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이 궁금하다

1인 기업 CEO 된 휴학생, 서울대의 패션을 바꾸다 조회수 : 53825
의류쇼핑몰 에그코어 김미래 대표 

론칭 두 달만에 교내 기념품숍 입점

“어리지 않고 여자답지 않은 서울대생 되려 안간힘 썼죠”



김미래

1993년생

2012년 서울대 의류학 입학(현재 휴학중)

2016년 10월 의류브랜드 에그코어 론칭


‘에그코어’ 김미래 대표는 독종이자 별종이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2등. 앞의 단 한 친구를 따라잡기 위해 매일 새벽 두 시에 잠들고 세 시간 만에 일어나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독서실의 불이 하나라도 켜 있으면 절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주변의 기대도 컸다. 당연히 의사나 판검사 같이 소위 잘나가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전혀 다른 꿈이 자라고 있었다. 바로 패션디자인. 한지공예가였던 어머니를 따라 쇼핑을 다니며 자연스레 관심이 싹텄다. 은색 레깅스에 흰색 워커를 매치하던 전교회장 김 미래는 마침내 자신의 소신대로 서울대 의류학과에 입학했다.





2년간 패션 대외활동만 10여개… 창업DNA가 깨어나다


그런데 벌써 2년째 휴학 중이다. 그의 학적은 4학년 1학기에서 멈춰있다. 복학 계획을 묻자 김 대표는 말을 흐렸다. “부모님이 엄청 걱정하세요. 그래도 졸업장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럼에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에그코어 때문이다. 


에그코어는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론칭한 의류브랜드다. 모교 문장을 모티브로 한 의류를 직접 디자인해 판매하는데 론칭 두 달 만에 교내 기념품 숍에도 입점했다. 에그코어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동대문과 공장을 밥 먹듯 뛰어다니는 통에 학교수업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결국 지난해, 중도휴학까지 해야 했다.


“학교에서 매달 판매량을 알려주는데 아직 두 달째긴 하지만 판매량이 늘었어요. 오늘도 아침부터 양 손 가득 재고를 채우고 오는 길이에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으니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김미래 대표는 대학 1학년 때부터 패션업체 대외활동을 시작했다.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직접 스타일링 하고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일련의 활동이 그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학과의 특수성과 사진촬영이라는 취미로 기회를 얻은 그는 대외활동으로 처음 시작한 패션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했고 이 블로그가 점점 입소문을 타며 다른 대외활동의 ‘스펙’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렇게 3학년 1학기까지 2년간 SPA브랜드, 해외패션브랜드, 편집숍, 패션매거진 등 장르를 불문하고 10여개의 대외활동을 경험했다.  


“회사도 세 곳이나 다녔어요. 1학년 때, 학교 추천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3개월간 인턴실습을 했고 소규모의 스타트업 편집숍에서 MD도 맡았죠. 휴학 중엔 한 1인 패션콘텐츠 회사에서 8개월간 패션 영상을 촬영해 중국으로 송출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패션을 가지고 중국 소비자와 소통하면서 ‘꼭 회사가 아닌 콘텐츠 자체로도 충분히 파급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제 창업DNA가 조금씩 깨어나는 순간이었죠.”  


그러다 회사가 업종을 갑작스레 변경하면서 다른 길을 찾아 방황하던 중 김 대표에게 한 문화기획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행사 부스에 서울대 문화기획동아리가 참여해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김 대표가 바로 이 동아리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둔 지 닷새 만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어린 서울대 여자. 그동안 주변에서 절 바라보던 시각이었어요. 그게 싫어서 기업 섭외부터 협찬요청까지 직접 나섰어요. 기업과의 거래가 가장 어렵다고 하는데 그동안 동아리와 회사에서 늘 해오던 일이니까 도가 터 있었죠. 관계자 연락처도 많았고요. ‘각 기업별 맞춤 제안서를 제시한다’는 전략으로 한 달 동안 미친 듯이 발로 뛰었어요.” 





홍대 사로잡을 서울대 항공점퍼를 만들다


8개월 뒤, ‘이제 정말 내일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업아이템을 두고 고민하던 김미래 대표는 학교 안에서 답을 찾았다. 


“서울대생은 대부분 패션에 관심이 없어요. 주로 학교 마크가 새겨진 야구점퍼나 티셔츠만 입고 다니죠. 이 옷을 세련되게 바꾸면 친구들이 한 번에 패셔너블해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소비층도 안정적이잖아요.” 


우선 기존의 고정적 제품군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뻔한 야구점퍼 대신 항공점퍼를 택했다. 옷의 넓이 역시 트렌드에 맞게 박시하게 키웠다. 또 학교의 상징색인 파랑색을 과감히 버리는 대신 튀지 않으면서도 유행에 맞는 빛바랜 컬러들을 골라 나갔다.  





문제는 자본금이었다. 상상치 못한 곳에까지 속속들이 돈이 필요했다. 원단부터 부자재, 자수, 봉제비 등 의류 제작비는 물론 홍보를 위한 촬영비, 메이크업비, 사이트 개설비용 등 신경써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8개월 간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둔 700만원을 몽땅 털었다. 부모님의 지원은 일절 받지 않았다.


홍보도 필요했다. 홍보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고심하던 중 교내 축제 소식을 듣게 됐다. 축제 부스를 운영해보기로 한 것. ‘서울대를 패셔너블하게 풀어내다’라는 콘셉트로 신청서를 썼고 마침내 선정돼 이틀간 단독부스에서 옷을 개시할 수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부스를 둘러보던 생활협동조합 직원이 그에게 미팅을 요청해왔다. 조합은 교내 입점 매장을 선정하고 관리하는 곳. 꿈에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학생이 아닌 사업자의 신분으로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었다.


“서울대에 동대문 상가를 알고 공장을 가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 옷은 앞으로 교내에서 절대 만나지 못할 디자인이죠. 제가 직접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맡기 때문에 마감 기한도 빠르게 맞출 수 있습니다.”


일주일 후, 학교로부터 ‘계약하자’라는 회신이 돌아왔다. 학생이 직접 만든 브랜드가 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첫 계약에서 1100장을 납품한 김 대표는 초기비용을 두 달 반 만에 메웠다. 





“1년 번 돈이 한 번에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아야하는 게 사업”


요즘 김미래 대표의 하루는 다이내믹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오늘 할 일’을 정리하는 게 일이다. 기본적으로는 에그코어 사이트에 들어가 제품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SNS에도 꾸준히 게시글을 올린다. 오후에는 직접 동대문에 출근해 원단을 알아보고 공장에서 옷 제작상황을 확인한다. 틈틈이 새로운 투자거리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힘든 점도 많다. 1인 기업이다 보니 의류 디자인부터 생산, 모델은 물론 최근엔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위해 코딩까지 배우고 있다. 세무에 SNS 마케팅은 기본. 경제관념도 바뀌었다. “영화 한 편 값으로 원단 두 야드를 산다”는 게 김 대표의 철칙이 됐다. 


욕심도 많이 생겼다. 다음주께 에그코어의 하위 브랜드 ‘에그셸(shell)’도 추가로 론칭힌다. 서울대 이미지가 강한 에그코어 대신 평소에 좋아하던 스트릿 느낌의 의류로 이제 ‘진짜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 계획이다. 에그셸을 문화기획사로까지 발전시키는 게 최종 꿈.


“1년 간 번 돈이 한 번에 사라져도 괜찮아야 하는 게 바로 사업이더라고요. 당장의 이익이 중요하다면 창업은 다시 생각해보세요. ‘망하면 취직이나 하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안 되죠. 마음에 여유를 가지되 꼭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필요해요. 2년 후 에그셸의 컬렉션을 만드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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