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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동아리를 가다] 연세대 창업팀 ‘파라바라’ “간편한 중고거래 자판기로 강남구청장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조회수 : 7969

[창업동아리를 가다]


중고거래 자판기, 연세대 창업팀 ‘파라바라’

따릉이 타고 잠실역에 ‘몰래’ 설치
“손 편지로 강남구청장님 마음까지 사로잡았어요”


△ 연세대 창업팀 ‘파라바라’. 원래는 ‘아이셀(ISELL)’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차기철 인바디 대표의 조언으로
더 직관적인 한글이름으로 바꿨다. 왼쪽부터 여준수 팀원, 김길준 팀장, 신현민 팀원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창업동아리원은 학교 전공을 그대로 실전에 활용한다. 전자공학 전공자는 코딩을 녹여 전자기기를 만들고, 경영학도는 회사 재무회계 팀장이 된다. 산업디자인 전공자는 디자이너로서 제품 하나를 완성해낸다. 우리나라 ‘창업의 보고(寶庫)’이자 대학생에게는 어느 무엇보다 값진 경험으로서의 ‘대학 창업동아리’를 조명해본다. 첫 순서는 연세대다.



[PROFILE]
김길준 팀장: 1995년생. 연세대 기계공학과 2학년 
여준수 팀원: 1995년생.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재무 및 고객관리 담당
신현민 팀원: 1994년생. 마케팅 및 디자인 담당



사람을 홀리는 창업팀이 있다. 군대 후임 김길준(26) 팀장과 선임 여준수(26) 팀원이 학교 교양수업시간에 재회해 조그맣게 시작한 연세대 창업팀 파라바라는 약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이들을 품에 안았다.


김 팀장의 고등학교 동기였던 신현민 씨가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합류를 결심했고, 김 팀장의 이메일 한 통은 차기철 인바디 대표로부터의 지원을 이끌었다. 시범적으로 제품을 설치했던 곳에서는 한 기업 사장과 연이 닿아 투자 소모임 참석기회도 주어졌다. 


회사 홍보차 핫팩을 나눠주던 판교 길거리에서 만난 개발자는 이들의 콘셉트에 적극 공감해 현재 회사와 일을 병행하며 코딩작업을 돕고 있다. 30대 중반의 이 개발자는 2월 중 완전히 파라바라의 식구가 될 예정이다.


그리고 1월 15일, 파라바라의 기기가 설치돼 있는 서울시 강남구 스포츠문화센터에서 기자 역시 파라바라에 첫 눈에 반해버렸다. 짧은 촬영시간 동안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는 직원들과 주민들을 보며 참으로 오랜만에 ‘이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한 기술 대신 단순하면서도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기본적인 콘셉트로 중무장한,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파라바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 내걸고 있다.  





파라바라, 단순하지만 꼭 필요한 중고물품 자판기 

파라바라의 아이템은 인터넷 중고거래를 오프라인으로 가져온 ‘중고매매 자판기’이다. 그동안 인터넷 중고거래가 가지고 있던 사기의 위험, 직거래 과정에서의 여성범죄 등 부작용을 개선하는 것에서부터 사업은 시작됐다.


판매자는, 공공장소에 설치된 파라바라의 ‘투명 사물함’에 휴대폰 번호과 상품설명, 원하는 가격을 입력하고 판매할 물건을 넣어두면 된다. 구매자는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해 현금이나 카드 결제를 하고 해당 사물함을 열어 물건을 가져간다. 이 과정에서의 결제 대금 중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판매자에게 바로 입금된다. 올 2~3월 중 출시되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앞으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지점과 원하는 물건을 미리 확인할 수도 있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아무리 좋은 물건이 있어도 온라인이라는 한계 때문에 노년층, 장애인 등 정보 부족층이 있었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 자판기는 연세대 학생회관과 강남 스포츠문화센터에 설치돼 있다. 





파라바라는 네 명의 팀원으로 구성돼있다. 김길준 팀장과 여준수 회계 및 CS담당 팀원은 군대 선후임 사이다. 군에서 틈만 나면 함께 창업을 구상했던 둘은 급기야 ‘도전 K-스타트업’ 국방리그에도 참가했다. 당시만 해도 여행 플랫폼이 많지 않았던 시기,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중개하는 O2O플랫폼을 가지고 일과 후마다 제안서를 쓰며 노력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러다 제대를 하고, 서로를 잊고 있던 둘은 기적처럼 학교 교양수업시간에 재회했다. 그러면서 다시 창업의 불씨를 키웠고 지금 파라바라의 소중한 동료가 됐다.


또 다른 팀원인 신현민 씨는 김 팀장과 고등학교 동기다. 얼마 전, 함께 춘천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흘리듯 말한 김 팀장의 아이디어에 적극 공감한 신씨는 그길로 다니던 마케팅회사를 그만두고 세 번째 멤버로 합류했다. 


사실 신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중 트럭에 치여 크게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턱없이 비싼 현지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고 얼마 뒤 한국으로 귀국해 입원했는데 그곳에서 다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더 이상 미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진 그는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며 대학 진학이 아닌 마케팅회사로 방향을 틀게 됐다. 그리고 현재는 파라바라의 마케터이자 디자이너다.


아파트 1층에서 제품 조립… 잠실역 7번 출구가 불러온 기적
파라바라의 운영 콘셉트는 그야말로 ‘맨땅의헤딩’이다. 현재 파라바라는 강남 개포동의 인바디벤처센터에 입주해있다. 돈이 많아서도, 인맥이 훌륭해서도 아니었다.



차기철 대표의 도움으로 입주한 서울시 강남구 개포동 인바디 벤처센터



“군 입대 전, 학교에 차기철 인바디 대표님이 와서 창업 강의를 해주신 적이 있어요. 연세대 기계공학과 선배님인데, 후배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제대 후 그 기억이 떠올라 무작정 도와달라며 이메일을 보냈죠. 바로 회신이 왔고 사업발표까지 통과해서 이곳을 정말 저렴한 금액에 지원해주셨어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인만큼 제품 제작비용도 필요했다. 신현민 씨의 퇴직금 300만원과 학교 창업동아리 지원금 500만원을 탈탈 털기로 했다. 재료비도 최소화하고자 직접 을지로3가 재료상에 가서 아크릴부터 글루건 등 자재를 사고, 인천의 프로파일 공장에서 부품도 직접 가져왔다. 이들을 나르기 위해 신씨는 저렴한 가격의 중고차도 장만했다.





조립 공간은 여씨의 아파트였다. 1층 엘리베이터와 출입문 사이의 작은 공간을 이용해 조립을 했다. 하루 세 시간씩 잠을 자며 설계 후 2주 만에 제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완성된 제품을 설치할 공간이 없다는 것. 작년 8월 한여름, 셋은 우선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강남구와 송파구 구청, 관공서, 어린이집, 노인정을 쉼 없이 돌았다. 결과는 실패. 


한참을 고민하던 셋은 결국 직장인이 많이 다니는 잠실역 7번출구에 ‘몰래’ 제품을 설치하고 숨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기로 했다. 바로 옆 호떡 노점상 할머니께 전기도 얻었다. 무단 설치이기에 하루 4시간씩 일주일간, 그것도 열심히 도망을 다니며 짧은 시간 동안 반응을 봤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잠실역 7번 출구에 설치한 자판기



“이틀 간 세 번이나 찾아온 여성분도 있었어요. 낮에 처음 보고나서 퇴근 후 집에서 모자를 가지고 오셨다더라고요. 그런데 저녁엔 이미 자판기가 철수된 뒤였고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또 왔다가 저희를 만난 거예요. 너무 감사했죠.”


이 일은 파라바라 내부에도 굉장한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여준수 씨가 완전히 파라바라와 함께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김 씨의 친구로서, 사실 처음엔 ‘방학 때만 일을 도와주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임했던 그는, 이 일주일을 계기로 ‘파라바라에 영혼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물론 김 팀장 역시 확실한 동기부여를 얻었다.


‘구청장님께 보내는’ 8장의 손 편지로 강남구에 기기 설치 유치
탄력을 받은 그들은 바로 두 번째 모델 제작에 들어갔다. 초기 모델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해 더욱 견고해보이도록 프레임을 더욱 단단히 했고, 신용카드 결제기능도 추가했다. 칸 수도 늘렸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불법으로 제품을 설치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정순균 강남구청장을 만나기 위해 구청을 찾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희망으로 구청 1층 민원함에 8장의 손 편지를 건네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으로부터 지역 스포츠문화센터에 설치를 허가가 난 것. 이곳은 강남구 주민들이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강의를 수강하는 제법 큰 문화공간이다.






김 팀장은 얼마 전인 1월 6~9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에도 다녀왔다. 매년 연세대 기계과에서 CES 참가자를 선발하는데 이번에 그가 뽑힌 것이다. 다녀온 소감은 ‘외국도 별 것 아니라’는 것. 그는 “해외 스타트업은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아이템에 대한 강한 확신이 그들의 진정한 무기였고, 우리 역시 자신감은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희망이 보였다”고 말했다.



△ 미국 라스베가스 CES에 참석한 김길준 팀장


팀장이지만 회사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이곳에서 해외영업의 포문도 열었다. 출국 전, 몇날며칠을 구상해 직접 영문 회사소개서를 만든 그는 현장에서 IR피칭데이를 하고 있던 ‘테크스타스(Techstars)’라는 미국 액셀러레이터 담당자를 직접 찾아갔다. 이 회사 심사역 앞에서 그는 한국의 중고거래의 문제점이나 이를 개선하기 위한 파라바라의 여러 노력들을 발표했고 명함도 주고받았다. 그리고 김 팀장은 현재 첫 해외투자자가 될지 모르는 이 회사로부터의 답변을 조심스럽게 기다리고 있다. 

 
김길준 팀장 그리고 파라바라 모두의 목표는 ‘국내 오프라인 중고거래 시장을 선점’하는 것. 누구나 쉽고 간편하고 무엇보다 안전하게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파라바라의 손끝에서 나오기를 그들은 희망하고 있다. 



박소영 연세대 창업지원단 팀장
“연세대인의 자수성가형 DNA가 큰 강점”





연세대는 한때, 현재는 ‘벤처 모범국이라 불리는 핀란드의 벤치마킹 모델이 된 적이 있다. 2000년대 초, 일본과 핀란드 등 해외 대학 관계자들이 대학교육과 창업지원 프로그램 운영현황의 참 모델로 연세대를 선택했다.


연세대는 올 상반기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대학이 지역사회를 거점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사업이다. ‘시작(Start-up)이 시작(Start)되는 신촌(Sinchon)’이라는 모토 아래, 지역사회의 문제를 학생들의 창업아이디어로 발전시켜 함께 해결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 연대의 창업 인프라를 지역사회에 적극 지원한다. 학교의 우수강의를 오픈하고, 서대문구청의 도움으로 4층짜리 건물을 제공받아 50개 기업에 사무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교내 창업 상담창구도 ‘웰컴홈센터’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옮겨 누구든 창업상담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연세대 창업동아리 현황은
“연세대는 창업동아리와 창업팀 두 가지가 있다. 동아리는 창업팀이 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고 기업가정신을 배우는 초기 준비 단계고 본격적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건 창업팀이다. 창업팀은 3인 1조로 이뤄지며 연간 50개 정도 배출한다. 2018년엔 53개, 2019년엔 47개 팀이 새로 생겼다.” 


최근 연세대 창업팀의 성과는
“2018년에 53개 기업에 599명, 2019년에 47개 466명이 활동했다. 2018년도에 24개 대회 입상했고 2019년엔 6개 창업팀이 예비창업패키지에 선정됐다. 전에는 창업까지 이어지는 기간이 오래 걸렸는데 최근에는 구체화된 팀이 많아 사업화기간도 짧아졌다.”


창업팀 선정 기준이 있나
“1개 아이디어와 3명의 팀원이 있으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학교의 아이디어 도출교과나 팀빌딩 프로그램 등을 자유롭게 거쳐 팀이 구성되면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이나 대표와 팀원의 역량 등을 기반으로 창업팀을 선정한다. 연대생이 아니어도 지원 가능하다. 앞으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본격화하면 더욱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교의 창업팀 지원 프로그램은
“학생창업팀을 대상으로는 200~500만원의 시제품 개발비를 제공한다. 학생동아리 즉 점프업(Jump-Up) 동아리에는 평균 100만원의 창업활동비를 지원한다. 또 2019년 12월부터 연세대 도서관 내부에 학생창업팀과 점프업 동아리를 위한 와이밸리 인큐베이팅 이글스(Y-Valley Incubating Eagles)를 운영 중이다. 사업화를 진행하는 우수팀에게는 학생벤처센터를 사업화공간으로 지원한다.”   


최근 연세대 창업팀의 트렌드가 어떠한가
“전보다 지원프로그램이 더욱 다양하고 구체화하면서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던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창업을 시작하려는 경향이 생겼다. 또 전에는 우선 탄탄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진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작게 시작한 뒤 기술을 붙여 성장가능성을 확장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창업이 전처럼 무겁지 않게 된 것이다.”


연세대 창업팀의 특징이 있을 것 같다
“자꾸 도전한다는 것이다. 연세대 학생들은 스스로 고민하는 자수성가형 DNA를 가지고 있다. 이게 창업에 중요한 성공요인이지 않을까. 물론 서로 끌어주는 성향이 약간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똑똑한 친구들이라 전문가들의 조언을 잘 소화하고 아이디어를 쉽게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창업에 유리하다.”


창업팀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성공이나 실패 모두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창업이야말로 졸업 후 사회로 나오면 하기 힘든 일이다. 특히 창업팀은 의미 있는 활동이니까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창업지원단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tuxi0123@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