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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일하는 공간을 디자인할 때 가장 즐거워요” 김란 일공오일공 대표 조회수 : 1293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 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 ‘일공오일공(105-10)’의 김란(35) 대표는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한다. 그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과 공간을 소재로 공간 창업 컨설팅부터 오피스 디자인, 출판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일하는 공간을 만들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잘 쓰고 싶다는 김란 대표는 공간 재생과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공간 디자이너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공간 기획부터 설계, 연구, 아카이빙을 하고 있다. 다양한 업종의 오피스를 디자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퍼블리 디지털 리포트 ‘오피스 디자인 가이드’를 작성했다. 회사를 운영하는 대표들에게 일하는 공간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었는데 의외로 HR팀의 반응이 뜨거웠다. 또 빈집을 청년들의 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의 코디네이터를 맡기도 했다. 강원도의 빈집 10여 채를 카페, 사진관, 게스트하우스 등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창업과 인테리어가 처음인 멘티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책을 썼다.”


공간 디자인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고등학생 때 건축 전시를 보러 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 건물 하나를 짓기 위한 스케치와 도면이 수백 장, 수십 개의 건축 모형이 압도적이었다. 막연하게 이런 도면을 이해하고 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대학교의 건축과에 갔다. 공부는 정말 재밌었지만 적성에는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건물을 새로 짓기보다 이미 있는 건물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독립 후에는 자연스럽게 공간 재생,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았다.”


왜 건축가보다 공간 디자이너로 불리는 게 좋은가

“예전보다 설계사무소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건축가는 여전히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대단한 건물을 지어야 할 것 같고 예산이 넉넉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일공오일공은 정말 소소한 고민 상담부터 쉬운 건축 수업까지 진행한다. 특히 공간 창업을 준비하는 클라이언트는 내 또래거나 어린 경우도 많다. 몇 년 동안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드디어 자기만의 공간, 카페나 서점 등을 준비한다. 개개인의 사정을 듣다보면 허투루 돈을 쓸 수 없다. 그래서 건축가 선생님 보다 공간 디자이너 언니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것 같다.”


다양한 공간 디자인 중에 창업 공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일할 때 가장 즐겁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작업실부터 잘 만들려고 애썼다. 백색 소음의 정도, 최선의 책상과 의자 조합, 시간대별 간접 조명과 직접 조명, 프로젝트별 참고 자료의 위치 등을 조절하는 게 즐겁다. 내가 뭔가를 이뤘다면 절반 이상은 내 작업실 덕분이다. 그만큼 나에게 일하는 공간의 존재가 소중하다.”





기억에 남는 작업을 소개한다면

“모든 작업이 소중하지만 위시컴퍼니의 오피스 디자인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하면 정말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일공오일공이 일하는 공간에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오피스 디자인을 마무리할 때마다 ‘새로운 오피스에서 회사가 더 성장해서 다음 오피스로 갈 때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한다. 그래서 위시컴퍼니의 매출과 직원이 늘어나고 오피스를 확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당히 기뻤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

“그 공간에 오래 머무는 사람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최우선이다. 사진을 찍으면 멋지게 나오지만 실제로 인터넷이 수시로 끊기고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건 별로 멋지지 않다.”


디자인할 때 어디서 영감을 얻나

“국내외로 여행을 많이 다닌다. 하지만 올해는 맘껏 돌아다닐 수 없으니 책을 많이 읽었다. 혼자 읽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책을 주제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영감을 많이 얻는다. 최근에 공간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나만의 공간 온라인 북클럽’을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후기가 올라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공간 창업의 힌트를 북클럽에서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공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꼭 건축과를 졸업하거나 실내디자인을 공부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순수미술이나 시각디자인을 하던 분이 공간을 만들 때 훨씬 멋진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내 공간을 만드는 것과 공간 디자이너로 일하는 건 전혀 다르다.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 가장 최선을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반대로 고충이 있다면

“밤에 잠이 안 오면 인스타그램에 예전에 만들었던 공간들이 잘 있는지 한 번씩 둘러본다. 기대 이상으로 잘 운영되는 공간을 보면 뿌듯하다. 반면 사라진 공간을 다시 보면 슬퍼지기도 한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책에는 직장인 A의 서점에 방문할 수 있는 입장권이 들어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도 공간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내 책의 독자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런 곳에서 창업을 했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공간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건축가보다 더 훌륭한 눈을 가진 창업자들의 시선에 감탄하게 된다. 다음 책의 주제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흥미진진하다.”


공간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취업’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파리에 교환학생을 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내 또래 친구들이 취업보다 독립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졸업 작품 전시를 내 회사의 첫 프로젝트라고 생각하는 태도 역시 인상적이었다. 한국도 예전에 비해 20대, 30대에 독립하는 공간 디자이너가 많아지고 있다. 대학교에 다니는 동안 본인의 관심사나 키워드를 찾아봤으면 한다. 자기만의 키워드로 몇 년 동안 꾸준히 학습하고 SNS 계정에 기록하다 보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출생연도 : 1985년생

학력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졸업,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대학원 졸업

경력 : 저서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창업 가이드’, 위시컴퍼니·슬로워크 등 오피스 디자인 다수 진행, 동해안 공간 기반 청년 창업 코디네이터 등


zinysoul@hankyung.com

[사진 제공=일공오일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