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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동아리를 가다] 롤부터 드론까지… 촉각 인터페이스 개발 연세대 ‘뉴빌리티’ 조회수 : 6081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리그오브레전드(LOL)’나 ‘오버워치’같은 PC게임을 할 때 수시로 화면 아래의 캐릭터 상태바를 확인해야 한다. ‘체력(P)’이나 스킬이 수시로 떨어지기 때문에 미리 점검해 충전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보유저들은 플레이에 집중하느라 이를 눈치 채지 못하다가 체력이 방전되고 공격당하기 일쑤다. 특히 PC방의 대형 모니터라면 더욱 그렇다. 


반면 프로게이머들은 시선을 거의 정면에 고정해둔 채 게임에만 집중한다. 화면 아래의 정보 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미 충전이 필요한 때를 ‘감’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 3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뉴빌리티 사무실에서 이상민 대표와 팀원들을 만났다. 다양한 학교 출신이 모인 데다 

더욱 ‘기성 기업답게 자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학교가 아닌 외부에 사무실을 얻어 운영 중이라는 게 

이상민 대표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김형진 팀원, 이상민 대표, 정찬우 팀원. 사진=이승재 기자.



연세대 창업동아리 뉴빌리티는 이를 촉각으로 해결한다. 숫자 데이터를 시각이 아닌 인간이 가장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촉각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압력, 전기자극, 진동 세 가지 툴이 활용된다. 이를 접목한 웨어러블 촉각 인터페이스를 손목 등에 부착해 요소별로 필요한 순간에 자극을 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극모듈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드느냐는 것. 만 21세 이상민(연세대 천문우주학 2) 뉴빌리티 대표는 “아이폰의 묘하게 부드러운 터치감이 대규모 팬층을 확보했듯 우리도 손목형, 손등형 심지어 발목형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설계를 변경하며 최고의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뉴빌리티가 모토로 삼고 있는 것은 ‘스크린 패러다임’. “데스크톱 PC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는 동안 동작 인터페이스는 타자에서 터치로 바뀐 게 전부”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스크린이 점점 커지면서 우리의 눈은 넓어진 화면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게 ‘스마트폰의 한계’라고 이상민 대표는 지적한다. 



△ 현재 프로토타입 단계인 뉴빌리티의 웨어러블 촉각 인터페이스. 사진=이승재 기자.



이 대표가 생각하는 제품의 가장 큰 가치는 활용성에 있다. 자동차나 비행기 심지어 드론의 조종석의 다양한 정보들을 모듈에 녹일 수 있다. 촉각을 다투는 중증외상센터에서도 환자의 혈압, 맥박 등 수시로 변하는 데이터를 이 제품으로 즉각 인지할 수 있다. 


“우선 현재 주력으로 보는 시장은 게임시장이에요.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가임에도 반드시 게임용 마우스나 기계식 키보드를 별도로 구매해 사용해요. 속도감이나 부드러움에서 오는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런 미세한 차이로도 게임의 성적이 확 달라진다고 말하죠. 게임 시장에서는 분명 수요가 많을 거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사용자가 촉각의 자극을 불편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요소별 촉각을 구분할 수 있는 학습시간도 필요하다. 이 대표는 “현재는 자극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효과적일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명대회에서 만난 고등학생들, ‘스크린 패러다임’ 혁신을 위해 다시 뭉치다 


경기도 고양시 뉴빌리티 사무실. 입구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오른쪽에 나란히 붙은 2개의 이층침대다. 침대 위에는 이불과 옷가지, 심지어 책가방까지 여기저기 흐트러져 놓여 있다. 그 옆에 길게 세워진 책장에는 손세정제, 샴푸, 로션 등 각종 세면도구가 놓여있다.


사무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오니 세 개의 대형 화이트보드가 눈에 띈다. 여기에는 사무실 배치도와 조직도부터 각 팀별 프로토타입의 코드와 제품 전개도 등이 사진과 직접 그린 그림으로 내걸려 있다. 수차례의 회의과정을 보여주듯 전개도 그림 사방에는 수없이 그은 선들과 날려 쓴 글자가 덧입혀 있다. 한쪽 구석에는 제품 납땜에 필요한 전용 책상도 있었다.



 사무실 입구의 침대와 칠판 메모. 사진=이도희 기자.



“저희가 거의 매일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든요. 완성품을 만들기까지 프로토타입을 계속 갈아치우다 보니 밤을 새울 때가 많아요. 가끔 침대가 모자를 때는 의자에서 자기도 해요. 얼마 전에는 한밤중에 갑자기 주인 없는 책상 컴퓨터가 켜져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알고 보니 가족여행을 떠난 한 팀원이 밤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가족이 잘 때 호텔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했던 거죠.”


현재 뉴빌리티에는 이 대표를 포함해 12명이 소속돼 있다. 해외지사도 있다. 미국 뉴욕대에 재학 중인 조청호 뉴빌리티 부대표가 뇌과학연구실 담당 교수와 성공의 핵심 열쇠가 되는 ‘효과적인 자극모듈’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이 밖에 스탠포드대학의 방글라데시인 팀원은 학교에서 제품 출시 후의 전시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배포할 홍보 애니메이션도 작업 중이다. 





이 같은 뉴빌리티의 글로벌한 인맥의 시작은 이 대표가 고등학생이던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상민 대표와 조청호 부대표, 방글라데시인 Labib 씨는 미국의 아이디어 공모전 ‘Conrad Spirit Of Innovation Challenge’에 출전해 처음 만났다. 인연을 지속하던 셋은 같은 해 8월, 유인 드론 관련 아이템을 떠올렸다. 곧 드론이 막대하게 늘 것이라고 보고 하늘의 교통체계를 개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야심차게 시장조사에 돌입했는데 결과는 절망적이었어요. 제품 생산비용이 상상을 초월해 어마어마했죠. 그러다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이 닿았고 ‘촉각 인터페이스’를 새롭게 구상했어요. 이 아이디어로 항공우주연구원 ‘우주기술 대학생 창업 아카데미(STAR-Exploration Academy)’와 연세대 창업열정대회에서 잇따라 대상을 거머쥐면서 본격 사업화를 결심했죠.”


팀원도 필요했다. 이 대표는 직접 교내외를 넘나들며 스카우트에 나섰다. 현재 하드웨어 부문을 총괄하는 정찬우(중앙대 융합공학부 2) 씨는 SNS에서 이미 잘 알려진 스타다. 과학고 3학년 시절 그가 SNS에 올린 오버워치 VR기기 시연 영상은 조회수 27만 회, ‘좋아요’도 1만 개를 기록했다. 덕분에 화제가 된 이 VR기기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것. 



 정찬우 씨가 직접 기기를 제작해 촬영한 게임 오버워치 VR기기 시연 영상.  


전윤배 경영전략부장은 이미 연세대 내에서 다수의 스타트업 실전 경험으로 유명하다. 김채윤 제품개발팀원은 항공우주연구원 소속으로 실전 항공우주와 뉴빌리티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맡고 있다. 소프트웨어 부장격인 김형진(한양대 소프트웨어학 2) 씨는 게임 신호를 촉각으로 연결하는 핵심역할을 담당한다. 


이중 휴학생은 한 명도 없다. 뉴빌리티 만큼 전공공부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이 대표의 철칙에 따라 모든 팀원은 동아리 활동을 최대한 학업과 병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학기에 돌입한 요즘은 팀원들이 요일을 나눠서 스케줄별로 출근한다. 이날 팀원 대부분이 부재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00만 원어치 실패를 딛고 3억 원 투자 유치


팀원들이 이처럼 똘똘 뭉치는 데에는 이 대표의 ‘솔선수범’ 덕도 크다. 사업 초기, 당장 한 푼도 없던 때에 이 대표는 그간 받은 상금 1000만원을 모두 털어 임대료를 지불하고 기기를 구입했다. 올 1월에는 이미 완성단계까지 끝내 놓은 프로토타입이 뉴욕대 연구실 연구결과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결과를 받았고 이 대표는 과감히 이 모듈을 폐기처분했다. 무려 1000만원을 쏟아 부은 제품이었다.  


“팀원들의 상처가 컸을 거예요. 제가 부탁한 것은 단 하나였어요. ‘고객에게만 집중해야 하자’는 것. 이전 모듈이 ‘잘 만들어졌다’는 건 어디까지나 우리의 생각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여전히 회의 때만 되면 ‘빨리 제품을 출시해 그 판매수익으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쪽과 ‘확실히 좋은 제품을 천천히 출시하자’는 쪽이 매번 싸워요. 하지만 다들 저를 믿고 따라주고 있어 고맙죠.” 





다행히 지난해 8월,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의 사재출연기관인 ‘윤민창의투자재단’으로부터 5000만원을 투자 받았다. 최근 김석환 전공교수와의 공동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끈조임 장치’ 특허 보유자로 제품 뒷부분의 끈조임 장치도 김 교수의 도움으로 완성했다. 또 이 대표가 직접 개인투자자를 만나면서 동분서주한 결과 3억 원 투자도 구두 약속 받았다. 


장기적으로 그는 뉴빌리티가 스크린 패러다임의 한 시작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가진 기술을 더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해 큰 혁신을 이루고 싶다는 것이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남들이 못한 경험을 많이 한다는 거예요. 조직을 관리하는 법 특히 법률, 세무, 회계 등 평소에 완전 전혀 관심 밖이었던 분야를 직접 부딪히며 익히고 있죠. 사람 대하는 법도 많이 배웠어요. 처음엔 부정적인 사람들 앞에서 자존심도 많이 처음엔 상했는데 곧 그게 제가 싫어서가 아니라 원래 그 사람의 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니 상처도 덜 받고 다가가기도 쉽더라고요.”





이 대표는 창업은 엘리베이터와 같다고 말한다. 1층에서 이 기기를 어떻게 원하는 곳까지 올릴지를 조율해야 한다는 것. 최종 목표 층을 가기 위해 뉴빌리티의 엘리베이터는 지금도 계속 상승 중이다.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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