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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깔창 생리대 사태 막아야죠”... 대학생 프로젝트팀 ‘돈 워리’ 조회수 : 3915

△ ‘프리지아 파우치 : 걱정 없는 ‘그날’을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Don't Worry’팀 팀원들


[캠퍼스 잡앤조이=이신후 인턴기자 / 사진=Don't Worry’팀 제공] 지난 8월, 시중에서 판매중인 생리대 제품에서 발암물질과 생식독성·피부 자극성 물질이 검출돼 큰 충격을 줬다. 이에따라 국내산 생리대 불매운동을 벌어지고 일부 여성들은 면 생리대, 생리컵, 해외 생리대 등을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발암물질 생리대’ 파동으로 이중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 바로 저소득층 여성이다. 몇몇 기업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었으나, 유해물질 논란으로 인해 안전한 생리대를 지원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명의 대학생이 뭉쳤다. 프리지아 꽃 자수가 새겨진 파우치를 제작해 수익금의 50%를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에 후원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크라우드 펀딩을 한 결과, 목표액 30만원을 훌쩍 넘는 839만 4804원이 모였다. 자세한 얘기를 듣기 위해 ‘프리지아 파우치 : 걱정 없는 ‘그날’을 위해’ 프로젝트를 기획한 ‘돈 워리(Don't Worry)팀’을 만났다. 팀원들의 사정으로 이영우 팀장, 강지현, 이진영 팀원만을 만날 수 있었다.


-‘돈 워리팀’은 어떻게 꾸려지게 됐나.


“팀원이 10명인데, 모두 연합동아리 대외활동 플러스에서 만났다. 대외활동을 혼자 알아보고 활동하기보다는 여럿이 모여서 준비하고 싶거나 친목을 다지고 싶은 대학생이 모인 동아리다. 꽤 오래전부터 활동한 동아리라 현재 회원 수만 250명이다. 여기서 상품 기획부터 판매까지 직접 총괄하는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모였다. 동아리 회원이 많아서 ‘돈 워리팀’ 외에 다른 팀들도 사회적 의미를 지닌 프로젝트 기획 및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영우)


-‘저소득층 아동에게 생리대를 지원한다’는 크라우드펀딩을 기획한 까닭이 있다면.


“‘제2의 깔창 생리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자’는 생각이었다. 깔창 생리대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부족해 대체품으로 깔창이나 수건, 휴지를 쓴다는 이야기다. 몇몇 기업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암물질 사건이 터지며 그 지원마저 끊겼다. 새로운 뉴스가 분 단위로 끊임없이 올라오는 시대여서 저소득층 아이들의 이야기가 묻힐 것 같았다. 이렇게 묻히면 안 된다,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현)


“팀원 모두 상품 기획에 관심이 많아 수익성 있는 아이템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이웃에게 진심 어린 도움을 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기획할 기회가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영우)


-프로젝트 기획 후 크라우드펀딩 달성까지 걸린 시간이 궁금하다.


“약 8주다. 9월 초부터 기획해 추석까지 파우치를 제작할 수 있는 업체를 알아보고 크라우드펀딩 페이지에 들어갈 홍보 이미지 제작 등을 마쳤다. 이후 10월 14일부터 29일까지 펀딩 페이지를 열었다. 지금은 모금을 마감하고 파우치를 생산하고 있다. 파우치 배송작업까지 완료하면 소셜벤처 ‘이지앤모어’에 남은 금액의 50%를 전달할 예정이다.” (영우)


‘Don't Worry’팀이 제작한 프리지아 파우치


-상품이 ‘프리지아 파우치’뿐인데, 가격대별 여러 상품을 살 수 있는 타 크라우드펀딩과 달리 한 가지로만 구성한 이유는.


“상품을 파우치로 정한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프로젝트 주제가 여성인 만큼 상품도 여성에게 더 와닿는 걸로 선택했다. 여성들이 파우치를 생리대를 넣는 용도로 사용해 상품을 보기만 해도 주제가 떠오른다는 점도 고려했다. 또 하나는 실용성이다. 파우치가 다양한 물건을 담는 용도로 활용되기에 보통 하나만 구매하지는 않는다. 욕실용, 화장품용, 기타 물품용 등 용도에 따라 여러 개 갖춘다. 다른 물품과 비교해 실용성과 접근성이 좋다고 판단했다.” (지현)


“파우치 재질과 디자인에 집중하기 위해 한 가지 상품으로만 구성한 것도 있다. 일반 파우치에 쓰이는 캠퍼스 원단이 아닌 네오프렌 재질을 이용해 쉽게 닳거나 색이 바래지지 않도록 섬세하게 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 네오프렌 원단이 파우치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작게 자르면 주름지거나 쪼그라들기도 해서 업체에서 어려워하더라. 그렇지만 우리를 믿고 구매한 고객들에게 높은 퀄리티의 상품을 제공하고 싶었다. 물건을 판매하는 입장으로서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낼 의무도 있다고 생각했다.” (진영)


-펀딩 중간에 굿네이버스에서 ‘이지앤모어’로 기부처가 변경됐다. 그 이유는.


“‘발암물질 생리대’ 사태 이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유지하는 기업이 몇 군데뿐이더라. NGO 단체 중 큰 단체에서 그나마 꾸준히 진행했다. 그래서 굿네이버스에 후원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펀딩 페이지를 열고 난 후에 사회적기업 ‘이지앤모어’를 알게 됐다. 여성의 후생을 위하는 기업인데 저소득층 아동 생리대 지원 사업도 2개월마다 진행하며, 어느 지역 아동에게 전달했는지 명확히 알려준다. 프리지아 프로젝트와 방향성이 맞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미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업과 협의해 기부처를 바꿨다.” (영우)


-프로젝트를 달성하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대학생이 팀을 꾸려 상품을 기획하니 어려운 점이 매우 많았다. 펀딩 페이지 내용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어떤 상품을 해야 할지 등등. 초기에 기획했던 프로젝트는 상품 제작까지 갔다가 엎어지고 그랬다. 다행히 연합동아리에 직장인 선배들이 있어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상품을 팔 때 어떤 얘기를 해야 홍보가 잘 될 것이다’, ‘무산된 프로젝트를 보면 어떤 부분이 미숙했다’ 등 실무적인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프리지아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는 더 꼼꼼히 준비할 수 있었다. 펀딩 기간에는 실제 후원자들이 프로젝트를 많이 홍보해줬다. 이러한 도움이 있었기에 프리지아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웃음)” (진영)


△ 프리지아 파우치 샘플 제품을 보며 회의하는 모습


-후원자 655명을 달성하며 목표액 30만원을 훌쩍 넘겼다. 소감이 어떤가.


“무척 기쁘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줘 놀랍기도 하고, 발암물질 생리대가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또한번 깨닫게 됐다.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도 느꼈다. 사실 대학생이 되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다. 예전보다 타인의 문제나 상황에 무관심해 진다. 그런 와중에 ‘상생’의 의미를 담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고, 우리의 뜻에 많은 사람이 동참해줬다. 오히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힐링’ 받은 느낌이 든다. 예상했던 수량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와 파우치 생산이 더디지만, 후원해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좋은 상품으로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현)


-크라우드펀딩을 하며, 혹은 펀딩 성공 이후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여학생들의 경우 10명 중 6명은 저소득층 아동에게 생리대 지원 사업이 있는 것도, 또 최근 지원이 끊긴 것도 모르더라. 프리지아 프로젝트를 홍보하며 사연을 알렸더니 대부분 좋은 프로젝트라며 응원해줬다. 함께 발암물질 생리대에 분노도 하고 그랬다. (웃음)” (진영)


“남학생들은 ‘내 일이 아니어서 잘 몰랐는데, 새로 알게 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프리지아 프로젝트의 주 타깃이 여성이어서 공감을 얻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많은 사람이 프로젝트 홍보도 도와줬다.” (영우)


sin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