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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창업스토리] “웨딩카로 우아~하게 모시겠습니다” 웨딩카 운전하는 노신사, 노경환 ‘웨딩쇼퍼’ 대표 조회수 : 822

[캠퍼스 잡앤조이=김지민 기자]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우리나라 인구 중 65세 이상 구성비는 15.7%다. 10년 뒤인 2030년 25%로 증가하고 2067년 46.5%로 꾸준히 비율은 높아질 예정이다. 우리나라 노년층인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들은 은퇴 후 재취업, 창업을 꿈꾸며 인생 3막을 설계하고 있다. <캠퍼스 잡앤조이>에서는 시니어들의 창업과 취업 성공기를 담아본다. 그들이 말하는 보람차고 뿌듯한 일상은 무엇일까. 새롭게 도전하는 길 위에서 50+세대가 얻는 것은 무엇일지 살펴본다.


먼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입주하고 있는 창업가 2명을 만났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부·중부·남부 등 3개의 50플러스캠퍼스에서 진행하는 참여형 캠페인 및 교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50+세대의 일상 회복 및 전환을 지원하고, 새로운 활동영역과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대리운전에 대한 부정적 편견 탈피…온가족 위한 ‘웨딩카’로 자신감 얻었어요”

노경환 웨딩쇼퍼 대표



△노경환(69) 웨딩쇼퍼 대표.



호텔리어 은퇴 후 시작한 대리운전 기사…

“결혼 앞둔 아들의 결혼식 얘기 듣고 사업아이디어 구상”

호텔리어로 20년 넘게 근무 후 2012년도 은퇴한 노경환(69) 웨딩쇼퍼 대표. 은퇴 후 생겨난 여유시간에 취미활동을 즐기며 여가생활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지만 그것도 쉽지 않았다. 가장 문제였던 건 ‘둘도 없는 짝꿍’이었던 아내와의 사소한 싸움이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서로 지적하고 잔소리하는 일이 늘었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것도 이유였다. 경조사비는 물론, 봉사활동을 하려고 해도 경비와 식비가 드니 잔고는 계속 줄기만 했다.


이러한 생활을 계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노 대표는 다시 일을 찾기 시작했다. 60대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때마침 대리운전을 하는 친구가 떠올랐다. 운전면허증만 있으면 할 수 있는 대리운전 일이 지금으로선 최선이겠다고 생각했다.


세월만큼 오래 해왔던 운전이었고, 호텔리어로 사람 상대하는 일만 20여년 했으니 대리운전은 무리 없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감당해내기 힘든 취객, 자신보다 나이 어린 손님들이 배려 없이 쏟아내는 폭언과 욕설이 변수였다. 하루하루 마음을 다스려봤지만 이제는 일하러 나가기가 싫어질 정도로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3년여 간 버텨온 일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할 때 즈음, 결혼을 앞둔 아들과의 대화에서 사업아이템을 그렸다.


당시 아들에게 들은 얘기는 놀라웠다. 아들이 결혼식 당일 메이크업을 한 채로 헤어숍, 결혼식장, 공항까지 자신이 직접 운전해 이동한다고 말했다. ‘결혼식 주인공이 직접 웨딩카를 몰다니….’ 노 대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대리운전 일을 웨딩카에 접목시켰다. 꽤 괜찮은 사업아이템이 될 것 같았다. 노 대표는 아들에게 “내가 정장을 차려입고 웨딩카를 운전하면 어떨까?”하고 물었다. 처음엔 별 반응 없던 아들이 나중에 다시 아버지에게 찾아와 대답했다. “생각해봤는데, 그 아이디어 괜찮을 것 같아요”





“환갑 넘었는데 무슨 창업?” 주변인들 걱정에도

사업계획서 고치고 또 고치고 ‘무한 도전’

주변 친구들은 환갑을 넘긴 나이에 무슨 창업이냐며 걱정부터 했다. 특히 결혼식 날 이동 서비스는 신랑 친구의 몫이기에 외부 웨딩카 업체에 대한 수요가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 대표는 웨딩카에 대한 필요성을 몸소 느꼈고, 시니어가 도전해볼만한 틈새시장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대리운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헬퍼(helper)의 역할로서 결혼 주인공들을 위한 서비스를 구상했다. 차 문을 열어주는 것은 기본, 예식장에서 전문사진 작가가 놓칠 수 있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을 촬영해 주는 것이다.


시니어 재취업과 창직, 창업을 지원하는 서울시50플러스센터의 문을 용기 내어 두드렸다. 재단이 운영하는 50+캠퍼스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아카데미 교육을 받으면서 창직과 창업에 더욱 깊은 관심이 생겼다. 구상했던 웨딩카 사업아이템에 주변 반응도 좋았다. 사업계획서를 고치고 또 고쳐가며 사업서비스를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쌓이다 보니 각종 정부 및 지자체 창업지원 공모사업에 줄줄이 선정되기 시작했다. 성남시 창업지원금 2000만원, 창업진흥원 지원금 1000만원, SK행복나래 1000만원 등 여러 지원사업에서 해당 사업모델을 인정받으며 총 4400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각종 지원 사업에 선정되고 인정받으니 가족은 물론, 주변인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아내의 잔소리도 확연히 줄어들었고 온가족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창업을 반대하던 친구들마저도 이제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사진 출처=웨딩쇼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공식 홈페이지)



회사이름은 ‘웨딩쇼퍼(Wedding Chauffeur)’라고 지었다. 쇼퍼(Chauffeur)는 일반 운전기사가 해내지 못하는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고품격 운전기사를 의미한다. 웨딩쇼퍼는 영국 왕실의 마부를 ‘Chauffeur’라고 부른는 것에서 비롯됐으며 미국과 유럽 선진국에서는 전통적인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상의 파일럿’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웨딩쇼퍼는 결혼하는 신랑·신부에게 격식을 갖춘 기사가 헤어숍부터 예식장까지 고품격 의전 전문서비스를 제공한다.


처음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받은 지원금으로 리플렛을 제작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채널을 통해 홍보를 시작했다. 처음엔 30대에서 40대 초반을 타깃으로 프로모션 서비스를 진행했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블로그에 후기를 남겨달라고 했다. 예상보다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이 나면서 회사도 매년 2배씩 성장했다. 2017년 하반기 첫 프로모션 때 13팀, 2018년 103커플, 2019년도 204커플이 웨딩쇼퍼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용고객들은 결혼식과 관련한 최소 정보만 공개하는 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차에 타고 내리기 편하도록 스타렉스와 같은 큰 차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점, 헬퍼처럼 차 문을 열어주고 웨딩사진도 찍어주는 등 세심한 서비스가 많은 점 등을 웨딩쇼퍼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는다.



△(왼쪽)웨딩카 옆에서 단장 중인 신랑신부 모습. (오른쪽)신랑신부 의전 중인 노경환 대표 모습. (사진 출처=웨딩쇼퍼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해 250커플 만나…연 평균 1200커플 수행 목표

끊임없이 집착해야 ‘창조창업’돼

노 대표의 올해 목표는 350커플 지원, 1억 매출을 기록하는 것이다. 또 시니어 웨딩쇼퍼 양성도 적극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 연 평균 1200커플 수행, 100명의 시니어 웨딩쇼퍼 양성을 목표로 두고 있다. 노 대표는 “결혼하는 모든 주인공에게 웨딩카 무료지원에 웨딩쇼퍼만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새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웨딩쇼퍼는 현재 취약계층 결혼 커플과 다문화 가정, 탈북이주 커플에게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노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중장년층에게 포기하지 말고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이어 “과거 자신의 모습은 내려놓아야 한다. 세대가 요구하는 사고와 능력에 맞출 수 있도록 걸음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자신의 아이디어의 기본은 ‘헝그리 정신’이라며 관심과 관찰, 원인파악, 방법모색 순으로 집착하다보니 고민에 대한 답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비 청년창업가에게는 ‘모방창업’이 아닌 ‘창조창업’이 돼야 함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노 대표는 “창업은 수단이 아닌 성공을 잡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라며 “창업 전 전문성, 열정, 실패대안 등을 꼭 확인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


min503@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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