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넘고 하이킥

″지원동기요? 돈 벌려고요!″ 프로 취업준비생 철수와 존슨이 부르는 취준생 연가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조회수 : 5311



"지원동기요? 돈 벌려고요!" 

프로 취업준비생 철수와 존슨이 부르는 취준생 연가 


무슨 일이든 오래 꾸준히 갈고 닦으면 전문가의 궤도에 오르기 마련이다. 취업 준비도 마찬가지다. 


2012년 취업 준비를 시작하며 팟캐스트로 생생한 취업 도전기를 들려주기 시작한 ‘철수와 존슨(이상 가명·32)’은 취업 성공·실패의 시간을 반복하며 원했던, 원치 않았던 취업준비의 전문가가 되었다. 


자신들의 취업 이야기를 팟캐스트로 시작해 유튜브, 방송, 책으로 들려준 두 남자. 이번에는 조금 더 욕심내 음반에 취준생의 애환을 꾹꾹 눌러 담기로 했다. 






“이 취업전쟁 시대에 무슨 다른 동기가 있겠습니까. 돈 벌려고 지원했습니다. 제가 다른 기업 자소서에 쓴 것처럼 세 치 혀로 이런저런 현란한 동기를 꾸며 쓸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건 정말 이곳에서만큼은 진솔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사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OO이라면 이 취준생의 절절한 고백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미래’라는 기업에 존슨이 당당히 적어 넣은 지원동기다. 결과는? 떨어졌다. 자신의 지원동기를 공개하며 존슨은 한 마디 덧붙인다. “인사팀 관계자 여러분께 전하기 위해 연가를 만들었습니다. 지원동기에 크게 의미 부여하는 건 그만둬주실 수 없을까요?”라고. 




취준생 5년… 프로 취준생으로 거듭나다 

2012년 팟캐스트 ‘취업학개론’을 통해 거침없이 취업준비생의 목소리를 들려준 철수와 존슨. 두 남자의 정체는 고등학교 친구이자, 같은 해 취업준비를 시작한 취준생 동기다. 


취업준비를 시작하며 답답해진 두 친구가 골방에 앉아 맥주를 들이키며 취업 이야기를 한 것이 취업학개론의 시작. 이들은 ‘취업학개론’에 자신이 어떤 기업에 지원했는지, 떨어진 기업은 어디인지, 갑질 기업은 어디인지와 같이 취업 준비의 모든 과정을 거칠게, 낱낱이 내보냈다. 


이렇게 시작한 ‘막’방송은 점점 인기를 끌며 한국직업방송 출연, 책 <취업학개론> 발간까지 이어지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취업학개론이 취준생 사이에서 이런 인기를 끈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맛 본 존슨의 지원동기처럼 “어차피 다른 회사도 쓴다는 것 알면서 지원동기를 왜 묻냐”와 같은 사이다 멘트들 덕분이다. 


게다가 시원한 맛을 제대로 내기 위해 기업명은 모두 ‘공개’로 했으니, 취준생의 속은 뻥 하니 뚫린 느낌이었으리라. 



“처음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치부’ 같은 것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저희의 중요한 경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활동을 어디선가 스펙으로 인정해 줄 곳이 이 땅 어디엔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죠. 그래서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부모님만 빼고요.(웃음)” 


이외에도 영업직무의 장단점, 취업 및 기업 관련 이슈, 금융권 취업 정보 등 메모해야 할 정보들도 가득이다. 


방송을 하는 동안 주구장창 취업 준비만 한 것은 아니었다. 취업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때도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문과생이 지원할 수 있는 영업, 마케팅에 닥치는 대로 지원했을 때다. 하지만 역시나 ‘입사’를 목표로 했기에 조직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게다가 뜻하지 않은 정체 탄로(?) 등을 이유로 ‘신입사원’과 ‘취준생’ 사이를 반복해야만 했다. 


그렇게 5년이 흘렀고 2016년, 한명은 취업대통령(존슨)이, 한명은 전업취준생(철수)가 되어있었다. 


5년이 지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다는 점, 그리고 조만간 취준생의 마음을 담은 음반을 이들 손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라는 점이다. 




노래에 꾹꾹 눌러담은 취준생의 애환 

“조금 더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그 시대 민중의 생활상을 반영하는 게 민요잖아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 땅의 2030들의 민요 앨범을 만들려는 게 저희의 작은 목표이자 콘셉트예요.” 


음반 제작 현장 


음반은 두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경험 살리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직접 작곡·작사·편곡·연주·제작을 맡았다. 음반의 첫 곡명은 ‘취업학개론’. 시작할 때는 오래 걸릴 줄 몰랐던 취업 준비,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는데도 계속 되는 취업 준비를 하며 생긴 분노들을 담은 곡이다. 


4월 22일 첫 곡을 발표한 두 사람은 일주일 뒤인 28일, 두 번째 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지원동기’다. 곡 설명은 이렇다. 


“백수 탈출해서 제 밥벌이하고, 첫 월급 타서 부모님 빨간 내복 하나 사드리고 싶은 게 전부인데, 기업에선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이 직무’‘이름만으로도 벅차올랐던 이 회사’와 같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요구한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묻지마 지원, 나쁜 것 아니다. 간절한 백수탈출의 열망으로 입사 지원하는 것이 왜 나쁜가?” 


가족관계, 나의 장단점…. 철수와 존슨은 이렇게 한 곡씩 취준생들의 애환을 담은 곡을 발표하고 있다. 이렇게 만든 노래들을 모아 음반으로 제작하는 것이 최종 목표. 제작 비용은 스토리펀딩을 활용해 후원금을 받고 있다. “앨범과 영상 제작은 자취방에서 주로 이뤄지는 바, 최소한으로 집행될 예정”이라고. 


“취준생분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도 준비중이예요. 나이, 성별에 상관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니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으면 좋겠어요” 



1. 취업학개론

 봄이 왔다오. 난 책상 앞에 앉았소.

 이 작은 몸 붙일 공간은 여기뿐이라오.

 여름이 왔소. 내겐 하등 상관이 없소. 

 물장구치는 청춘은 화면 속에만 있소.

 단풍이 지면 뭔가 변할 줄 알았소.

 무채색 백수의 삶도 예뻐질 줄 알았소.

 난 포기한 적이 없소. 발버둥 치고 있소.

 이보오 나도 살고 싶소, 일자리를 주시오.

 누가 포기했단 말이오, 나도 잘살고 싶소.

 응원까진 바라지 않소, 손가락질만 마소. 

 겨울이 왔소. 이젠 춥단 느낌도 없소..

 이 식어버린 몸뚱인 겨울보다 차다오.

 다시 봄이오. 난 또 그 자리에 앉았소.

 이 자릴 지키는 것만이 내 업인 것 같소.

 난 포기한 적이 없소, 발버둥 치고 있소.

 이보소 나도 살고 싶소, 일자리를 주시오.

 누가 포기했단 말이오, 나도 잘 살고 싶소.

 노오력 운운하려거든 기횔 주고 말하소.

 봄이 왔다오. 난 하고 싶은게 많소. 

 사랑도, 결혼도, 취업도.

 

 (작사/작곡/노래 : 존슨, 쩌리 : 철수) 




2. 지원동기 


전공무관, 직무무관. 오늘도 힘내서 

어디 하나만 걸려러 써봅니다.

근데 처음 시작부터 나를 빡치게 하는 지원동기. 

충성맹세, 종신서약. 이런 걸 믿나요.

다른 회사 것도 똑같이 썼는데.

생각 한 번 해보세요. 내가 이 전쟁터에 

왜 지원했겠냐고. 


돈 벌라고, 돈 벌라고, 돈 때문이라고 

대체 뭘 바라는 건데

돈 때문이란 걸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잖아.

백수탈출, 지옥탈출이 내 동기라고.

이거면 충분하잖아. 

합격만 시켜준다면, 돈만 제때 준다면 

누구보다 열심히 일! 일! 일할 거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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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더 많은 노래를 듣고 싶다면 - 취업학개론 스토리펀딩 보러가기 

함께 노래할 취준생 신청 메일 : jobslaves@daum.net 






김은진 기자 (skysung89@hankyung.com)

사진 = 철수와 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