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합격 비밀노트] “기생충 복숭아는 사실 가짜예요. 제가 만들었죠” 진짜같은 가짜 만드는 김유선 특수분장사 조회수 : 3226

[캠퍼스 잡앤조이=조수빈 인턴기자] “기생충에 나오는 수석, 복숭아가 소품인 것 알고 있었어요? 영화에서 소품을, 분장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것이 특수분장팀의 역할이죠. 관객의 몰입도를 깨지 않을 만큼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유선(31)씨는 2018년 초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에 특수분장사로 입사했다.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은 영화 '기생충', '극한 직업', 드라마 '킹덤' 등이다. ‘거기에 소품이 나왔어요?’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는 김 씨에게 특수분장사 이야기를 들어봤다. 





Profile

김유선(31)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 특수분장팀 

학력 배재대 조형미술학부 졸업 (2015년)

입사일 2018년


테크니컬아트 스튜디오 셀 



대표 황효균, 곽태용

작품 수 150여개, 1년 평균 10작

팀원 15명

제작 작품 괴물, 기생충, 신과함께, 엑시트, 극한직업 등




스튜디오 셀을 첫 회사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셀은 한국에서 가장 큰 특수분장회사다. 작품도 많이 했고, 작업량도 많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갈 때 특수분장, 효과팀을 유심히 본다면 대부분 스튜디오 셀인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크고 잘하는 회사니까 믿고 지원했던 것 같다.”


팀 구성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팀은 15명, 특수분장팀, 특수소품팀, 애니매트로닉스 팀으로 나눠져 있다. 팀은 유동적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보통 작품이 들어오면 마감에 맞춰 여러 명이 분담해 작업에 들어간다. 연령층은 젊은 편이다.”


첫 작업은 무엇이었나

“킹덤1과 극한직업이었다. 킹덤은 첫 현장 근무였다. 생소한 촬영장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애먹었던 기억이 난다. 극한직업은 시나리오만 읽었는데, ‘아 이 영화는 뜬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해서 가장 처음 한 것들은 회사 규칙이나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었다.”


작업 의뢰는 어떻게 받고 있나

“전 작품에서 했던 제작팀, PD, 연출부 소개로 많이 진행된다. 스튜디오에서 낸 결과물을 보고 비슷한 계열의 작품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 부산행으로 좀비 작품이 흥행하고 나니 그 다음에는 킹덤 작업 의뢰가 들어왔다.”


소위 말하는 ‘금손’이 필요한 작업이다. 전공자 비율은 얼마나 되나

“비전공자들도 있다. 보통은 미술 전공이 많은 것 같다. 기본적인 색깔 보는 능력, 관찰력 등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메이크업이나 헤어 전공생도 있다.”


미술 실력 외에 인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작업 같다

“필요하다. 특히 의학 영화를 찍을 때는 잘린 신체 부위, 수술 장면 등을 진짜처럼 대체하기 위해서 의과대학 해부학 수업을 참관하기도 했다. 실제 부검용 시신의 피부, 장기의 위치, 크기, 색깔 등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범죄 영화도 마찬가지로 칼에 찔렸을 때 피부가 어떻게 상하는지, 어떤 식으로 흉기를 휘두르는지 등을 참고하기 위해 법의학 책도 따로 공부했다. 요새는 3D기술이 필요해서 지브러쉬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입사하기 위해서 어떤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나

“대학생 때부터 작업했던 유화작업, 드로잉, 크로키 외에도 색채감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을 준비했다. 부가적으로는 집에서 혼자 연습했던 조소 모델링 작업도 준비했다. 비록 당장 현장에 뛰어들 수 있을만큼 잘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입사해서 뭘 할 수 있는지’,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간절함과 열정이 잘 담겼던 포트폴리오였다. 아마 그게 입사의 비법이 아니었을까. (웃음)”



△킹덤 좀비 특수분장(좌), 극한직업 특수분장(우).(사진 제공=셀)



배우들하고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작업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배우들과의 에피소드라기보다는 혼자 재미있었던 부분이 있다. 킹덤1 촬영 때다. 배우들 얼굴에 직접 분장을 해야 해서 매 촬영 때 만나다보니 배우들과 친해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고 웃으면서 준비를 하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다들 무서운 좀비가 된다. 촬영장 뒤에서 지켜보는데 배우들 본체와 좀비 연기 간의 괴리가 커서 혼자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채용은 어떻게 진행되나

“상시 채용이다. 페이스북이나 필름메이커스에 필요 시 공고를 올린다. 회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은 이메일로 포트폴리오를 제출하기도 한다. T.O가 자주 있는 직무는 아니다. 지원자들이 관련 전공자만 채용하는지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사실은 전공보다는 현장 근무를 버틸 수 있는 열정과 성실도를 더 많이 본다.” 


스튜디오 셀은 '주 5일 근무', '정규직 채용'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하던데

“영화 현장도 많이 바뀌고 있다. 세트장에 들어가면 해가 지는지 뜨는지도 모른다. 3일 낮밤을 샌 촬영도 있었다. 지금은 촬영장, 영화계 처우가 많이 개선돼 주 5일을 촬영하고 현장에서도 12시간 기준으로 운영한다. 촬영 마무리가 덜 되면 회의를 통해 추가 촬영을 할지 정한다. 셀은 사무실 작업의 경우, 5시 30분 '칼퇴'가 원칙이다.”



△기생충에 등장한 복숭아.(사진 제공=셀)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였나

“아무래도 자신이 만든 소품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에 등장했을 때다. 최근 기생충에 등장하는 복숭아를 제작했다. 커터칼로 복숭아털을 깎는 장면을 묘사해야 해서 정말 ‘진짜’같이 만드느라 고생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게 소품인지 모르더라. 그럴 때 뿌듯하다. 관객의 영화 몰입도를 방해하지 않을 만큼 진짜 같아야 한다.”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

“현장 나가는 일이 가장 힘들다. 킹덤처럼 특수분장이 계속 필요한 촬영은 현장에서 계속 함께 해야 한다. 좀비들이 뛰고 부딪히는 동안 분장은 지워진다. 핏줄도 새로 그리고 피도 새로 묻히는 일이 반복됐다. ‘이러다 우리가 좀비 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개소리도 했다. 이외에도 안전소품을 만들면서 우레탄, 실리콘과 같은 화학용품을 많이 접해야 해서 몸이 상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런 것들을 감수할 만큼 이 일을 좋아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많이 위험한 직업은 아니다. (웃음)”


특수분장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이 일에 대해 욕심과 열정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육체적인 노동이 있는 직업인만큼 자신이 하는일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우선적으로 끈기와 성실성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게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들어와야 한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거나,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자기 계발을 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미술 전공생의 잘한 포트폴리오’보다는 ‘비전공생이라도 창작을 위해 시도해본 흔적이 있는 포트폴리오’를 선호하는 것 같다.”


나만의 합격팁

특수분장팀 입사는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정석대로의 포트폴리오는 회사에게 큰 어필이 될 수 없다. 열정이 듬뿍 담긴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철저한 ‘진짜’의 분석이 필요하다.


subinn@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나의 생각 Good Bad

기사에 대한 의견 (1개)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