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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충청남도로, 즉흥 여행기 조회수 : 3545

자전거를 타고 충청남도로, 즉흥 여행기.


 일반적인 대한민국 남성이 그렇듯 나 역시 21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군대에서 보냈다. 각자의 고충이 있겠지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여행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제대를 한지 1달이 지난 작년 6월 6일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천안으로 떠났다. 


첫날부터 순탄치 않았던 즉흥 여행

 자전거 여행을 선택했지만 내가 자전거를 마지막으로 타 본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심지어 자전거는 여행 이틀 전에 구입했다. 이처럼 무모한 여행은 첫날부터 큰 고비를 만났다. 국도변에서 자전거 뒷바퀴에 펑크가 났다. 자전거를 수리 방법도 모르는데 인근 자전거포는 12km정도 떨어져 있었다. 날도 어둑어둑해지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자전거 분해법을 보며 바퀴 튜브를 교체했다. 손재주가 없던 나였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민첩해졌다.


자전거 타이어를 교체하는 모습 

 

 무더운 날씨에 하루 80km의 주행은 무척 힘들었다. 그 외에도 잘 곳을 찾고, 하루를 결산하고, 빨래를 하고, 다음날 여행 코스를 계획하는 것은 피로의 연속이었다. 여행 3일차에 나의 충동질에 넘어간 친구가 합류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인생 맛집

 여행에는 고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낯설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행지에서 메뉴를 정할 때는 이 고장 특유의 맛을 잘 담은 음식이 무엇인지 현지 주민들에게 추천을 받았다. 돌아오는 답변의 첫 마디는 “타지사람들은 거길 가는데, 우리는 여길 간다.” 로 시작하곤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은 병천 순댓국이었다. 여행이 끝나고 한 동안 다른 순댓국이 입에 맞지 않아 먹지 못할 정도로 맛있었다. 삽교천에서 먹었던 회 역시 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맛이었다. 부여에서는 막국수 가게에서 식사를 했다. 평소 메밀음식을 좋아했던지라 시원한 막국수 맛에 감탄했다.

삽교천에서 먹었던 회


낯선, 그래서 더 의미 있었던 여행의 기억

 8박 9일 동안의 여행을 돌아보면 많은 기억이 있다. 그 중 얘기하고 싶은 일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하룻밤을 신세진 성당에서의 이야기이다. 당시 주변에 마땅한 숙소도 없었고, 금전적인 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신축공사가 한창인 성당에서 일을 하고 현장 담당자 분께 숙박을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감사한 마음에 친구와 2시간여 동안 1700장이 넘는 벽돌을 손수레 하나로 옮겼다. 잠은 건설회사에서 파견 나온 형님 댁에서 잤다. 형님께서는 치킨과 맥주, 야식거리와 다음날 아침까지 챙겨주셨다. 형님과 꽤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나와 다른 배경의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는 여행 중 방문했던 성지에서의 이야기다. 나는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는 기분으로 성지 몇 군데를 방문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해미성지다.  천주교 교리는 조선시대 이념과 상충되는 면이 많아 조선정부의 박해를 받았다. 이로 인해 많은 순교자가 생겼다. 성지에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있었다. 개중에는 성씨가 없던 이름도 여럿 있었다. 앞서 간 사람들이 있어 우리가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앞서간 이들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자 다짐했다.


해미 성지


여행기를 마치며

 어느새 여행을 다녀온 지 1년이 되어간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가슴이 설렌다. 추억만으로 행복한 여행의 기억이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자산이 아닐까. 평소엔 만날 수 없던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것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제 자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는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이 끝나기 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있기엔 우리는 충분히 젊고, 시간은 충분하다. 


자전거 여행 tip

1. 도보나 자전거를 통한 여행을 계획할 때 동선을 정하기 전에 로드 뷰를 통해 도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지방 국도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을 수도 있고, 산지를 넘어가야 하는 동선일 경우 같은 거리라도 체력 소모가 훨씬 크다.


2. 자전거 여행에 안전장비를 챙기는 것은 필수. 헬멧은 꼭 착용하는 것이 좋다. 나뭇가지, 벌레 등 언제, 어디서 시야를 가릴 만한 것이 나올지 모른다. 부상에 대비해 응급조치가 가능한 약품도 챙길 것.


3. 자전거를 수리 할 수 있는 장비를 챙기는 것이 좋다. 자전거 바퀴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여분의 바퀴 튜브와 휴대용 공기주입기, 육각렌치를 챙기는 것이 좋다.


글·사진 서영식 대학생 기자(상명대 경영 2)

온라인 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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