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통신원

대학생이 직접 해봤다 ′로우 웨이스트′ 도전기 조회수 : 1558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송하은 대학생 기자] 아빠는 쓰레기 선별장에서 일하셨다. 그래서인지 아빠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말고 재활용을 열심히 하라고 늘 잔소리하셨다. 덕분에 습관처럼 재활용은 꽤 열심히 해왔지만 불필요한 쓰레기 줄이는 법은 잘 몰랐다. 어렵고 귀찮고. 어차피 어딜 가나 쓰레기 나올 일들뿐이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많은 쓰레기를 어떻게 줄여.’ 

 

최근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배우 류준열 씨가 마트에서 다회용 용기에 생선을 담은 사진을 봤다. 어라, 귀찮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데. 유명한 연예인이 해서 그런 거였는지 모르겠지만 멋져 보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쉬워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생활쓰레기가 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러다 문득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본 것이 생각나 좀 더 검색해봤다. 코에 플라스틱 빨대가 꽂혀 숨을 못 쉬는 거북이 사진을 찾았다.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인 매립지도. 내가 버린 쓰레기가 생명을 위협하고 환경을 파괴한다. 그건 결국 내가 설자리를 내가 줄여가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까짓 거, 나도 해보리라 다짐했다. 


Step1. To do list 만들기

1. 일주일 간 배달음식 안 먹기 – 집에만 있으니 배달음식을 자주 먹게 됐다. 한 번 배달음식을 먹으면 쓰레기가 꽤 많이 나온다. 웬만하면 만들어 먹거나 직접 가서 사 먹기로 했다. 


2.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산 물건 활용하기 – 여기서 쓰레기를 줄일 힌트를 많이 얻었다. 어떤 물건을 샀는지는 잠시 후에 공개합니다! 


3. 휴지 대신 손수건 사용하기 – 휴지 생산을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벌목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환경부 연구에 의하면 연간 휴지 이용을 20%만 줄여도 연평균 약 6236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Step2. 실천하기 ‘배달 대신 포장 어때?’

집에 밥이 없다. 배달음식은 안 먹기로 했으니 대신 포장을 해오기로 했다. 메뉴는 김밥으로 정했다. 큰 그릇과 요리용 뚜껑을 하나 챙겨 가까운 분식점에 갔다. 


“김밥 여기에 담아주세요.” 주인아저씨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알겠다고 했다. 계산하기 전 그릇 위에 비닐봉지를 씌우려는 아저씨에게 “비닐 안 씌워주셔도 돼요!”라고 말했다. 


“먼지 묻을 텐데요?” “뚜껑 가져와서 괜찮아요.” 평소였다면 김밥을 감쌀 은박지와 까만 비닐봉지를 함께 받아왔을 테지만 그릇과 뚜껑을 챙겨가니 쓰레기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첫 도전, 성공이다. 



△그릇에 김밥을 포장해본 것은 처음이다. (사진=송하은 대학생 기자)



△실리콘 뚜껑으로 먼지가 붙는 것을 막아줬다. 



텀블러+실리콘 빨대 꿀 조합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구입한 첫 번째 물건은 실리콘 빨대. 카페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해본 적은 있지만 실리콘 빨대는 처음 봤다. 유리, 스틸 등 다른 옵션도 있었지만 실리콘 재질이라면 깨지거나 젖어서 모양이 망가질 일도 없고 입술에 달라붙지도 않을 것 같아 골랐다. 


먼지가 잘 묻는다는 후기를 봤는데 물로 살짝 헹궈서 손수건으로 닦아 쓰면 괜찮을 것 같다. 텀블러와 빨대를 챙겨나갔다가 집 근처 좋아하는 카페에서 라테를 샀다. 텀블러에 커피를 담고 새 빨대로 마셨다. 쓰레기도 안 나오고 설거지하면 계속 쓸 수 있는 데다 디자인도 일반 플라스틱 빨대보다 훨씬 귀엽다. 200% 만족.



△병아리 모양의 실리콘 빨대.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왔다.



△쓰레기 안 나오는 조합 완성이다.



만능 면 주머니

두 번째 구입한 아이템은 면 주머니다. 사실 대파나 바게트 같은 긴 물건을 담는 용도인데 아무거나 넣어도 다 들어갈 것 같아 요 며칠 외출할 때마다 들고 다녔다. 잠깐 학교에 들러야 할 일이 있어서 갔다 오는 길에 빵이 먹고 싶어서 동네 빵집에 들렀다. 


이왕이면 비닐 포장이 없는 빵을 사고 싶었는데 거의 모든 제품에 비닐 포장이 되어있었다. 위생 문제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 한 편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재활용 가능한 포장은 없을까.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동그란 만주를 발견했다. 막 구운 건지 마침 비닐 포장도 없었다. 


주인아줌마가 면 주머니에 빵을 담아주시면서 “면 주머니를 가져오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가끔 비닐봉지를 안 드리면 언짢아하시는 손님들도 계시거든요”라며 칭찬해 주셨는데 괜히 뿌듯해졌다. 사용한 면 주머니는 깨끗하게 손빨래해두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쓸 수 있다. 



△다용도 면 주머니.



△이렇게 귀여운 만주를 가득 담아왔다.



빨아 쓰는 화장솜

제로 웨이스트 숍에서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발견했다. 휴지와 비슷하게 워낙 자주 쓰는 필수품이라 낭비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 바로 화장솜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일회용 화장솜 두세 개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버리곤 했다. 


빨아 쓰는 면 화장솜은 넉넉하게 10장을 구입했다. 적당히 도톰하고 거즈 부분이 부드러워 사용하기 좋았다. 화장을 지우고 세안하기 전, 비누로 빨았다. 세안 시간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손 한 번 더 씻는다고 생각하고 비누로 몇 번 조물조물하니 잘 세탁이 됐다. 



△부드러워 보이는 면 화장솜.



△화장을 지워봤다. 생각보다 잘 닦인다.



하루 종일 손수건

오늘은 휴지 안 쓰고 하루 종일 손수건 쓰기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다. 이 미션이 제일 어려웠다. 휴지를 생각보다 너무 많이 쓰고 있었다. 손수건을 챙겨갔음에도 밥을 먹다가 무심코 휴지로 입을 닦아버렸다. 아차 싶은 생각에 바로 손수건을 가방에서 꺼내놓고 수시로 썼다. 


손수건을 얼마나 쓰게 되는지 맘속으로 세어봤는데 밥을 먹으면서 대 여섯 번, 음료수 마시면서 두세 번, 손에 묻은 소스 닦느라 한 번. 휴지를 썼다면 한 10장은 거뜬히 썼을 것 같다. 평소에 손수건을 써본 적이 거의 없어서 무심코 휴지를 뽑았다가 다시 넣어놓고 손수건을 꺼내들고를 반복했다. 사실 화장실에서 손 닦으면서 휴지를 한 번 더 썼다. 온전히 손수건만 쓰기 미션은 실패했지만 평소와 비교해 훨씬 많은 양의 휴지를 줄인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컵 밑에 물이 생겨 손수건으로 닦았다. 손수건을 컵 밑에 받쳐놓았다.



△하루 동안 사용한 손수건. 얼룩덜룩 해졌다. 



Step3. 일주일이 지나고

일주일 후 나의 감상은 쓰레기 줄이는 것, 생각보다 할 만하다는 것이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습관이 덜 들어서인지 외출하면서 텀블러와 빨대를 깜박해 플라스틱 컵에 커피를 마시기도 했고 손수건 대신 휴지를 무심코 꺼내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도전을 하면서 생긴 변화는 쓰레기를 버리기 전, ‘꼭 버렸어야 하는 쓰레기인가?’ ‘줄일 수 있지 않았는가?’를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아직은 조금 어색한 다회용품 사용 습관을 되새겼고 환경에 부담이 덜 가는 선택지는 무엇인지 고민했다. 


작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작성된 글에 따르면 1년에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수백만 톤에 달한다고 한다. 독성 물질과 결합해 바다에 쌓이는 플라스틱 조각들은 최소 5조 개에 이른다. 


바다에 남아있던 플라스틱 조각들은 소금이나 해산물 등을 통해 다시 우리 몸으로 돌아온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휴지와 나무젓가락, 종이 영수증 등은 더 많은 나무들이 희생되도록 할 것이다. 숲이 사라지면 깨끗한 공기도, 그 안에 살아가는 각종 동식물들도 사라지게 된다. 오로지 쓰레기와 인간만이 남겨진 세상이 어떨지 상상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곧 지구에서의 생존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우리가 약간의 수고를 감수한다면 우리 손으로 짓누르고 있던 지구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손수건과 면 주머니를 몇 개 더 사기로 했다. 여러 개 사두면 이곳저곳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듯 해 보인다. 집에 남아있는 플라스틱 칫솔을 다 쓰면 대나무 칫솔도 구입해볼 생각이다. 이번 도전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일상으로 스며들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혹 함께 도전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jinho23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