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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스펙 중 대기업이 중시하는 건 학벌·학점 단 2개뿐” [최신동향] 조회수 : 82176

500대 기업 인사 담당자, 입사 후보자 뽑게 해보니...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조직 융화 어렵다고 봐 

졸업 후 기간을 시간 별로 점수화 하기도 


졸업 시점, 평점, 전공, 출신대 중 하나라도 밑돌면 

다른 스펙 아무리 좋아도 회복 불가


학교 랭킹 디테일하게 점수화 

지방 사립대에서 서울로 편입한 것도 모두 반영

 

지방 사립대 출신 선호도 거의 제로 

지사가 있는 기업은 지방 국립대 출신 선호

지역 네트워크 때문

  

학점은 3.0만 넘으면 큰 걱정 필요 없어 


직무와 큰 관련 없는 자격증은 없어도 돼 

인턴십이나 영어 점수도 중요하지 않아


대졸자 채용 때 석박사보다 학사 선호 

대학원 교육 불신, 도피성 진학으로 판단


면접은 도덕성·인성 가장 중시 

몇몇 기업은 대기실 평가 실시 하기도  


지난 12월 14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에서 ‘한국의 청년 채용 시장’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00곳의 인사 담당자를 설문해 서류 전형과 면접 전형에서 합격자의 스펙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이 조사에서는 ‘졸업 후 3년 이상이 지난 입사지원자는 서류 통과가 어렵다’, ‘졸업시점, 졸업 평점, 전공 직무적합성, 출신대학 중 하나라도 평균 이하이면 대기업 입사가 어렵다’ 등의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연구를 진행한 직능원의 채창균 선임연구위원은 2001년 직능원에 입사 후 줄곧 청년 노동시장 문제를 연구해왔다. 그는 최근 들어 채용 문제에 높은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라며 “항상 어떤 정책 연구를 해야 청년 실업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고 여러 제안도 하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고 있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선임연구위원 


Q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스펙을 쌓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9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수상경력, 성형)이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더라. 그래서 실제로 채용에 고스펙이 필요한지, 어떤 스펙이 채용, 고용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정부에서는 능력 중심 채용을 강조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러한 변화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Q 연구 결과는 어떤가?

9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십, 수상경력, 성형) 중 기업이 중시하는 건 학벌, 학점 단 2개였다. 다른 스펙은 당락을 결정할 정도의 중요도를 갖지 않는다. 


Q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능력중심사회와 청년노동시장’이라는 과제의 결과를 바탕으로 했다.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00곳을 선정해 인사담당자를 설문한 것이다. 100개사는 랜덤하게 선발했지만 각 기업의 대표 계열사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삼성은 삼성전자, LG는 LG화학, 현대는 현대차 등 주요 계열사는 반드시 조사했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네이버 등의 IT 기업도 포함했다. 


△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 


Q 선택형 컨조인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알고 있다. 해당 조사 방식에 대해 설명해달라.

어떤 능력을 가진 지원자를 고용하느냐를 확인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스펙을 비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엄밀하게 분리하기가 어렵고 개인을 추적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기업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보냐’고 묻는 것이다. 학점, 학벌 등의 보기를 주고 우선순위를 매기도록 하는 거다. 이 방식의 문제는 기업의 숨은 의중이 들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식이 선택형 컨조인트 조사다. 청년을 상품으로, 기업을 소비자로 간주했다. 각각의 청년이 서로 다른 스펙을 가진 것으로 설정한 뒤, 기업에 ‘이 중 누구를 뽑을 것이냐’ 물었다. 3명의 후보를 10번씩 제시해 총 30명의 후보군에서 선택을 했다. 이러한 방식은 보다 숨은 기업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설문에 응답한 인사담당자는 실제 채용에 관여하는 결정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개인이 아닌 회사의 입장에서 답을 하도록 했다. 


Q 설문 외 직접 인사관계자를 만나적도 있나? 

조사를 시작하기 전 총 13명의 인사담당자와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선정한 스펙이 기업에서 중시하는 것들인지 확인하고, 어떤 스펙을 빼고 어떤 것은 추가해야하는지를 의논했다. 제조업, 금융, IT, 건설 등 다양한 직종의 기업 관계자들로 추렸으며 모두 과장급 이상이다. 


“인담 만나 서류전형 스펙 묻자 ‘나이’ 얘기 제일 많이 해” 




기업이 서류 전형단계에서 중시하는 스펙은 ‘졸업시점-졸업 평균-전공의 직무적합성-출신대학’ 순으로 나왔다. 특히 대학 졸업 후 3년 이상이 지난 입사지원자의 경우, 아무리 다른 스펙이 우수해도 서류전형을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졸업 평점은 3.0 미만의 경우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하며, 출신 학교는 상위 10개 대학 졸업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왔다. 반면 지방 사립대의 경우 선호도가 매우 낮아 서류 전형 통과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Q 이번 조사에서 인상적인 결과 중 하나가 졸업 시점에 관한 부분이다. 졸업 후 3년 이상이 지난 지원자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낮았다. 

인사담당자 심층 면접을 통해 이에 대해 물어봤다. 졸업 후 3년이 지나면 상사보다 나이가 많을 수 있어 조직 융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더라. 또한 특별한 히스토리 없이 3년을 보낸 것은 꾸준히 취업 준비를 했으나 모두 탈락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문제가 있으니 취업을 계속 못한 게 아니냐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졸업 후의 기간을 시간 별로 점수화하더라. 졸업예정자는 몇 점, 졸업 후 1년이 지난 사람은 몇 점, 2년은 몇 점을 주는 식이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수가 낮아진다. 


Q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졸업을 더욱 미루게 되는 결과가 될 수 있겠다. 

졸업유예자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졸업유예자가 졸업생보다 취업을 더 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졸업유예를 통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은 최소로 추정해도 연 2500억 수준이다. 다행히 최근 경총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미리 알고 권고문을 만들었다. 신입 채용 시 재학생 우대 조항 없애자는 내용이다. 


Q 대기업 취업을 위해서는 졸업 시점, 평점, 전공, 출신대학 4가지 모두 평균 이상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사해보니 4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평균 이하면 다른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회복이 안되더라. 본인이 생각하기에 4가지 주요 스펙 중 하나라도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면 대기업을 포기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중소기업이 근로조건이 안 좋다는 게 문제인데, 나름 장점도 있다. 대기업은 입사 후 본인의 직무 한 가지만 담당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다보니 인사팀으로 입사해도, 마케팅, 회계 등 모든 부서 일을 다 배운다. 이것은 창업하기에 굉장히 유리한 조건이다. 중소기업에서 일을 두루 익힌 뒤 아이템을 하나 잡아 창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청년 채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채창균 선임연구위원. 

내년에는 청년 보장 제도에 관한 연구를 할 예정이다.   


Q 기업에서는 채용 시 학벌 차별이 없다고 강조하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낮다.  

여전히 국내 대기업은 지원자의 학벌을 본다. 학교별로 랭킹화해 점수화하는 기업도 많다. 어느 정도로 디테일하냐면 지방 사립대를 다니다가 서울로 편입한 것도 모두 점수화된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학벌주의가 완화됐다. 상위 10개 대학-서울 소재 대학-지방 공립대 순으로 선호하는데, 서울 소재 대학과 지방 국립대 졸업자의 선호도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지방 사립대 출신에 대한 선호도는 거의 제로다. 인사담당자 얘기를 들어보면 지사가 있는 기업은 지방 국립대 출신을 선호한다고 한다. 지사의 경우 지역 사람을 뽑으면 네트워크가 있어 서울 출신 대학 졸업자보다 훨씬 업무 효율이 크기 때문이다.  


Q 학점 역시 높을수록 좋은 점수는 받나? 

졸업 평점은 3.0을 상회하면 선호도가 크게 높아지진 않는다. 다만 3.0 미만의 경우에는 선호도가 급격히 하락한다. 3.0만 넘는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학점의 경우는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더라. 학점을 받기 어려운 대학은 상황을 감안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점 받기 어려운 것으로 소문난 서강대의 학점은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같은 점수라도 조금 더 높이 올려 판단한다. 기업의 굉장히 디테일한 평가 방식에 놀랐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도 모두 점수화된다. 


Q 4가지 스펙을 갖추면 어학이나 자격증 등 다른 스펙이 없어도 취업이 가능하다는 건가? 

아예 없으면 또 문제가 되겠지만 어느 정도 커버는 가능하다고 본다. 직무와 큰 관련 없는 자격증은 없어도 될 것 같다. 인턴십이나 영어 점수도 기업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4가지 스펙 외 다른 스펙이 당락을 좌우할 정도는 아닌 것이다. 


Q EU와 한국의 채용시장을 비교하는 연구도 있었다. 결과는 어땠나? 

EU 9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이태리,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의 기업은 전공 직무적합성-관련 업무 경험-학위 등을 순서대로 중시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의 기업은 학위-전공직무적합성-학점 등을 중시했다. 

또한 국내 기업은 석박사에 대한 불신이 높은 편이었다. 대졸자를 채용할 때 석박사보다 학사를 선호한다. 대학원 교육 자체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고, 도피성 진학이라고 생각하는 견해가 많았다. 또한 다른 지원자보다 학위가 높으면 더 좋은 대우를 바랄 가능성이 크고, 적응을 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도전·열정에 대한 선호도 낮아, 면접 대기실에서 도덕성 평가한다” 



국내 500대 기업은 면접 단계에서 도덕성·인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팀워크, 인내력, 문제해결능력 등을 중시하고 있다. 도덕성·인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입사지원자는 다른 숙련이 뛰어나도 합격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국내 기업은 도전정신 및 열정을 크게 중시하고 있지 않으며, 직무 관련 지식보다 직업기초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Q 도덕성·인성에 대한 중요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업이 진행하는 인적성검사 역시 이러한 부분을 판단하려는 의중으로 예상되는데? 

맞다. 대부분의 기업이 인적성검사에서 이러한 부분을 파악하려고 한다. 기업은 인적성검사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결과 또한 매우 신뢰하고 있다. 아무래도 면접에서는 자신을 포장해 보여주기 때문에 도덕성이나 인성 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치르는 단계인 것 같다. 몇몇 기업은 그래서 대기실 평가를 진행한다고 한다. 면접 대기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몰래 평가하는 것이다. 합숙 면접이나 인턴십 등을 통해서도 도덕성·인성을 평가한다. 도덕성·인성은 중요한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갖춰야하는 필수 조건이다. 


Q 도전정신과 열정에 대한 중요도는 낮게 나왔다. 기업이 늘 강조하던 것이 ‘도전정신’, ‘열정’인데 의외의 결과다. 

경제발전이 정체된 상황을 반영한 것 같다. 과거와 달리 고속성장이 어려워 기업들은 새로운 일을 벌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또한 조직을 우선시 하는 문화에서도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기업은 튀는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결과이기도 했다. 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성, 창조성을 중요시해야하는데 너무 평균 지향적인 문화에 갇혀있는 것 같다. 


Q 서류전형에서는 직무 연관성이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였는데, 면접에는 낮은 순위로 조사됐다. 

기업은 대학의 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서류 전형을 통과할 정도의 기초 전공 지식만 갖췄다면 전공 지식이 조금 더 있고 덜 있고는 중요하지 않게 본다.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Q 연구 결과를 통해 취준생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연구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석박사의 취업이 더욱 어렵다. 학점은 3.0만 넘으면 되니 안정권이라면 고학점을 얻기 위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길 바란다. 영어 공부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기업 인사담당자의 말을 들어보면 일반 공채(영어 사용이 적은 일반 직무)에서는 영어 점수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면접에서는 직업기초능력이 중요하다. 대학 생활 중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도록 동아리나 스터디 모임 등에 참여해보는 것이 좋다. 팀을 짜서 의사소통을 하면 팀워크, 인내심 등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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