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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전 ‘급’ 떠나는 ‘슬로’ 남도여행 조회수 : 4513

영광에서 하동으로

개강 전 ‘급’ 떠나는 ‘슬로’ 남도여행 


어느덧 8월 중순, 캠퍼스로 돌아갈 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찜통 같은 방에 홀로 누워 동기들이 SNS에 올린 여행 사진에 ‘좋아요’만 하염없이 누르고 있다면, 지금 당장 일어나 단출하게 짐을 꾸리자. 남쪽으로, 남쪽으로. 개강 전 마지막 힐링 여행을 떠나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 


영광 | 신비한 빛으로 가득한 천혜의 고장

 신령 령(靈), 빛 광(光). 영광(靈光). 전라남도에 위치한 영광군은 ‘신비로운 빛’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푸른빛 바다, 황금빛 해변, 그리고 붉은빛 노을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고장이다. 흔히 영광 하면 짭짤하고 오동통한 굴비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서해바다를 따라 시원하게 펼쳐지는 백수해안도로, 이를 배경으로 드리우는 보드라운 노을,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소금밭의 매력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영광 백수해안도로에서 보이는 바다 풍경.


 ‘백수해안도로’는 영광군 백암리 답동에서 모래미 해변까지 이어지는 16.3km의 도로다. 해안절벽, 모자바위·거북바위 등 기암, 칠산도·안마도 등 많은 섬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어 서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경치 좋은 길’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광활한 바다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흥행작이었던 영화 <마파도>도 이곳의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영광 가마미해수욕장에 병풍처럼 드리워진 200여 그루의 소나무.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황금빛 모래가 펼쳐진 ‘가마미해수욕장’에 이른다. 가마미해수욕장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 중 하나로 꼽혔다. 모래 입자가 매우 고운 것이 특징이다. 해수욕장 뒤로는 200여 그루의 소나무가 병풍처럼 길게 드리워져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더위에 지쳤다면 잠시 누워 낮잠을 즐겨도 좋다. 저녁에는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공연과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아기자기한 멋이 돋보이는 영광 계마항.

 

 가마미해수욕장 바로 옆에는 자그마한 항구, ‘계마항’이 자리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인근 안마도와 송이도를 오가는 여객선이 운항해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항구 옆 조그만 등대는 계마항의 아기자기한 멋을 더한다. 항구와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면 추억과 함께 계마항 특유의 멋을 담을 수 있다. 계마항 앞 바다는 굴비와 민어 등 다양한 어종이 많이 잡혀 바다낚시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여유가 있다면 바다낚시에 도전해보기를 추천한다. 


영광 법성포 굴비구이.

 

 항구를 둘러보고 날 때쯤이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려온다. 영광에 왔으면 굴비는 꼭 먹어봐야 한다. 굴비는 영광의 모든 지역에서 맛있기로 유명하지만, 특히 법성포가 유명하다. 법성포는 과거 영광군에서도 가장 번창한 포구였다. 현재는 토사가 많이 쌓이고 주거용 매립지가 들어서면서 항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번창했던 주변 음식점이나 상권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도 포구를 따라 쭉 늘어선 굴비한정식당들은 음식 맛이 뛰어나 많은 사람이 찾는다.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은 영광 천일염전. 


 영광 굴비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갈 차례. 해안도로의 끝에 다다랐을 때쯤 새하얀 소금밭이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영광 천일염전의 1년 소금 생산량은 4만 2000톤으로 전남 신안군에 이어 전국 두 번째 규모다. 영광의 대규모 염전은 하늘을 그대로 비춰 경관이 매우 뛰어나다. 노을이 지는 저녁이면 드넓은 하늘과, 하늘을 담은 염전이 동시에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하동 | 여유로운 향기가 배어 있는 마을

 경남 하동군 악양면은 2009년 2월 6일 국제슬로시티연맹 ‘CITTASLOW’로부터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슬로시티라고 해서 무조건 느림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빠름과 느림,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 조화로움을 찾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슬로시티운동은 여행자에게 그리 많은 것을 강요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쉴 틈조차 없이 많은 명소를 찾기 위해 바삐 움직이기보다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만든 향토음식을 맛보고, 지역주민과 어우러져 그 고장의 문화를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슬로시티에서 여행객은 공존하는 삶을 배우며 일상에 지친 마음을 치유한다. 


하동에 위치한 도심다원의 차밭. 


 하동은 차 재배지로는 세계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하동의 녹차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총회의 특산품으로 인정받았다. 하동 정금리의 차나무와 그 주변에 넓게 펼쳐진 야생차밭을 보면 하동의 차가 유명한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다. 하동의 차밭은 지리산 자락 산비탈에 조성돼있다.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머금어 다른 지역의 차보다 더 깊고 풍부한 향을 자랑한다. 눈과 코로 차밭의 푸른빛과 바람에 실려 오는 찻잎의 향을 즐긴 뒤 마시는 차의 맛은 일상의 피로를 모두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하동 토지문학마을. 소설 속 최참판댁 입구의 물레방앗간을 재현했다.

 

 하동군 악양면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으로 유명하다. 하동군은 악양면 평사리를 문학과 접목한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토지문학마을을 조성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최참판댁’이 현실에 존재하는 이곳에는 평사리문학관, 농업전통문화전시관, 한옥체험관 등 하동의 문화와 <토지>의 이해를 돕는 콘텐츠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려 애를 쓰지는 말 것. 시간조차 느리게 흐르는 이곳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돌담길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주민들의 따스하고 넉넉한 인심도 느껴보면서. 


하동 평사리들판 한가운데 위치한 동정호. 


 최참판댁에서 나와 한산사로 이어지는 언덕길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지리산 끝자락에 위치한 ‘한산사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나무 데크에 서면 드넓게 펼쳐진 악양면의 들판이 내려다보인다. 왼편으로는 최참판댁이, 중앙에는 가을이면 황금빛을 자랑하는 평사리 들판이, 오른편으로는 유유히 남해로 흐르는 섬진강이 보인다. 


하동 평사리 들판에 위치한 부부송. 


 소위 ‘무딤이들’이라고 알려진 평사리 들판 한가운데는 ‘동정호’와 ‘악양루’가 자리하고 있다. 그 곁으로 불과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오랜 세월을 함께 버텨온 부부송이 고즈넉이 서있다. 정갈하게 펼쳐진 평사리 들판과, 그 안에 담긴 풍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들판을 따라 흐르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하는 동안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다. ‘빨리, 더 빨리’를 외치던 일상은 잠시 뒤로하고, 그저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온전히 여유를 만끽하기를 권한다. 


글·사진 야놀자 (권상진, 이세환 인턴기자)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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