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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난이도 높은 작품 만들 때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조현석 조각가 조회수 : 637

-[직업의 세계] '스티로폼 조각가' 조현석 가이아 대표



[한경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코로나19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지만 그래도 전 이 직업이 좋아요. 아마 더 큰 어려움이 온다고 해도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조각은 계속할 겁니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직업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한 분야에서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의 시간을 거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각도 그 중 한 분야다. 쓸모없는 나무나 돌, 고철 덩어리에 영혼을 불어 넣어 다시금 생명을 찾게 하는 직업, 조각가. 스티로폼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조현석(가이아 대표) 작가를 경기도 파주 작업실에서 만났다. 


조 작가는 10여 년간 갈고 닦은 현장경험을 자산으로 2019년 초에 독립했다. 출발은 좋았다. 자리도 잡기 전 여기저기서 작업 의뢰가 들어오면서 밤샘작업은 일상이 됐다. 몸은 고됐지만 신바람이 났다. 금방이라도 내 손으로 작업실을 지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쁜 나날 중에 손꼽아 기다리던 아이도 태어났다. 가장의 무게는 한층 더해졌지만 자신 있었다. 훈풍은 그리 길지 않았다. 2020년 새해를 맞이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국을 휩쓸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코로나19의 태풍은 조 작가도 피해갈 순 없었다. 



조현석 조각가(가이아 대표).



코로나19 여파로 타격이 클 것 같은데, 상황이 어떤가 

“아시다시피 안 좋은 상황이다. 저희가 하고 있는 분야가 상업 조각이다. 방송이나 공연, 행사(축제)를 주최하는 곳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왔는데, 코로나 이후 거의 취소됐다. 오프라인 영업도 아예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 주변 작가들도 일이 없어 쉬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


매출에도 영향이 있겠다

“올해 들어 대출을 두 번 받았다. 작년에 작업실 오픈할 때 대출을 받았는데, 올해는 생활자금을 위해 받았다. 상황이 지속되면 한 번 더 받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분위기가 어땠나

“작년까지만 해도 좋았다. 작년 초에 오픈했는데, 자리를 잡기 전에도 일이 꾸준히 들어왔다. 새벽까지 작업이 이어지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땐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내 일을 한다는 생각에 피곤한 줄 모르고 일했던 것 같다.”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간단하게 말하면 나무, 흙, 플라스틱, 스티로폼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작품으로 구현해내는 일이다. 가이아에서는 스티로폼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크고 작은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진행 순서는 어떻게 되나

“의뢰가 들어오면 △도면작업 △3D 조각기 및 CNC 컷팅기로 재단 △칼, 열선 등을 이용한 수작업 원형제작 △마무리 후가공(사포로 표면정리, 수성 페인트 코팅 등) △FRP, 주물, 우레아 등 마감처리 △마감 후 도색 △설치 및 운반 순으로 마무리 된다.”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소요되나

“어떤 작품이냐에 따라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보통 소요 기간은 작품의 난이도와 디테일의 정도, 크기에 따라 결정되는데, 보통의 경우 빠르면 일주일 정도 길게는 한 두 달이 소요되기도 한다.” 



조각가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뻔하고 상투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조각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건 모든 일에 해당되긴 하지만 조각가는 조각을 미치도록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조각가가 되려는 예비 조각가들이 많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미술에 대한 지식과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론 작품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눈썰미와 통찰력을 키운다면 좋은 조각가가 될 수 있다. 이런 센스는 타고나는 경우도 있지만 작품을 많이 보고 공부할수록 이해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아버지께서 원양어선을 타셨어요. 

3년에 한 번씩 집에 오셨는데, 오실 때마다 배 모형을 만들어 저에게 주셨죠. 

어린 마음에 아버지가 만든 그 배 모형이 너무 좋았나 봐요. 보고 또 보면서 나도 저런 걸 만들어야지 했었던 것 같아요. 손재주는 아버지께 물려받은 게 아닐까요.(웃음)” 



어릴 적부터 조각에 관심이 있었나

“어릴 적부터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명절 때 친척들이 모이면 항상 사촌 형이 그림을 그렸다. 미술에 재능이 있었던 사촌 형이 그림을 그리면 늘 칭찬을 받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칭찬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께서 방과 후 활동으로 미술반을 열었는데, 자진해서 들어간 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 꾸준히 미술을 해왔었나

“디자인 특성화고에 입학해 조소를 전공했다. 이어 동의대 조소과에 진학했는데 1년 만에 자퇴했다. 좀 더 큰 세상에서 배우고 싶었다. 20대 초반, 조각을 하던 사촌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와 재입시를 준비하면서 현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입시는 목표대로 잘되진 않았지만 그때의 현장경험은 현재 나의 밑거름이 됐다.”


결과가 좋지 않아 회의감도 들었을 것 같다. 포기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 

“지금도 힘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포기할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이 일이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이 직업이 천직이라 생각한다.”  


조각 외에 다른 일을 해본 경험은 없나

“어렸을 때 중공업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알바도 해봤는데 왠지 억지로 하는 느낌이 들더라.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이 일 외에는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웃음)


조각의 매력이 뭔가 

“가끔 난이도 높은 작품 의뢰가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걸 고민해서 만들어 냈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조각은 다양한 소재로 수 만 가지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내 아이디어만으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나에게 조각은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 포함된 것. 

나에겐 무엇보다 가슴 뛰게 하는 일, 그게 조각이죠.”





조현석 작가만의 차별점도 중요할 것 같다

“조각가마다 미술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차별점이라고 꼬집어 말하기가 애매하다. 개인적으론 상업 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이다. 일을 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다른 작업실에 비해 가이아의 작업 환경만큼은 자신 있고 신경도 많이 쓰는 편이다. 그래서 좋은 작품들이 나오지 않나 싶다.(웃음)”


작가로서 개인전 욕심도 있을 것 같다. 계획이 있나

“오래전부터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 시각적 아름다움이 담긴 작품인데 꼭 완성시키고 싶다. 물론 생계를 위해 상업 조각도 병행해서 작업실도 내 손으로 짓고 싶은 욕심도 있다.” 


khm@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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