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합격 비결은요

SK하이닉스 조정근 씨] ″486컴퓨터서 본 하이닉스 마크...제 꿈을 키웠어요″ 조회수 : 3252

▲SK하이닉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조정근 씨가 이천 사업장 내 홍보관에서 웨이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그는 “빠르게 발전하는 반도체 기술을 한발 앞서 읽을 수 있는 지식과 역량을 갖춘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대학 4학년 때 진로결정을 앞두고 망설일 때 권오철 SK하이닉스 사장의 특강을 들었다. "정보기술(IT)시대에 반도체회사는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여러분같이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 우리 회사를 이끌어 주십시오. 비록 지금은 2등이지만 저와 함께 1등을 꿈꿉시다."


 방황하던 28세 청년에게 이 말은 작은 씨앗이 됐다. ‘그래, 대한민국 수출효자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서 한국의 위상을 떨치고 반도체 전문가가 한번 돼보자.’


 1년 전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의 강의에 감명을 받아 올 상반기에 공채로 입사한 조정근 씨(29)를 서울 선릉역 근처 SK하이닉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났다. “직접 CEO가 대학(연세대)을 찾아 학생들에게 꿈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사람을 소중히 하는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기들도 함께 하이닉스에 지원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검정색 가방을 메고 짙은 갈색의 진을 입은 그는 푸근한 인상이었다. 별명을 물어보니 어릴 적부터 ‘곰’이라고 불렸단다. 두 시간의 긴 인터뷰에도 얼굴엔 미소를 머금고 기자의 질문에 정성껏 대답했다.


#24세 복학생의 수능 재도전

 방황은 20대 중반이 돼서야 찾아왔다. 그것도 군대를 제대하고서. 고3시절 막연히 수능점수에 대학을 맞춰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대학과 학과를 결정한 것이 방황의 원인이었다. 우연히 싸이월드서 만난 중학교 때 선생님을 찾아뵙고 자문을 구했다.


 “살면서 전공공부는 중요해. 왜냐하면 그것이 지적 토대를 쌓아주고 직업까지 연결시켜 주기 때문이지. 전공이 안 맞아 다른 직업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줄 아니? 인생은 길어, 긴 인생에서 네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면서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선생님의 말씀은 힘이 됐다. 24세의 나이에 다시 수능에 도전할 결심을 하게 됐다. 군대까지 다녀온 터라 오랜시간 책상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하나뿐인 삶을 위해 기꺼이 그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듬해 연세대 세라믹공학과 합격통지를 받았다. 이 시절을 통해 하나의 좌우명이 생겼다고 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가 제 삶의 기준이 됐어요. 어떤 시험이든 열심히 하면 합당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을 배웠어요. 최선을 다하지 않고 달콤한 과일을 먹으려는 것은 청년의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10대 초등학생 시절. 집에 있던 486컴퓨터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고장이 나면 직접 분해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조립하기를 수십 번. 어렸지만 컴퓨터의 내부와 기능을 훤히 알게 됐다. 그것뿐이 아니다. 집안의 환풍기가 고장나면 의자 위에 올라서서 떼어내 고치고, 직접 형광등을 끼워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아버지께서 그런 모습을 보여 주셨어요. 자연히 저도 따라하게 됐죠.” 부모님이 참 잘 가르치셨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궁금했다. “아버지는 항상 무엇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라고 하셨어요.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실패해도 좌절하지 말고, 왜 그렇게 실패했는지를 생각한다면 그 실패는 경험이 된다고 말씀하셨어요."
 
#메모리 불량 분석…'반도체 전문가 꿈'

 현재 완성된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불량 여부를 분석하는 부서인 D램 개발본부 MM소자F팀에 배치된 조씨는 아침 5시30분에 일어난다. 6시20분에 집 근처(서울 목동)에 오는 셔틀버스를 타고 회사(경기도 이천)에 도착하면 8시. 하루 두세 번의 업무회의와 교육을 받고 나면 오후 5시30분 퇴근시간이 된다. 출퇴근 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틈틈이 책을 본다는 조씨는 후배들을 위해 대학생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1학년 때부터 대학을 취업을 위한 관문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 좀 안타까워요. 학원에서 토익을 배우며 학교에서도 영어동아리 같은 것만 가입해요. 여행도 다니고 연애도 하면서 대학생활을 즐겁게 보냈으면 합니다. 사실 직장생활을 해보니 돈은 있는데 시간이 없어요. 시간이 많은 대학 때 맘껏 캠퍼스의 낭만을 즐겼으면 합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이 경험하고 느낀 거잖아요.”


 입사과정의 SK하이닉스 직무적성검사에 대해선 “어려운 문제는 모두가 어렵기에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우라”고 조언했다. 면접장에선 생각보다 쉬운 상식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가령 제 나이가 29세인데 회사생활을 잘 할 수 있겠는지, 그리고 D램의 미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이었어요. 평소 반도체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를 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에 함께 나온 동기생 석영세 씨(홍보팀 근무)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저도 홍보란 무엇인지. 개인적인 장점은 뭔지에 대해 물으셨어요. 저의 장점도 궁금해서 물어보셨겠지만, 홍보직무상 저의 센스와 재치를 보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조씨는 반도체 회사 입사를 계획 중인 취업준비생들에게 애정 담긴 이야기를 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꾸준히 공부해야 됩니다. 항상 배우겠다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저도 날로 발전하는 기술을 앞장서서 읽을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과 흘려버리는 사람. 조씨는 인생에서 만난 부모님-선생님-사장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 실천했던 우직한 청년이었다. 결국 그것이 복이 되어 돌아왔다. 다음 주말엔 사귀는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 인생 최대의 면접이 기다리고 있다며, 자신의 기사가 실린 이 신문을 들고 가겠단다. 좋은 소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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