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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아르바이트 구하기①] ‘물류센터 알바’ 대학생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조회수 : 5744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백지헌 대학생 기자]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많은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구하기에 나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캠퍼스 잡앤조이>가 ‘여름방학 아르바이트 구하기’를 주제로 시리즈 기획을 다뤄봤다.


① ‘물류센터 알바’ 대학생기자가 직접 경험해봤다

② 나에게 맞는 알바 유형은?

③ “내가 경험한 최악의 손님은” 알바생들의 수다

④ 알바생들이 알아야하는 ‘시사 상식’


코로나19로 알바 자리가 급격히 감소했다.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처지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한 카페의 알바 모집 공고에는 약 400명의 구직자들이 지원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알바를 그렇게 구하기 힘들까?’ 라는 물음에 직접 아르바이트를 구해봤다.


알바 모집 공고 검색, “물류센터 알바뿐”



△알바 모집 공고를 통해 연락한 업체로부터 당일 근무 가능 문자를 받았다. (사진=백지헌 대학생기자)



알바 모집 공고를 수시로 살폈지만, 물류센터나 상하차 알바 모집 외에는 구직공고를 찾기 어려웠다. 알바 사이트에서부터 코로나19발 알바 구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차라리 일일 알바라는 점을 활용해, 물류센터 알바 현장을 취재해 보기로 했다. 4월 말부터 알바 모집공고를 모니터링하면서 일일 알바를 모집하는 곳에 모두 연락을 해뒀다. 며칠 후, 한 업체로부터 당일 근무 가능 연락을 받았다. 모니터링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오전에 있었던 화상 수업을 마치자마자 준비를 하고, 집결장소로 향했다.


집결장소인 사당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은 청년, 중년, 남녀 구분 없이 다양했다. 거주지도 서울, 하남, 과천 등으로 수도권 각지에서 모였다. 사전에 담당자가 마스크를 꼭 착용하지 않으면 작업할 수 없다고 했기에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신원을 확인한 뒤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자가진단 문진표 작성을 요청받았다.


담당자에게 인사를 하자, 신원을 확인한 뒤 코로나19 예방차원에서 자가진단 문진표 작성을 요청받았다. 문진표에는 해외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었다.



△출퇴근 앱의 안면인식을 통해 출퇴근을 파악했다. 



이 업체는 출퇴근 앱의 안면인식을 통해 출퇴근을 파악하고, 건강 자가진단 및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급여를 지급한다고 한다. 안내에 따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안면인식을 등록하여 출근 체크를 했다. 체온 체크 후 근무지로 가기 위해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중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일일 근무에 지원한 대학생 권현서(가명, 20) 씨는 “곤지암 물류센터에서 한 번 근무해본 경험이 있다”며 “급여가 당일 지급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친구와 함께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속도로를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경기도 군포시의 한 물류센터. 



고속도로를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곳은 경기도 군포시의 한 물류센터였다. 당최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면적의 땅에 거대한 물류 관리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출퇴근 앱에서 GPS와 블루투스를 이용해 현장 도착 체크를 했다. 일용직 근무자이지만 상당히 정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근무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안전보건교육, 안전불감증 관련 영상 교육, 코로나19 감염예방 교육을 필수로 이수해야 했다. 신규 근무자들은 따로 모여 안전교육 교관의 사고예방 교육을 받고 확인증을 받았다.


안전교육이 끝이 아니었다. 혈압과 체온을 체크하고, 안전모와 목장갑, 마스크를 받았다. 체온이 기준치보다 높으면 근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근무시간은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기본 7시간에, 새벽 6시까지 진행되는 초과근무 3시간과 저녁 1시간을 포함해 총 11시간이었다.



△일하는 현장.



오후 5시. 드디어 현장에 투입되었다. 담당 업무를 배정받기 전, 감독관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신규 근무자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도중에 힘들다고 집에 갈 사람은 지금 말하세요. 어차피 중간에 귀가해도 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고 경고했다. 잠시 후 직원은 나에게 행낭 포장 체결작업을 배정했다. 행낭 포장이란, 같은 중간 배송지까지 배송되는 소형 화물들의 효율적인 운송을 위해 하나의 자루에 넣어 통째로 배송하는 방법을 말한다.


직원을 따라 화물 분류대로 이동했다. 고정 근무자를 통해 업무 요령을 배웠다. 우선 화물 분류기에서 나온 화물들을 분류 담당자가 큰 포대자루에 넣어주면, 자루를 받아서 자루 입구를 케이블 타이로 묶는다. 이 작업을 ‘체결’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후, 각 자루에 붙은 바코드 번호를 확인하여 해당 번호 트레일러 앞 짐 싣기 담당자에게 넘겨준다. 이 단순 반복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거대한 트레일러는 그 위용을 자랑하며 물류센터 안으로 끊임없이 줄지어 들어왔다. 트레일러 속 끝이 보이지 않는 텅 빈 공간은, 마치 동화 ‘피노키오’의 고래 뱃속을 연상케 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나름대로 요령을 익혀서 속도감 있게 작업을 했다.


조마다 상황이 달랐지만 내가 속한 조는 4명의 근무자가 매시간 15분씩 돌아가면서 휴식을 하기로 약속했다. 물론 휴게실에 오가는 시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10분 정도 쉴 수 있다. 휴식시간에는 교육장에 올라와서 잠시 팔다리를 쉬게 하거나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매시간 쉴 수 있어서 뜻밖에 예상했던 것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쉬는 시간마다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짬짬이 느낀 점들과 동료 근무자들과의 대화를 기록했다.


오후 7시(2시간 경과), 휴게실 반쪽은 불이 꺼져 있고 의자를 서너 개 붙여서 눕거나 기대서 휴식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얼마 쉬지 못하고 다시 마스크와 안전모를 챙겨 들고 담당 라인으로 향한다. 쪽잠을 자거나 친구, 애인과 통화를 하는 사람도 종종 보였다. 영어단어를 외우는 사람도 있었다. 얼마 전 군 복무를 마쳤다는 김주형 씨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일 근무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오후 8시(3시간 경과), 근무환경 조성을 이유로 작업장 내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서 업무 중 촬영은 한계가 있었다. 휴게 시간이 겹치는 근무자들과 짬짬이 대화를 나눠보았다. 20대 대학생부터, 배우 지망생, 30대 니트족, 기타리스트, 40대 학부모, 은퇴한 운전기사, 은퇴한 한문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고하나 씨는 “자취하는데 생활비가 부족해서 돈 벌러 왔다”며 “코로나 때문에 요새 알바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했다. 고 씨는 “친언니 소개로 왔는데, 해보니까 언니가 왜 그렇게 힘들다는 표현을 썼는지 알 것 같다”고 자조했다.


오후 9시(4시간 경과), 무릎과 허리가 아파져 왔다. 또 케이블 타이 묶을 때 거친 목장갑과 얇은 살갗이 마찰을 일으켜 표피가 마모돼 아팠다. 수많은 자루를 들었다가 놓으니 손톱 밑이 욱신거린다. 휴게실의 근무자들도 다들 꽤 지쳐 보인다. 송민균(대학원생) 씨는 “이전에 하던 알바가 인원을 감축하면서 해고를 당했고, 대학원생으로서 받는 급여도 충분치 않아 지원했다”며 “대학원생도 따로 수입원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10시부터는 식사 시간이다. 감독관이 쩌렁쩌렁 한목소리로 “식사하세요”라고 외침과 동시에, 화물 분류기의 모든 소음과 움직임이 멈췄다.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하며,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이다. 그런데 물류센터의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식당으로의 통행 역시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했다. 식단은 나쁘지 않았다. 밥과 김치, 어묵탕, 계란찜, 미트볼, 조미김이 나왔다.


식사 후에는 다시 관광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기타를 전공하고 기타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서영준 씨는 “요즘 상황이 안 좋아서 강사가 되는 것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면서 “동거인이 있는데 마냥 얹혀살 수 없어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물류센터 말고는 소득이 없느냐는 질문에서 서씨는 “사실상 그렇다. 부모님께서는 모르지만,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답답하다”고 밝혔다. 불편한 질문을 받은 서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그는 “마치 화물 분류기 속 하나의 기계 부품이 된 것 같다”고 기분을 표현했다. 서씨의 이야기를 듣고 영화 ‘설국열차’에서 열차를 움직이는 한 핵심 부품이 단종되자 그 부품을 대체하기 위해 열차 속으로 들어간 꼬마가 생각났다.


화물 분류기는 거대하다. 2층 구조로 되어있고, 2층에는 감독관이 전체를 감시하고 있다. 이런 물류센터가 전국에 수백 개, 각각의 물류센터에 화물 분류기가 수십 개, 화물 분류기마다 일일 근무자들이 수십 명 달라붙어 부지런히 화물을 옮기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치 근무자들의 처지가 마치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판옵티콘’의 재소자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전후로는 행낭 포장을 하지 않고 소형 화물을 직접 트레일러에 적재했다.



△장갑의 잦은 마찰과 압력으로 인해 피부가 손상됐다.



새벽 1시(7시간 경과), 온몸에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옷을 홑겹으로 입은 근무자들은 웬 물벼락을 맞은 듯 젖어 있어 왠지 민망하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면 쉬는 시간마다 오백미리 페트병에 물을 가득 담아 마셨는데, 화장실은 이상하게도 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정도로 땀 배출이 많은 작업이라는 걸까. 수많은 마대 자루들의 입구를 케이블 타이로 묶다 보니 손가락과 장갑의 잦은 마찰과 압력으로 인해 피부가 손상돼 있었다. 심지어 미끄럼 방지 코팅이 된 장갑마저 언제 새것이었느냐는 듯이 점점 해져가고 있었다.


새벽 2시(8시간 경과), 이제 같은 라인 사람들과 기가 막히게 호흡이 잘 맞는다. 어디까지 자신의 작업인지 명확히 구분되고 나니 효율적인 분업의 상태가 구현되었다. 그나저나 군대에서도 해본 적 없는 10시간 연속 헬멧 쓰기를 하게 될 줄이야. 밀착된 마스크를 몇 시간씩 쓰고 있으니까 귀 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두통이 생겼다.



△새벽 3시, 캄캄해진 물류센터 모습.



새벽 3시(9시간 경과), 휴게실에 상당수가 쪽잠을 잤다. 그리고 밥 먹기 전까지만 해도 별 의식하지 않은 통증이 심해졌다. 발바닥, 다리, 무릎, 허리, 어깨, 목, 손목, 손가락 관절 모두 통증이 느껴진다.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렸다.


화장실에 가서 만난 강석호(가명, 40대 학부모) 씨는 “중학생 딸, 아들의 교육비를 벌어야 하는데 기존에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져 거의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통비, 이동 시간을 빼면 최저 시급이나 마찬가지가 아니냐는 질문에 강 씨는 “하루 단위로 하기엔 이만한 일이 없다”며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서 이런 일이라도 감사한 마음으로 할 수밖에….”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새벽 5시가 지나니 캄캄했던 물류센터에도 조금씩 어슴푸레하게 여명이 밝아왔다. 오전 5시 40분경, 기계가 돌연 작동을 멈췄다. 중간마다 있던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기다렸는데 잠시 후 직원으로부터 금일 물량이 모두 달성되었다는 안내를 받았다.


퇴근 전까지 작업장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마치고 대기하는 동안 같은 라인에서 작업했던 대학생 전상훈 씨와 처음 대화를 하게 되었다. 전 씨는 앞으로 또 물류센터 알바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목표가 있어 당분간은 할 것 같지만, 여건이 된다면 더 괜찮은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답했다. 퇴근 후 계획에 대해 전 씨는 “피곤해서 다른 걸 할 여유는 없을 것 같다”며 “집에 가서 잠깐 자고 3시에 다시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퇴근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일제히 출퇴근 앱을 열고 퇴근 등록을 위한 안면인식을 했다. 줄을 서서 체온 측정을 한 뒤 퇴근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절차들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최근 부천의 한 물류센터에서 집단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갑자기 섬뜩한 기분이 들었지만, 방역 수칙을 준수했던 현장의 절차들을 생각하니 다소 안심이 됐다.


퇴근 버스에 자리를 잡자 그동안 긴장돼 있던 온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며 풀어졌다. 버스는 곧 출발했고, 다들 피곤한지 의자에 기댄 채 버스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문득, 곽재구 시인의 시 ‘사평역에서’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 두고 /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류창고 알바를 마치고 퇴근하는 이들도 ‘비슷한 심정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과 함께 어느새 잠이 들었다. 눈을 떠 보니 사당역이었다. 비몽사몽 한 채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은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온몸에서 근육통이 느껴졌다.


잠든 사이 어느새 급여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교통비와 출퇴근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 최저 시급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온몸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특히 허리와 어깨가, 손톱이 가장 아팠다. 하지만 ‘이 시국 대학생’에게 마음 놓고 쉴 여유는 없었다. 어제 들은 화상 수업의 과제로 향했다.


초고속 택배 뒤에 감춰진 이야기

힘들다고 알려진 물류센터 알바에 인력이 몰릴 정도로 구직이 어려워진 오늘날, 한 명의 대학생으로서 직접 일일 근무를 하면서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 체험기를 써보았다. 그러나 직접 작업을 하면서 짬짬이 인터뷰를 하다 보니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거나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던 것이 퍽 아쉬웠다.

막연한 상상으로 가 본 현장에는 뜻밖에 남녀 성비가 비슷했고, 고학력자나 전문직 종사자도 있었다. 업체 관계자는 “최근 신규 근무자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주문 증가로 유통업계는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여느 때보다 많은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는 물류센터에서 일일 근무자들은 수많은 화물 틈새에서 땀과 먼지로 뒤덮인 기나긴 밤을 꿰뚫고 전국으로 화물들을 보낸다.

그들에게는 화물 분류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화물의 수 만큼이나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있었다. 문득, 며칠 전 주문한 택배가 떠오른다. 그 택배 상자에는 어쩌면 누군가 새벽에 흘린 먼지 섞인 땀방울이 스며들어 있지는 않았을까. 택배가 늦는다며 불평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