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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무인계산기는 없다?···늘어나는 무인계산기로 커지는 세대 간 정보 격차 조회수 : 2036

-점차 늘어나는 무인계산기···노년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 계층 '난감'



엔젤리너스 카페 무인계산기.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박성균 대학생 기자] 사람은 줄고 기계는 늘었다. 요즘 웬만한 매장에선 점원 대신 무인계산기가 손님을 반긴다. 어디를 가도 무인계산기 없는 매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 편의점은 더욱 그렇다. 전국에 1350개 매장을 둔 롯데리아는 826개 점포에, 420개 매장을 둔 맥도날드는 260개 점포에 무인계산기를 들여놨다. 절반 이상의 점포에 무인계산기를 도입한 셈이다. 롯데백화점도 올 5월 국내 최초로 서울 건대점·잠실점·김포공항점에 무인계산기를 설치했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은 물론, 친절 서비스를 앞세운 백화점까지 무인계산기가 확산되고 있다.

 

무인계산기 도입의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다. 특히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수요는 더 급증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도 240원(2.9%) 인상된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무인계산기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국대 근처에서 와플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 모씨(45)는 고민 끝에 무인계산기를 들여놨다. 무인계산기 구입비용이 500만 원 정도로 저렴하지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이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김 씨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아르바이트생 채용 걱정도 덜 수 있다”며 “무인계산기는 아르바이트생과 달리, 시간 조정이나 근무 태도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게 운영비용을 줄이면서 알바생을 매번 뽑는 수고도 덜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라며 무인계산기 설치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남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 모씨(44)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최저임금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계속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선 무인계산기 도입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무인계산기 ‘브니’.



각종 기계에 능숙한 젊은 소비자들도 무인계산기가 더 편하다는 반응이다. 패스트푸드점을 자주 이용하는 대학생 김지훈(24)씨는 “직원 눈치 보지 않고 쿠폰을 마음껏 쓸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면대면 접촉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굳이 직원과 말 섞을 일이 없으니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적다는 것이다. 이어 김 씨는 “머리를 감지 않았거나 조금 후줄근한 옷차림일 때도 마음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며 무인계산기를 이용하는 이유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도 '비대면 서비스화'를 '2019 외식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 무인계산기가 단순한 현상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이다.  


무인계산기에 적응하기 힘든 노년층의 고충···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항의로도 이어져

그러나 밝은 빛 아래에도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무인계산기는 기계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들에게 소비를 막는 ‘벽’이다. 특히 시력이 좋지 않은 노인들의 경우 어려움을 토로한다. 최근 친구들과 함께 무인편의점을 찾은 서 모(66)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기계에 익숙해 한 번 보면 바로 사용하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설명을 들어도 사용하는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눈도 잘 보이지 않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싶다”고 토로했다.



롯데리아 무인계산기로 구매하는 고객들.


 

최근에는 노년층의 일상과 밀접한 패스트푸드점과 마트마다 무인계산기가 보급돼있어 마냥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많은 좌석이 보유돼 있어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는 김병수(67)씨는 “요즘 무인계산기가 없는 곳을 찾아서 패스트푸드점 대신 카페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카페가 더 비싸지만 기계에 대한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어 심리적으로 편하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박 모(63)씨는 얼마 전 무인계산기 앞에 한참을 서 있다 다른 손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매장에 직원이 없는 시간이라 도움 받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무인계산기와 함께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고충도 크다. 무인계산기에 대한 항의를 듣는 것은 결국 아르바이트생이기 때문이다. 잠실의 한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알바생 김은영(23)씨는 “무인계산기 사용방법을 정중히 묻는 분도 있는 반면 폭언을 하는 분들도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김진주(24)씨도 “사실 기계보다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일하는 게 더 편하다. 가게에 근무자 대신 무인계산기가 생긴 이후로 노년층 고객들의 항의와 폭언만 더 늘었다”며 자신의 고충을 전했다. 


통계에서도 두드러진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그러나 교육으로 정보 격차 줄일 수 있어

통계에서도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는 두드러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8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노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63.1%로 가장 낮았다. 노년층이 일반 시민보다 디지털 정보를 약 절반가량 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인계산기가 확대되면서 이 같은 정보화 격차가 생활의 질 격차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제 디지털 정보를 다루지 못하면 장보기는 물론 식사, 기차표 구매까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 디지털 에이징 포럼 포스터 출처: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그러나 노년층 중에도 무인계산기를 익숙하게 활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무인 편의점을 자주 방문한다는 박화영(67)씨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이제 자신 있게 무인계산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계속 써보고 도움을 받다 보니 이제 잘하게 됐다. 다들 경험이 쌓이면 익숙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는 4년간 총 86억 원을 투입해 '디지털 문맹'이 된 노인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기차표 예매, 택시 호출, 모바일 뱅킹, 무인계산기 주문 등 디지털 활용법을 담은 교육 콘텐츠 등을 개발할 계획이다. 


디지털 시대는 바꾸거나 늦출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년층을 포함한 디지털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교육을 통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우리 모두가 도모해야하지 않을까.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