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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카페의 계파, 그룹별 풍선을 흔들던 그 시절, 아이돌 ‘팬덤의 역사’ 조회수 : 6643

-2세대 아이돌 시장을 점령한 동슈501

-2000년대 초반 가요시장의 열기를 더한 팬덤

-팬카페‧아이돌 굿즈‧팬픽 등 다양한 팬활동



[캠퍼스 잡앤조이 = 김인희 기자 / 이유진 대학생 기자] ‘EBS’ 하면 한국교육방송공사가 떠오른다. 10~20대 사이에서는 인기 아이돌 그룹을 지칭하는 은어로 쓰인다. 바로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3세대 아이돌 그룹 ‘엑소’, ‘방탄소년단’, ‘세븐틴’의 앞 글자를 딴 약자이다. 


3세대 아이돌 그룹에 ‘EBS’가 있다면 2세대 아이돌 그룹에는 ‘동슈501’이 있다. 2세대 아이돌 그룹 열풍의 주역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의 이름을 합쳐 놓은 단어이다. 이 단어가 EBS보다 익숙하다면, 9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격변하는 아이돌 시장을 바라본 세대이다.


2000년대는 위의 세 그룹을 비롯, 다양한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져 나온, 말 그대로 ‘아이돌 전성시대’였다. 그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마음에 품고 흠모한 아이돌 멤버 한둘은 있을 것이다. 


아이돌 전성시대의 팬질(‘팬 활동’이라는 뜻이 담긴 은어)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카, 트, 엘’ (카시오페아, 트리플s, 엘프)로 대표되는 당시 최고 팬덤을 비롯, 다양한 아이돌 팬들이 팬질하던 방법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2000년대 활성화됐던 ‘팬 카페’…팬덤에도 ‘계파’가 존재했다 



▲동방신기 팬카페


요즘은 ‘팬카페’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트위터 등의 SNS, 혹은 소속 회사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팬들이 정보를 쉽게 얻기 때문이다. 


2000년대만 해도 네이버나 다음의 공식 팬 카페를 통해 좋아하는 연예인의 소식을 받았다. 또 가수의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면서 팬들과 교류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었다. 


당시에는 한 아이돌 팬덤 내에 여러 ‘계파’가 존재했다. 콘서트장에만 가면 각 계파에서 인원을 늘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거나 굿즈(Goods)를 건네기도 했다. 굿즈는 아이돌 등 문화장르 팬덤계 전반에서 사용되는 단어로 연예인의 응원봉, 스티커 등을 뜻한다.


카페별로 ‘팬카페 회장’을 비롯, 활동하는 분야 별로 다양한 고수들이 포진해 있었다. ‘홈페이지 마스터’라는 뜻의 ‘홈마’가 각자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지를 관리하는 지금과는 달리 카페 내의 소속으로 팬 활동을 했다.


DIY 열풍의 시작은 아이돌 굿즈?…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것


▲SS501의 사진으로 만든 시간표, 동방신기의 노래가사를 바꿔 만든 펜 띠


굿즈는 내 손으로 만들어 쓰는 것(DIY)이 유행이었다. 당시의 굿즈들은 비교적 저렴하고 직접 만드는 재미가 있었다. 지금의 굿즈는 소속사의 주도 아래 상업화됐다.


당시 학교에 가면 종이 박스 필통에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잔뜩 붙여 만든 필통들이 수두룩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필통이다. 손재주가 좋은 팬들이 개인 블로그에 직접 제작한 펜 띠를 공유하면 팬들이 양식을 직접 다운 받아 사용한다. 개인의 필통 안에 담긴 펜에 정성들여 감아 붙이는 것, 팬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이다. 새 학기가 되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디자인된 시간표 도안을 다운 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문방구에서는 이같은 팬들의 굿즈들을 저렴하게 판매했다.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연예인 사진 카드, 연예인의 이름이 새겨진 교복 명찰 등이다. 당시에는 가방에 좋아 하는 그룹 멤버들의 명찰을 줄줄이 꿰어 다니는 팬들도 많았다.


콘서트장서 진풍경 이룬 아이돌 그룹 상징 형형색색 풍선들 


▲SS501의 팬 풍선, 펄 라이트 그린과 요즘 쓰이는 팡봉. 위는 레드벨벳 팡봉


지금은 아이돌 그룹 별로 상징하는 ‘팡봉’은 소속사를 통해 구매한다. 팡봉이란 ‘팬 봉’을 뜻하며 요즘은 의미를 부여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제작된다. 팡봉이 나오기 전에는 각 그룹을 상징하는 고유색깔의 풍선이 있었다. 팬들은 콘서트나 행사장에 가면 해당 색깔의 풍선을 흔들곤 했다. 


지금의 팡봉은 비싸게 구매해야 하지만 풍선은 콘서트장에서 팬카페 멤버들이 나눠줬기 때문에 쉽게 얻을 수 있었다. 풍선은 팡봉처럼 빛을 내거나 팬 이벤트를 해주긴 힘들지만 가벼운 파도타기나 흔들기로 팬들의 단합을 보여줬다.


풍선의 색깔은 단순하게 빨강, 초록, 파랑으로 부르지 않았다. 동방신기는 ‘펄 레드’, SS501은 ‘펄 라이트 그린’, 그리고 슈퍼주니어는 ‘펄 사파이어 블루’ 이다. 이렇게 다양한 색 덕분에 매년 열리는 드림 콘서트는 그야말로 장관을 이뤘다. 


오빠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지하 세계의 2차 창작물 ‘팬픽’


▲책으로 출판된 다양한 ‘동방신기 팬픽’


지난 2012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큰 인기를 끌었다. 고등학생인 다섯 명의 등장인물들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감성 복고 드라마다. 특히 HOT, 젝스키스 등 아이돌 그룹을 따라다니는 여고생들의 장면들이 자주 나온다. 1990년대 가요계 양대산맥으로 불리던 HOT와 젝스키스는 팬덤 문화의 시초다.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 ‘성시원’(가수 정은지)은 1세대 아이돌 HOT의 팬으로 나온다. 고등학교 시절 집필한 팬픽을 선생님에게 인정받아 방송 작가로 성장하는 인물이다.


‘팬픽’은 팬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대상으로 창작한 2차 창작물이다. 팬픽은 2000년대 열풍이 불었던 인터넷 소설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당시 귀여니의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등 인터넷 소설 신드롬이 불었다.


팬픽은 1세대 아이돌 시기보다 2세대 아이돌 시기에 더 열광적이었고, 파급력도 컸다. 종류도 훨씬 더 다양하고 팬들로부터 더 많이 읽혔다. 아이돌 팬픽은 대부분 ‘음지의 문학’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했고,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다. 당시에 유명한 팬픽들은 실제 출판돼 판매되기도 했다. 그 중 몇몇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영화화 제의를 받은 작품도 있다고 한다. 


kih08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