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합격 비밀노트] ′야간에는 보안업무, 오전에는 수화공부′ 포기하지 않고 꿈 이뤄낸 김지혁 수화통역사 조회수 : 7581

[캠퍼스 잡앤조이=한종욱 인턴기자] “아직도 몇몇 분들이 청각장애인들에게 ‘귀머거리’라는 말로 비하하곤 하는데, 청각장애인들이 우리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데 힘 보태고 싶어요.” 


중학교 시절부터 수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김지혁(33)씨는 올 4월 서울시 수어통역센터지원본부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6년간 보안업체에서 근무하다 33살의 나이로 새로운 직장에 입사한 그를 만나 ‘수화통역사’ 합격 스토리를 들어봤다.  





[PROFILE]

김지혁

1987년생 

2013년 군산대 전자공학과 졸업

2018년 12월 수화통역사 자격증 시험 합격

2019년 4월 서울시 수어통역센터지원본부 입사

수화통역사자격증, 봉사 동아리 ‘다솜’ 4년 활동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다. 업무는 적응하고 있나

올 4월에 입사했으니 입사 8개월 차다. 업무에 있어 미숙한 점도 있지만 빠르게 적응 중이다. 수화와 관련된 직장을 다니다 보니 새로 배우는 것도 많고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한다.


업종을 아예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적성에 안 맞았던건가

서울스퀘어 보안팀 소속으로 5년간 도·감청 업무를 맡았다. 일은 잘 맞았지만 야간근무 특성상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수화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

어릴 적부터 수화에 관심이 있었다. 중·고교 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청각장애인 독거노인을 만났는데, 당시 수화를 못해 간단한 소통 밖에 할 수 없어 아쉬웠다. 아쉬웠던 기억이 마음에 걸려 수화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4년간 봉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동아리 원들과 수화를 배웠다. 다니는 교회에서 성탄절 때 수화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수화와 밀접한 삶을 살았다.(웃음)





수화통역사를 꿈꾼 계기가 있나

보안팀에서 3년 근무했을 때 많이 지쳤었다. 그러던 중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 수화에 대해 꾸준한 관심이 있었고, 그 관심이 직업적으로 연결됐다. 그때부터 바로 수화통역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했다.


수화통역사 자격증 공부는 어떻게 했나

근무와 공부를 병행했다. 수어도 영어·중국어 같이 ‘언어’이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질보단 양이 합격을 가른다. 근무할 때 틈나는 대로 수화 관련 교육영상도 보고 연습도 했다. 아침에 퇴근하면 서울수어전문교육원과 경기도수어교육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했다. 평상시에는 길에 있는 간판, 지하철역명, 버스 정류장을 보면서 사소한 단어들을 익혔다. 주말에는 잠을 조금 줄이면서 교회에서 공부하고 청각장애인들과도 만나 수어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려 노력했다.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증이란?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수화통역사가 갖춰야 하는 필수 조건이다. 만 19세 이상의 내·외국인은 응시가 가능하다. 국가공인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합격까지 2년이 소요되는 고난도 자격증이다. 1차 필기시험(한국어의 이해, 장애인복지, 청각장애인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은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당 40점 이상 득점해야 하며 ‘한국어의 이해’와 ‘수화통역의 기초’과목에서 각각 60점을 넘어야 한다.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해야만 2차 실기시험이 응시가 가능하다. 2차 실기시험(필기통역, 음성통역, 수화통역)도 평균 60점 이상, 각 과목당 40점 이상 득점해야 하며  ‘음성통역’은 60점 이상이어야 한다. 필기시험에서 합격하고 실기시험에서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3년 안으로 실기시험에 통과하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다.


수화통역사 시험과목

1차(필기)  

- 한국어의 이해, 장애 복지론, 청각장애인의 이해, 수화통역의 기초 (1과목 당 25문항)


2차(실기) 

- 필기통역: 녹화된 수화를 보고 문장으로 표현

- 음성통역: 녹화된 수화를 보고 음성으로 표현

- 수화통역: 녹음된 음성을 듣고 수화로 표현


3차(합격 연수)

- 합격자 연수 (2회에 한하여 연기 가능, 사유서를 연수 7일 전에 제출해야 연기 가능)



실기시험, 필기시험에서 한 번씩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좌절하진 않았나

한 번씩 떨어졌을 때 정말 힘들었다. 쪽잠을 자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탈락을 하니 허탈감이 밀려왔다. 실기·필기시험에서 한 차례씩 떨어졌는데 그때마다 의지가 꺾여 한두달 정도 방황하기도 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김지혁 씨가 공부했던 책



△필기시험, 실기시험 문제집



통역센터가 아닌 지원센터본부로 지원한 이유가 있나

통역센터로 입사한다면 통역 업무가 주가 된다. 통역도 재밌지만 우선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가기 위해 본부로 지원했다.



입사할 당시 경쟁률은 어땠나

수화통역사 시험은 합격하기 위해 2년에서 3년의 공부가 필요하다. 자격증을 취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화통역사 직에 경쟁자는 많지 않다. 서울권에서는 통역사 직군의 경쟁률이 치열한 편은 아닌 것 같다. 경기도는 통역 인력이 포화상태라고 알고 있다. 


면접 때 어떤 질문을 받았나 

면접 때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질문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본부는 통역업무에 비해 행정업무가 많은데 괜찮냐"는 질문을 들었다. 기초부터 쌓기 위해 지원했기 때문에 당연히 "괜찮다"고 했다.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자격증은 있나

수화통역사 자격증 외에는 없다. 한자자격증은 개인적으로 취득한 것이다.(웃음) 다만 사회복지사자격증 2급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가산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업무를 주로 하나

수화통역사는 주로 통역을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재 근무하는 곳이 지원본부다 보니 행정업무가 더 많다. 서울시청에서 요청하는 일반 행정안건들, 한국농아인협회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한다. 수화와 관련된 행사도 진행한다. 매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열리는 ‘수어문화제’에서 체험부스를 운영하며 수화를 가르치고 홍보한다. 물론 청각장애인들이 긴급 통역 요청을 할 때는 통역을 위해 현장으로 나가기도 한다.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있나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낀다. 모든 수어통역사들이 그럴 것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최근 긴급 통역업무로 경찰서를 다녀온 일이다. 가해자(청인)와 피해자(청각장애인)간 진술 차이가 있어 통역을 맡았다. 경찰서는 새삼 가보지 않았기에 기억에 남는다.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병원으로 긴급 통역을 수행했을 때다. 청각장애인들은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 자세하게 진찰을 받거나 자신의 병명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통역업무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불편함을 해소해주고 감사인사를 받으면 그것만큼 벅찬 순간이 없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수화통역사로서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차근차근 수화실력을 더욱 높여 청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 


수화통역사에 도전하는 구직자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해 달라

수화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주위에서 ‘수화 통역 실력이 떨어진다’는 소리도 들었다. 자존심이 상했지만 생각해보면 더욱 열심히 수화를 공부할 수 있었던 기폭제였다. 남들보다 똑똑하거나 끈기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수화를 좋아했던 마음이 합격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힘들다면 잠시 쉬어도 괜찮다. 다만, 포기만 하지 않길 바란다.


나만의 합격 Tip

수어는 눈으로 직접 보고 몸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다른 언어를 공부하는 것보다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수화 실력을 올릴 수는 없다. 한국농아방송(DBN)을 보며 수화를 따라하는 것도 팁이다. 스터디가 있다면 영상과제를 통해 한 문장씩 셀프로 촬영을 해서 스터디원들과 공유하는 것도 추천한다.


jwk108@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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