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넘고 하이킥

문과생 힐링캠프? 인문계 취준생을 위한 ′무동학교′ 직접 가보니 [취업문 이렇게 뚫었어요] 조회수 : 6131

“벤처캐피탈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일부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학생들은 두 눈만 껌벅였다. 학생들 앞에 선 강사는 웃음을 지으며 VC(벤처캐피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학생들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손을 바삐 움직이며 필기했고, 중간 중간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언뜻보면 경영학과 대상의 강의인듯 하지만, 강의를 듣는 25명 중에 경영학도는 한 명도 없다. 이들은 모두, 요즘 가장 취업이 어렵다는 인문계 취준생들이다.    


무동학교, 직접 찾아가보다! (사진=박해나 기자)


4월 12일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컬처컴퍼니썸를 찾아갔다. ‘문과생들의 힐링캠프’라 불리는 ‘무동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지난 4월 1일 문을 연 무동학교는 인문학 계열 취업준비생들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멘토들이 뭉쳐 만든 곳이다. 


‘냉대와 무관심 속에 방치된 문과생들을 무동 태워 조금 더 높이, 멀리 세상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의미를 담아 교명을 지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교장직을 맡았고, 석종훈 전 DAUM 사장, 최준석 주간조선 선임기자, 민경중 전 CBS 보도국장, 의사 홍혜걸, 강원국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등이 멘토로 참여했다. 


서울 서촌에 위치한 컬처컴퍼니 썸 사옥 (사진=박해나 기자)


학교를 찾아가기 전, 수업의 방식이나 내용이 매우 궁금했다. 취업 특강 형식의 강의가 진행되는 것일까 아니면 면접 대비 훈련이라도 진행하는걸까. 문과생 취업을 위해 두팔 걷어부치고 나선 이 시대 멘토들의 생각은 무엇일지 궁금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업 특강도 면접 훈련도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VC(벤처캐피탈)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을 뿐이다. 벤처캐피탈 취업을 권장하는 것일까. 


컬처컴퍼니썸 문화 콘텐츠 기획팀의 이은경 사원은 무동학교의 수업에 대해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난 후 해당 주제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보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동학교는 취업기회를 알선하는 곳이 아니라 문과생들에게 다양한 분야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다”고 말했다.


4월 7일 진행된 '상품시장과 산업구조의 변화' 강의 현장(사진=무동학교 제공)


실제 무동학교의 커리큘럼은 문과생에게는 조금 낯선 주제들로 채워져 있다. 기자가 참관한 날에는 ‘벤처캐피탈의 이해와 투자 절차 및 최근 사례’에 대한 수업이 진행됐고, ‘MCN, 놀이터에서 플랫폼으로’, ‘의학의 역사와 미래’ 등에 대한 주제로도 강의가 열릴 예정이다. 


△무동학교 입학식, 최재천 교장의 강의 (사진 제공 = 무동학교)


학생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를 2~3시간의 강의로 전달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강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2015년 경희대 문화관광콘텐츠학과를 졸업한 김한나(26) 씨는 “목표가 모호해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고민이 많았는데, 강의를 들으며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라며 “새로운 분야를 접하는 것 자체가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가천대 통계학과를 졸업한 양후성(27)씨는 “같은 고민을 갖고있는 친구들을 만나 서로의 마음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좋고, 학교에서 듣는 특강보다 소규모로 진행되며 강의자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하고 이야기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무동학교는? 


무동학교 1기생으로는 총 25명이 선발됐다.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전공은 모두 인문계열이다. 컬처컴퍼니 문화 콘텐츠 기획팀의 이은경 사원은 “100여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그중 에세이 평가와 면접 등의 전형을 거쳐 25명을 선발했다”라며 “선발 과정에서 법학, 경영학과생은 제외했다. 순수인문학 전공 학생 위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앞으로 3개월간 매주 화요일, 목요일마다 강의를 듣는다. IT 분야, 디지털, 생명과학 외에도 글쓰기와 말하기 훈련,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로도 다양한 강연이 진행된다. 강의료는 전액 무료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