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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학보 본 적 있나요?” 존재감 없어져가는 학내 신문 위기 조회수 : 1208

△광운대신문. (사진=백지헌 대학생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백지헌 대학생 기자] 학생들은 학보를 잘 읽지 않는다. 광운대신문이 광운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학교 신문을 읽어본 적이 있나’라는 질문에 59.8%가 '읽어본 경험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학보 구독률은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학보를 읽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내 언론의 현실과 문제 상황을 알아보고, 일반 학생들과 학내 언론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들이 학보를 읽지 않는 이유 “흥미로운 기사 없어”

우선 학생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가 부족하다. 학보사 수습기자 경험이 있다고 밝힌 박혜림(가명, 24) 씨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사보다는 커뮤니티나 학교 공지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단순 정보성 기사들이 학보의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내 신문에는 기성 언론이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정보성 기사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흥미는 개인차의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대학별 특성을 내세운 특색 있는 기사 구성도 부족하다. 학내 언론의 홍보 부족도 문제로 꼽힌다. 


구독 저조 현상은 단순히 콘텐츠의 문제가 아닌 마케팅의 문제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성민(가명, 광운대 25) 씨는 “신문사 자체 홍보가 아닌 다른 화제로 인해 신문사가 학생들 사이에 자주 언급되면서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며 “신문사 자체적인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관심도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과거 학보를 몇 번 본 적 있다는 배성은(가명, 한국외대 24) 씨는 “이제는 학보를 잘 보지 않는다”며 “사학 비리나 학내 시설물 신축 등 중대하거나 관심이 있는 소식은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 외 사소한 학내 소식에는 그다지 시간을 투자해 볼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씨 역시 “사실 요즘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 관리와 스펙 쌓기에 바빠 학내의 크고 작은 이슈를 일일이 살펴볼 여유가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과거에는 대학생들로 대표되는 시대의 지식인들이 뭉쳐 지켜낸 학내 민주주의라는 주요 공통 관심사가 있었지만, 오늘날의 학내 분위기는 그보다는 개인의 안위와 진로, 취업 문제 해결이 더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접근성 떨어지는 지면 발행

학생들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면 발행 방식을 문제점으로 짚었다. 대부분의 20대는 지면보다 PC와 모바일 환경을 통한 정보 습득에 더 익숙하다. 학보사들도 물론 자체 온라인 플랫폼 및 SNS등을 통한 학내 구성원과의 소통을 병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보가 아직도 기성세대가 주로 소식을 접하던 방식인 지면 발행이라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은 종이신문에 낯설다. 2016년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종이신문 이용률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은 7.4%로 나타났다. 


김성민 씨는 “학생들이 뉴스를 접하는 경로가 온라인으로 단일화 되어가고 있는데 아직도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것은 시대에 뒤쳐진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박혜림 씨는 “신문 발행일이 한참 지났는데도 상당한 양의 신문이 학내 곳곳에 쌓여 있는 경우가 꽤 있었다”며 “기성언론의 종이신문도 잘 보지 않는데, 접근성도 부족한 학보는 더욱 도태될 수 밖에 없는 듯 하다”라고 말했다.


학보사의 구조적 문제도 한 몫

학보가 학생들에게 외면받게 된 데에는 그 이면에 숨겨진 사연도 있다. 우선 학생들이 기사를 내는 학내 언론에 주간교수나 대학 측의 과도한 간섭이나 편집권 침해가 학보사의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로 지적된다. 


배성은 씨는 “학내 언론임에도 학내 언론이 다뤄야 할 문제를 별로 다루고 있지 않다”며 “학보사는 학교 내의 정의 구현이나 민감한 사건들을 알리는 일에는 소극적인 듯 하다”며 학보에 대한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김성민 씨도 “정작 학생들이 원하는 총학생회 등 자치기구나 대학본부의 비리 등을 밝혀내는 비판적인 역할은 눈치를 보느라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학생 기자들은 학보사가 재정적으로 대학에 의존하는 구조적 문제를 가장 큰 학보사의 문제점으로 꼽는다. 많은 대학 신문사들이 학교에 재정적으로 귀속되다 보니 대학 측의 눈치를 보지 않고는 기사를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학보 편집권 침해 사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이 공개한 ‘대학언론의 자유’ 조사 결과에 따르면 45.8%가 ‘재단 비판보도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답했다. 학내 신문이 최우선적으로 비판하고 학생들을 대변해야 할 대상이 바로 그 소속대학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학내 언론의 구조적인 문제는 그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박혜림 씨는 “재정 지원을 인질 삼아 편집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기사의 질 저하는 물론 정말 학생들에게 필요한 기사를 쓰지 못할뿐더러, 심각한 경우 내부적인 자체검열로 이어지기도 한다”며 편집권 침해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어 “설령 그런 민감한 문제의 취급을 논외로 하더라도, 학보를 언론이 아니라 일종의 홍보지 쯤으로 취급하는 대학측의 태도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 친화적인 기사만을 찍어내는 학보는 무용(無用)하며 존재 의미를 박탈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보사 기자들 중도이탈 많아

그 밖에도 지원자 부족 및 지속적인 활동 동기 부족으로 인한 중도이탈 등 내부적 문제가 심각하다. 학내 언론 구성원은 대개 자발적 지원을 통해 구성되는데, 최근에는 활동하고자 하는 지원자가 줄어 학보 발행을 위해 최소한의 정원을 채우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학보사 활동보다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나 학점에만 집중하는 학내 분위기가 있었다. 한양대 신문사 한대신문에서 수습기자 활동을 하다 그만둔 조수현(가명, 25) 씨는 “학보사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되어 정작 학점이나 전공 관련 스펙을 쌓는 일에 다른 학생들만큼 신경 쓰기 어려워 학보사 활동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직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익명의 제보에 의하면 “학보사 경력은 언론사 공채에 잘 반영되지도 않는다”고 한다. 


반대로 학보사 내에서는 학생들의 책임감 부족으로 학기 중에 돌연 학보사 활동을 그만둘 때 발생하는 공백이 커서 필연적으로 학보사 운영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광운대 신문사에서 활동했던 졸업생 김정민(가명, 28) 씨는 “누군가 학보사 활동을 그만두면 남은 기자들이 그 몫을 나눠 감당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라며 “이제 학내 매체들은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적 분위기로 변화한 대학 현실에 뒤따르는 문제를 비롯해 현대사회에서의 학보사의 정체성과 방향성 또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NS활용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해야

학보사는 각 대학의 역사와 그 궤를 나란히 하며 학보를 발행해 왔다. 종이신문 발행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어쩌면 그 대학 학보사의 초심이자 정체성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대변화에 뒤쳐진다면 필연적으로 도태되어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희대 학내 언론인 ’대학주보‘는 대학 언론 최초로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편집 시스템을 갖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학주보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친근하고 접근성이 높은 매체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부산대 학보인 ‘부대신문’은 부산대 주변 지역의 주요 사건사고를 밀착 취재 보도하여 구독자들의 흥미를 모았다. 부대신문은 학부생과 교수 등 학내 구성원들 뿐만이 아니라 지차체 등 지역사회에도 배포가 된다는 점에서 그 질적 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처럼 몇몇 대학 언론사에서는 제각기 활로를 찾고 있다. 학교 측에 종속된 재정의 독립을 위해서 독립언론이 생겨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지역별 각 대학의 학보사들이 연합해 서울동부, 서울서부, 경기, 강원 등 지역별 연합 학보사를 구축해 재정적인 간섭에서도 벗어나고 영향력과 구독자층도 확장하자는 아이디어가 제시되기도 한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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