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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돋보기] 돈버는 서울대 동아리...삼성에 갤럭시 노트 마케팅 제안 [최신동향] 조회수 : 13154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베인&컴퍼니, 골드만삭스, 세계은행(WB) 등에서 근무하는 385명의 선배에게 직접 1년 동안 전략컨설팅을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이 뿐만이 아니다. 전략 기법을 배우는 동시에, 기업에 전략을 제안하며 실전 경험도 쌓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동아리가 있다. 바로 서울대 경영전략학회 ‘MCSA’(Management Consulting Student Association)다.

MCSA는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전자에 ‘갤럭시 노트 마케팅 전략 수립’을 제안했고, 롯데칠성음료에는 ‘대학생을 타깃으로 한 칠성사이다 재활성화 전략’을, 지마켓(G-market)에는 ‘식품카테고리 활성화 전략’을 제안했다. 농심에 제안한 신성장동력 발굴 프로젝트의 경우, 학생들의 발표를 듣고 있던 회장이 고속 승진을 보장하는 입사 추천서 까지 제안 했다고 한다.

서울대 졸업장 하나로 취업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른바 SKY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학생들의 취업 실패가 언론에 보도될 정도다. 하지만 MCSA에 몸담았던 학생들은 모두 국내외 굴지의 기업에 입사했다. 몇몇 기업은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며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이 동아리에 무언가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는 걸까. 그 실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난 5일 주말 저녁, 한창 모임이 진행 중이던 서울대의 한 강의실을 찾았다.

◆‘20분 발표하면, 30분 넘게 피드백’…혹독하게 훈련시키는 현직 컨설턴트 선배들

▲'롯데케미칼 신성장동력'을 주제로 MCSA의 한 회원이 발표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뉴비즈니스 플랜으로 생체의료용 재료시장으로의 사업 다각화를 제안합니다. 석유화학회사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발표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약 20명이 넘는 청중들의 시선에 때로는 옅은 긴장감이 어리기도 했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발표 자료처럼 매끈한 진행을 이어갔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011년 대비 55조 1930억 원의 매출액과 3조 34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중 총 매출의 15.3%인 8조 4,635억 원과 전체 순이익 중 22.4%인 7,486억 원이 바로 롯데케미칼(前호남석유화학)의 실적이다. 롯데그룹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신사업 제안이라니. ‘현재 사업에 집중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지적이 나오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었다. 그러나 진지하게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모습에 이런 걱정은 접어둘 수 있었다. 발표를 듣는 도중 때로는 현업에서 근무 중인 실무자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발표의 첫 시작은 롯데케미칼이 속한 산업군인 석유·화학 산업구조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해당 업종에서 롯데케미칼만이 지닌 강점에 대한 분석, 그리고 신성장 동력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이어졌다. 약 20분 가량의 발표가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자리에 앉아있던 약 20명의 학생들 중 대다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질의응답을 위해 발표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첫 발언 기회를 얻은 한 학생은 “신사업의 시장 규모를 40조 원이라고 정한 근거는 무엇입니까? 정확한 팩트도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접근한 것 같은데, 비전을 달성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입니까?” 청중들은 발표자에게 쉴 새 없이 예리한 질문들을 던졌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학회를 총괄하는 회장과 외국계 컨설팅 인턴 경험을 통해 프로그램의 교육을 총괄을 맡은 코디네이터 역시 거침없는 피드백을 쏟아냈다. “발표 중간에 실수하면 미소 짓는 습관이 있는 것 같은데, 억지로 미소 짓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청중이 CEO라는 가정을 감안하더라도 어려운 주제를 쉽게 풀어내 전달하는 해석력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명확한 비교 대상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난’ 등의 표현을 쓰며 애매모호하게 표현한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발표자를 포함해 강담에 서 있던 5명의 팀원들은 쏟아지는 지적과 비판에 대응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더 혹독한 피드백은 현직에 있는 선배들로부터 나왔다.

컨설팅 회사 빅3 중 한 곳에 재직 중인 선배는 “신사업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20분짜리 발표 내용을 단 10초로 요약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다그쳤다. “장표, 발표 매너, 복장 모두 프로페셔널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핵심사항을 짚어내 하나의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역량입니다. 교과서에 나온 이론을 읊는 자리가 아닙니다.”

거친 언어를 쓰며 혹독하게 질타했지만, 쓴 소리를 통해 후배들이 더 성장하길 바라는 선배의 진심이 느껴졌다. 발표보다 피드백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방학 기간에는 매주 2차례 이 같은 발표와 피드백을 거치며 컨설턴트가 되기 위한 특훈을 하고 있다.

MCSA의 혹독한 훈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끼리의 스터디를 넘어 신성장·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실전 프로젝트를 수주한다. 방학 끝 무렵이나 학기 중 진행되는 기업 프로젝트를 위해 밤을 새기 일쑤지만 노력만큼 ‘뛰어난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도에 진행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마케팅 전략 수립’건의 경우 앱 구동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했고, 제안한 광고 컨셉이 실제 옥외 광고로 나가기도 했다. 기업 연계 프로젝트 이외에 공모전 수상 실적도 2003년 이후 18건이나 된다.

◆우수한 성과만큼 입회 경쟁률도 높아…서류와 2차례 면접 끝에 ‘겨우 합격’
하지만 이들 모두가 처음부터 다듬어진 보석은 아니었다. 보석으로 거듭나기 전, 세심한 원석 선정 작업을 거쳐야 했다. 학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서류전형과 현 기수 및 선배, 학회 전 회원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2차례의 면접을 통과해야 했고, 2번의 학기와 1차례의 방학 세션을 모두 마쳐야 정식 구성원이 될 수 있다. 1년 동안 매주 한 차례의 발표를 위해 3일에 한 번 꼴로 팀원들과 밤을 새우며 준비하다보니 실력이 저절로 쌓일 수밖에 없다. 1997년 11월에 만들어진 MCSA는 이렇게 탄탄한 실력과 명성을 동시에 갖추게 된 것이다.

▲MCSA 회장직을 맡고 있는 차건아 씨(경영학과 08학번)
서울대 내에서도 유명한 MCSA는 선망의 대상이 된 동시에 때로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차건아 씨(경영학과 08학번)는 “‘사회인도 아니면서 학생들끼리 정장은 왜 갖춰 입고 발표하느냐’, ‘밥 먹듯이 밤을 새고, 다른 일정은 잡지도 못할 정도로 강도 높게 활동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 등의 소리가 안팎으로 들려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차 씨가 회장직에 선출했을 때 회원들로부터 받은 질문도 ‘학회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인 인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였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 폐쇄적인 방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해 왔던 것이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게 된 이유라고 생각 한다”며 “이제는 빗장을 열고 우리 동아리가 가진 것들을 나누고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경호 씨(경영학과 08학번)도 의견을 보탰다. 컨설팅에 관심이 있던 차에 친구인 차 씨가 먼저 MCSA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지원했다고 한다. “이 동아리에 가입한 선후배들이 많아 힘들다는 건 일찍이 알고 있었어요. 들어 온지 4개월이 넘었는데, 그동안 살도 많이 찌고 피부도 안 좋아졌죠.”

힘든 점을 토로하던 하 씨는 “하지만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하나 씩 배우고 얻어갈 수 있었어요. 지난달에는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웠고, 오늘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예쁘게 만드는 방법을 익혔죠”라며 자랑을 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환상만 가득했던 컨설팅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컨설턴트의 업무 강도는 1일 14시간에 가까울 정도로 높다. 그는 “실제와 비슷하게나마 밤을 자주 새며 공부해보니 이 일을 2~3년 이상 지속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대신 관심 있던 중공업 분야에서 일하는 현직 선배를 멘토로 만날 수 있게 되어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10시 무렵 취재를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는 순간 까지도 20여 명의 학생들과 선배들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고요한 캠퍼스에 홀로 불이 켜진 강의실을 보며 이들이 ‘서울대라는 이름만 믿고 잘난체하는 학생들’이 아니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땀 흘리며 몰두하는 노력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을 떼며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격언이 떠올랐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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