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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권리 찾기 ①] 근무지·근무 부서· 연봉도 ‘비밀’ ... 채용 시장의 영원한 ‘을’ 취준생 조회수 : 8938

△농협은행은 공채 면접에서 응시자들이 관계자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한국경제 DB)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구직난이 지속되면서 취준생의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뽑을 사람은 많다’는 몇몇 기업의 고압적 태도 앞에서 취준생들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근무지, 근무 부서, 연봉도 몰라요…구직자 울리는 '깜깜이 채용' 


A 씨는 오랜 준비 끝에 포스코 합격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당황스런 소식을 듣게 됐다. 근무지가 ‘포항’으로 결정됐다는 이야기였다. 최종합격 발표 후 신입사원 연수가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었다. 


사측은 신입사원 전원에게 광양 및 포항 근무 3년을 지시했다.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포스코 측은 채용 공고에 이 같은 내용을 공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고에 나온 내용은 ‘현장경험을 위해 입사 후 일정기간 포항·광양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간략한 내용뿐이다. ‘현장경험을 위한 일정 기간’이 3년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은 명시되지 않았다. 물론 채용 과정 중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 포스코 채용 공고의 일부. 현장경험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채용설명회와 신입사원 OT에서 현장 경험 기간이 2~3년가량이라는 것을 안내한다”고 밝혔다. 설명대로라면 채용설명회에 찾아가지 않은 학생들은 최종합격 후 신입사원 OT에 가서야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공고에서 2~3년의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은 “회사 사정에 의해 기간이 변경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명문대 출신 B 씨는 지난해 인카금융서비스에 지원해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가 업무를 시작한 곳은 지원했던 부서가 아닌 영업 관련 부서였다. 회사 측은 ‘현재 해당팀에 TO가 없어 근무를 할 수 없다’며 신입사원 전원을 영업 관련 부서로 배치했다. B 씨는 “생각지도 않았던 영업팀으로 배정돼 물 마시는 시간과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까지 보고해야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보험업의 특성상 모든 신입사원을 3~6개월간 영업 지원 직군에 선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채용 공고 또는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전혀 고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카금융 채용 관계자는 “최종합격 발표 후 신입사원 교육을 시작할 때 이러한 내용을 전달한다”며 “만약 채용 과정에서도 문의가 올 경우에는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채용 정보를 사진으로 담고 있는 취업준비생 (사진=한국경제 DB)


취준생의 ‘알권리’, 갑질 채용 앞에서 무너져 


채용 과정에서 취준생의 ‘알권리’는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최종합격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연봉은 물론 자신이 일하게 될 부서와 근무지역도 확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신입사원 연수까지 마친 뒤에야 확인 가능한 경우도 있다. 대기업 인사팀 출신의 컨설턴트는 “연봉이나 지방 근무지 등의 정보가 미리 알려질 경우 채용 과정에서의 이탈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보는 신입사원 교육 중이나 교육 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정보를 담아야할 채용 공고부터 기업의 ‘불친절’은 시작된다. 많은 기업이 채용 공고에 구체적인 채용 인원을 밝히길 꺼려한다. ‘0명’, ‘00명’ 등 대략적인 숫자만을 기입해 취준생의 불안감을 높일 뿐이다. 


정확한 채용 인원을 공지하지 않아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취준생 김 씨는 “A기업과 B기업의 최종면접일이 겹쳤다. 고민 끝에 A기업의 면접에 참석했는데, 면접 중 채용 인원이 1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미리 채용 인원을 알았더라면 B기업의 면접에 참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문제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바로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인턴으로 채용하는데,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인턴 근무자들은 합격률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가운데서 불안정한 상태로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다. 


송진원 공인노무사 겸 베러유 취업컨설팅 대표는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은 취준생은 다시 취업 준비 시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경쟁자에 비해 3~6개월의 시간을 낭비한 셈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실무 평가 기간이라는 명분으로 3개월 이상 인턴십을 하는 것은 채용 단계에서의 횡포”라며 “실무 평가는 1개월 이하로 지정하는 법적 규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인적성 시험을 응시한 학생들이 시험장 근처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 DB)


‘눈치작전’ 펼쳐진 대기업 겹치기 채용 일정, 취준생 마음만 타들어가


이번 하반기 공채 중에는 전에 없던 ‘눈치작전’이 일어났다. 주요 기업의 인적성 일정이 대거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1일 롯데, 금호아시아나, 효성그룹, GS칼텍스가 동시에 시험을 치렀다. 올해 처음 시행된 금융 공기업 ‘A매치’와도 같은 날이다. 22일에는 삼성과 CJ가 인적성 시험을 치렀다. 


같은 날 주요 기업의 인적성시험이 치러지다보니 취준생 사이에서는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보다 ‘경쟁률이 낮은 곳’을 찾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다.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는 어느 기업의 인적성 시험을 치를지를 서로 묻고 답하는 현상이 이어졌고, 전날까지도 어느 기업의 인적성을 치러야 승률이 높을지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겹치기 인적성은 겹치기 면접으로 이어졌다. 주요 기업의 면접 일정마저 겹쳐, 어렵게 서류 전형과 인적성을 통과한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여러 기업 중 하나만을 골라 면접을 치러야했다. 


최동원 커리어탑팀 대표는 “좋은 인재를 선점하기 위해 기업이 겹치기 일정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국 기업과 취준생 모두가 손해를 보는 이번 눈치작전 같은 사례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집중되는 기업의 공채 문화가 사라져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3월과 9월에 대기업 채용이 몰리다보니 취준생의 ‘기업 선택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해외에서는 기업이 TO가 있을 때마다 수시 채용을 진행한다. 취준생에게 기업을 선택할 기회를 늘려주고, 채용을 유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공채 문화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phn09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