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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학점′′토익′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다 조회수 : 7083

'나이 서른에 토익이 480점이라 원서도 못 넣고 있어요' '인턴 경험이 없어서 졸업을 유예하고 싶어요' '전공과 다른 분야의 일이 하고 싶어져서 대학원에 가려고 해요'

이화여대 강의실에 모인 300여 명의 취업준비생들은 손을 들어 고민을 말했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연신 공감 섞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내 고민을 내 옆 사람도 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에서다.

많은 구직자들은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앞서 대충이나마 써 놓은 자소서를 들고 ‘취업 컨설턴트’를 찾는다. 이들 취업전문가는 학교나 학원에서 취업 특강이나 자소서, 면접 첨삭을 해주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 실제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같은 생각일까. 20일 YBM 주최로 서울 이화여대에서 ‘취업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300여 명의 취업준비생들과 함께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 박명하 올해는 취업 대표 박세헌 엔씨소프트 인력개발실 차장 한국인재교육원 이윤주 원장 원강사 정혜원 강사가 참여해 ‘취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재은 대표는 한양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해 홍보회사에서, 박세헌 ‘올해는 취업’ 커뮤니티 대표는 금융권에서 각각 오랫동안 일했다. 이윤주 원장은 일반 기업의 경영지원 업무를 했고 정혜원 강사는 승무원으로 일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인생 선배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기 위해 모였다.

특히 현대그룹, NHN 등 회사에서 다년간 인사업무를 경험한 현 엔씨소프트 인력개발실 차장 박세헌 씨는 실무 인사진으로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채용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한편, 게임회사 취업에 대한 노하우도 전했다.

-나이가 서른인데 토익이 480점밖에 안돼 원서도 못 넣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박세헌 토익점수가 필수가 아닌 회사에 지원하거나 토익 점수를 올리는 방법 밖에 없을 것 같다.

박명하 현직 NHN에서 NHN프로그램인 ‘가계부’를 총괄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이 분은 토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다. 대신 처음에 중소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매년 좋은 회사로 점프하면서 8번 만에 NHN에 입성한 거다. 현재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다. 작은 회사에서부터 경험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재은 난 학부 때 영어영문학을 복수전공했지만 처음 토익을 봤을 때 600점 초반 대가 나왔다. 그런데 텝스는 의외로 잘 나왔다. 알고 보니 내가 ‘듣기’ 실력이 부족했던 거였다. 그 뒤로 ‘토익은 나랑 안 맞구나’라고 생각하고 대신 나에게 유리한 시험이 어떤 건지를 찾게 됐다. 참고로 영어는 밥 먹듯이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해 이것저것 시험을 준비하다 공백기간이 생겼다. 면접 때 어떻게 답하는 게 좋은가

이윤주 어느 회사를 가고 싶고 어떤 준비를 했는지를 본인이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답변하나.

박세헌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휴학을 하더라도 학교에 적을 두고 있어야 좋게 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4년 만에 졸업한 학생이 거의 없다. 하지만 꼭 알아둬야 할 건 기업은 서류를 보면서 대학에 적을 둔 것에 크게 차이를 두지 않는다는 거다.

박명하 졸업을 유예하는 비율이 전체 졸업생 중 25%라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공백기가 있더라도 서류에 붙었다면 일단은 괜찮다는 것 같다. 만약 면접 때 공백기에 대해 또 물어본다고 해도 압박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들 본인만 공백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경우는 흔하다. 5학년이라는 말이 왜 나오겠나.

이재은 솔직하게 얘기하라. 공백기간을 본인의 콤플렉스라고 단정지어 버리면 면접 때 이 부분을 물어올 때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왜 일년 동안 시험을 준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솔직히 말하고 대신 시험을 준비하면서 열정을 배웠다고 어필하라.

박세헌 회사는 결코 절대적인 기준에서 스펙이 좋은 사람을 찾는 게 아니다. 회사에 적합한 지원자를 고르는 거다. 오히려 공백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공백 기간 동안 인생 고민을 했든 취업 준비를 했든 그 노는 기간의 처절함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염두에 둬라.

엔씨소프트는 특히 폐인같이 어떤 분야에 몰두하느라 시간을 쓴 사람을 좋아한다. 예전에 일했던 NHN도 그렇고 동종업계인 넥슨도 마찬가지다. 어학성적 같은 건 해외직무와 관련된 특정 직무가 아닌 이상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인턴 경험이나 공모전 수상 경력이 없어서 졸업을 유예하고 싶다. 해도 될까

이윤주 계속 말하지만 입사를 원하는 기업을 설정해 놓고 그 기업의 직무가 인턴경험과 공모전 경력을 요구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박명하 요즘 회사는 경력직 같은 신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인턴 경험자를 선호한다. 하지만 좋다고 무조건 할 게 아니라 정말 잘 할 각오를 먼저 해야 한다. 업무 기록이 다 남기 때문이다.

박세헌 일단 요즘 유행하는 취업 8종 세트를 만들어 놓기 위해서 준비하는 건가. 그렇다면 졸업유예는 별 의미가 없을 거다. 인사담당자들은 1년 동안 최소한 수 천장, 수 만장의 서류를 보는데 스펙의 이유가 ‘우리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건축학과를 졸업해 건축관련 잡지사에서 일하다 홍보나 마케팅 업무가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전공과 무관한 직무라 대학원에 가서 지식을 쌓고 싶은데

이은재 대학 전공으로 건축학을 선택했을 때 건축학에 흥미가 있어서 선택했지 않은가. 꿈은 늘 진화한다. 만약 홍보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하다 보면 또 다른 쪽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대학원을 선택하기 보다는 현장 경험을 더 해본 다음 그 때도 관심이 있으면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윤주 건축회사의 마케팅 업무를 하는 걸 추천한다. 요즘 기업들은 통섭형 인재를 원하지 않는가.

-지방대 화학과 출신으로 제약회사에서 4년간 일하다 그만두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나이는 27살이다. 이력서에 희망 연봉을 쓰게 돼 있는데 얼마나 적어야 하나

박세헌 일반 그룹사는 회사 내부의 기준이 있지만 중소기업이 문제다. 보통 정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이전 회사에서 받은 연봉의 10% 이상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냥 ‘회사 내규에 따른다’고 적는 게 제일 무난하다.

-대기업은 아직까지 학부를 많이 반영하는 것 같다. 대학원 졸업자로 학부생과 경쟁하는 건 불리하나

박세헌 예전에 일했던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 분야의 경우 대학원학력까지 인정한다. 연구개발. 일반 사무직의 경우는 경력 1년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학부 비중을 더 크게 둔다. 많은 기업에서 실제로 학교별, 학점별 구간 점수로 필터링을 한다. 하지만 서류전형에서 이 같은 기준이 15~20개가 넘는다. 이 걸 다 합산하기 때문에 학점이나 학벌이 실제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2011년 하반기 공채 때 73명을 선발했는데 이때 144개 대학 출신의 9462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135:1이었다. 그리고 합격한 73명의 학교는 34개였다. 공채 때 서울대 카이스트 등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 대학생들도 많이 지원했다. 하지만 이들이라고 특별히 합격률이 높았던 건 아니었다. 카이스트 학생은 40명이 지원해 그중 3명이 합격했다. 합격률이 7.5%인 셈이다.

놀라운 건 가천의대가 14.2%, 순천대가 12.5%로 카이스트 학생보다 합격률이 더 높았다는 거다. 서울대는 2.7%, 연세대는 2.5%였다. 우리 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실제로 단순히 학력이나 학점만을 보는 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이윤주 정당한 이유가 업이 단순히 취업 안돼서 대학원을 가는 건 취업에 불리하다. 면접 때 다 티가 나기 때문이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게임회사 경영지원 직무에 입사하고 싶다. ‘디아블로’라는 게임을 미친 듯이 좋아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입사에 가산점이 있나

박세헌 실제 게임마스터라는 직무 지원자 중 ‘게임 폐인’에게는 공식적인 가산점을 준다. 심지어는 좋아하는 게임의 레벨에 따라 가산점이 다르기도 할 정도다. 경영지원 등 일반 사무직 역시 비공식적으로 가산점을 줄 수 있다. 아무래도 게임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채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아블로보다는 리니지를 내세우는 게 더 좋지 않겠나.

물론 이 가점의 비중이 크지는 않을 거다. 게임 회사가 다 자유롭고 흔히 말하는 ‘오타쿠’만 다니는 건 아니다.

이윤주 실제로 카카오는 애니팡 20만점 이상 보유자에게 가산점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박세헌 그게 바로 회사에 대한 열정을 보기 위한 것이다.

이재은 애사심은 면접에서 정말 중요한 스펙이다. 특히 50~100명 규모의 중견기업에 입사할 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 나는 4학년 때 한 홍보회사에 지원했는데 이 때 애사심이라는 나만의 스펙을 만들었다.

그리고나서 3개월 동안 이 회사의 홈페이지를 매일 들락날락하며 어떤 변화가 있는지 심지어 누가 입사했는지도 공부했다. 또 회사 대표의 블로그에도 매일 글을 썼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차별화가 안 되는 것 같아 ‘호호아가씨’라는 인상 깊은 아이디를 만들고 글 마지막에 늘 ‘호호’라는 글자를 붙였다. 그리고 면접 때 내가 바로 ‘호호아가씨’라며 어필했고 이를 인상 깊게 본 대표님 덕에 최종 합격했다.


온라인에디터 jobnj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