롭고 유익했다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여태껏 만든 영상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조회수도 30만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온라인 한국어 교육 사업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송 씨는 “아무래도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에서 변화를 많이 느낀다. 류블류 찌바(‘널 사랑해’를 뜻하는 러시아어)라는 DM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는다”며 웃었다. 인기 유튜버로 당당히 자리잡았지만 송 씨에겐 더 큰 목표가 있다. 송 씨는 “창업이 꿈이다. 러시아인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사업을 하고 싶다. 현지 수요도 많다”며 “언택트가 화두인만큼 인터넷 강의 플랫폼을 구상 중이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