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직업의 세계] “동백이 선글라스 어디 브랜드인 줄 아세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최충훈 마케팅PD 조회수 : 3694


[캠퍼스 잡앤조이=김혜선 인턴기자] 최근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마지막회 방영을 앞두고 있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전개부터 생동감 있는 영상 그리고 인생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까지 사랑받고 있다. 여기에 '동백이 선글라스', '까멜리아 맥주' 등 드라마 속 소품까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과 같은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선 작가, 감독을 비롯해 많은 스텝들이 투입된다. 이 중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이 바로 ‘마케팅 PD’다. 마케팅 PD는 드라마 제작을 위한 자금 유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의상부터 음식까지 협찬을 담당한다. 최충훈(45) 어지니스 대표 겸 마케팅 총괄 PD는 “마케팅 PD는 드라마 제작에 절대 빠질 수 없는 존재"라며 드라마 제작에서 돈이 되는 일은 우리의 담당”이라고 마케팅 PD를 소개했다.


화제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비롯해 닥터프리지너쌈마이웨이닥터스 등 20년간 총 70편이 넘는 드라마 마케팅 PD를 맡은 최충훈 마케팅 PD를 만나봤다.



△최충훈 어지니스 대표 겸 마케팅 총괄 PD.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최근 이슈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마케팅 총괄PD를 맡고 있다. 드라마 마케팅 업무를 20년 넘게 하며 마케팅 PD로 70편의 작품을 냈다. 시작은 방송 스텝으로 일을 하다가 방송 쪽 일 중 가장 적합한 업종이라고 판단해 마케팅 PD를 시작하게 됐다.”


마케팅 PD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드라마 제작에서 수익을 내는 역할이다. 드라마 제작에 협찬사 섭외를 맡는 일인데, '직업군', '에피소드'부분으로 나눠 드라마 제작사에 제작비를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직업군과 에피소드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직업군은 직업적인 면에서의 PPL(product placement)을, 에피소드는 직업군을 제외한 모든 전개의 PPL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직업군 설명을 하자면 예를 들어 A드라마 주인공이 전자회사 신입사원이라고 하면 이는 ‘신입사원의 열정’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지 전자회사라는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이런 경우 전자회사를 무역회사로 변경해도 무관하기 때문에 협찬 받은 회사의 기업으로 직업군을 변경한다. 이렇듯 등장인물의 직업을 설정하는 것을 ‘직업군’이라고 하며 이외 전개상 나오는 협찬품들을 ‘에피소드’라고 표현한다. 마케팅PD는 이같이 작가가 수익에 대해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캐치해 연구하고 분석한다.”


마케팅PD가 된 계기가 있나

“마케팅 PD를 시작할 땐 이 직업이 존재하지 않았다. 방송 스텝으로 일하면서 드라마에 PPL을 어떻게 넣어야할지 보이더라. 그래서 처음엔 프리랜서로 일하다가 마케팅 PD 업종을 개척했다.”


프리랜서 활동 후 얼마 만에 회사를 차리게 됐나

“약 8년 정도 걸렸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5년 만에 제작사 마케팅 PD로 입사 후 3년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사업을 시작했다. 마케팅 PD를 꿈꾸는 사람들은 제작사보다 마케팅 PD 전문회사로 입사하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회사를 차린 이유가 있나

“마케팅 PD의 업무가 다소 어렵다. 협찬사들의 돈을 유치하는 것도 그렇고 협찬을 받아 현장에 적용시키는 과정도 어렵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 업종이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없다면 열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외주제작사가 드라마를 제작하는 편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1~2년에 1편 정도다. 마케팅PD는 드라마 편성이 돼야 일이 생기기 때문에 회사에 고정적으로 소속돼 많은 업무를 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인센티브제 회사 운영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고 마케팅PD 전문회사를 차리게 됐다.”


마케팅PD가 되기 위한 필요 역량은 무엇인가

“모든 일에 있어서 다양한 소질이나 능력이 필요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능력’, ‘끈기’, ‘열정’ 3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소통을 잘하는 것뿐만 아니라 설득력도 정말 중요하다. 마케팅PD 업무는 단독적으로 성과를 내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또 ‘끈기와 열정’도 많이 필요하다. 마케팅PD는 인센티브제가 병행되기 때문에 자기가 일한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드라마가 좋아 미치겠는 사람이 아니면 포기하기 쉬운 일이라 일에 대한 끈기와 열정이 정말 필요하다.”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주인공 직업이 마케팅 PD로 나와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실제 모습과 비슷한가

“드라마 초반에 치킨 에피소드를 보고 말하면 억지 설정이 있긴 하지만 비슷한 사례가 있다. 배우가 협찬제품 촬영을 거부하고 감독은 현장에서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최근엔 밤샘 촬영이 없어진 추세라 비교적 괜찮아 졌지만 이전에는 어떻게든 제품을 노출시키기 위해 밤새 촬영 대기르 했지만 못 찍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드라마에선 이런 사례의 불쌍하고 안쓰러움을 부각해 표현한 것 같다.”


협찬제품 촬영 거부가 반복되면 어떻게 되나

“계속해서 요청한다. 우리끼리 속된 말로 ‘도가니가 닳도록 빌었다’는 표현을 가끔 사용한다. 멜로가 체질에서 나왔던 모습이 그런 힘든 일을 한다는 걸 표현해줬다.”


배우들이 PPL 거절하는 이유가 뭔가

“상업화가 됐다고 표현할 수 있다. 옛날에는 드라마 제작 시 협찬이 들어오면 전부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으로 주연 배우들의 협찬 거절이 시작됐고, 최근엔 조연 배우들도 협찬을 거절하기 시작했다. 거절하는 배우들은 일반적으로 현재 전속모델을 하는 제품이 있거나 추후 CF가 안 들어올 걸 고려해 대부분 거절한다. 브랜드 모델로 되어 있어서 거절하는 경우는 이해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정말 피눈물 난다.”


마케팅PD의 매력은 무엇인가

“정말 드라마를 좋아하고 드라마 제작에 보탬이 돼 종영까지 기여했다는 보람이 크다. 그리고 외람된 얘기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웃음) 마케팅PD 업무 중 ‘광고주 직접 유치’가 핵심인데 이는 수익을 내는 데 굉장히 유리한 위치다. 그래서 능력만 갖춰진다면 어린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을 수도 있다.”


훌륭한 마케팅PD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협찬사가 원하는 수준의 제품 노출 그리고 방송 심의를 넘지 않는 작은 틈이 존재한다. 그 틈을 잘 찾는 것이 훌륭한 마케팅PD라고 생각한다. 협찬사는 돈을 투자하면서 광고효과가 있길 바란다. 반면 방송 심의는 과도한 노출, 억지 설정 등을 위반하지 않게 해야 되기 때문에 양쪽을 만족시키는 게 굉장히 어렵다. 한 마디로 ‘작은 틈 안에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훌륭한 마케팅PD의 능력이자 역량이라 보여진다.”


작품에 투입될 때 부담감도 크겠다

“바로 전 작품에서 100%를 채워 끝냈어도 다음 작품을 시작할 때는 다시 0%로 돌아가기 때문에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다. 처음 마케팅PD 일을 할 땐 주 7일, 24시간, 365일 근무라고 소개할 정도로 항상 긴장상태였다. 지금은 예전과 비교해 여유가 생겼지만 여전히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기획·제작PD와 마케팅PD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획PD는 작가와 소통해 좋은 글을 쓰도록 관리하고 제작PD는 모든 드라마 관계자에 대한 계약과정을 진행하는 주축 역할을 한다. 마케팅PD는 대본과 시놉시스로 PPL 자금 유치 역할을 한다. 마케팅PD 역할에 대한 특징을 말하자면 마케팅PD의 역할에 따라 드라마의 흑자와 적자의 판가름이 나는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해 제작PD는 돈 쓰는 업무, 마케팅PD는 돈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그렇다면 마케팅PD와 마케팅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나

“영화사와 비교하자면 영화사와 드라마제작사의 마케팅 개념이 다르다. 영화사의 마케팅은 관객을 동원하는 것이 주수입이기 때문에 홍보, 제휴, 프로모션 등 관객을 끌어 모으는 것을 마케팅이라고 한다. 그러나 드라마사의 경우 PPL이 주수입이기 때문에 이를 작품에 녹여내고 현장에서 풀어나가는 것을 마케팅으로 보고 이를 하나의 프로듀서로 판단해 마케팅PD라고 한다."


드라마 선정 과정은 어떻게 되나

"일반적으로 외주제작사에서 의뢰가 먼저 들어오는데 작품이 한 번에 많이 들어올 경우는 우리입장에서도 선정 가능하다. 만약 선정을 해야 할 경우는 마케팅적 입장에서 영양가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 드라마가 아무리 시청률이 좋고 흥행해도 ‘마케팅적으로 재미없는 작품’이 있다. 보통 직업군으로 인해 다양한 내용을 보일 수 없다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드라마 하나에 몇 개 정도의 광고 제품이 들어 가나

“요즘은 천차만별이다. 10년 전과 비교해 지금은 너무 다양한 콘텐츠와 드라마가 생겼다. 이에 드라마들 사이에서 협찬 받는 것은 전쟁이 됐고 이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됐다. 탑배우, 유명작가와 감독이 맡은 작품은 20~30개 정도 받는다. 그러나 생소한 웹드라마 등은 하나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최충훈 마케팅PD 제작 드라마 대본.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딱 멜로가 체질과 비슷한 사례다. 마케팅의 1차원적 목적은 제작사의 제작비 보탬이 되는 것인데 제작자들과 비협조가 이뤄져 힘든 거 같다. 협찬사는 나를 믿고 작품에 거액을 투자하는데 현장에서의 어려움으로 이에 부응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가장 마음이 아프다. 종종 소규모 업체로부터 PPL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어려운 기업 상황에서도 1~2억씩 투자를 한다. 이에 우리 쪽도 효과를 크게 만들어 주자는 좋은 취지로 계약을 하는데, 현장에서 비협조가 이뤄져 효과를 내지 못할 때가 있다. 나를 믿고 협찬을 한 건데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힘든 점에 대한 일화도 궁금하다

“한 드라마에서 직업군으로 치킨 프렌차이즈 협찬을 받았었다. 이럴 경우 당연히 협찬사의 치킨과 치킨집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협찬 받은 프렌차이즈 매장을 안 쓰고 시장에서 판매하는 통닭집으로 대본이 작성됐던 적이 있다. 이는 계약대로 노출이 되지 않아 계약금을 물어야 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치킨집 얘기로 소송까지 걸릴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촬영 전날 방송국 책임프로듀서(CP)까지 찾아가 설득해 겨우 막은 사건이었는데 이때가 가장 힘들었다.”


기억에 남는 협찬 제품이 있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양이 사료’다. A드라마가 탑배우들과 함께 트렌디한 느낌으로 전개되다 보니 PPL이 많이 들어왔다. 당시에는 배우들이 협찬을 거절하는 경우도 없고 하다 보니 정말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PPL로만 대본을 구성해도 될 정도로 많은 양을 받았었다.(웃음) 하루는 고양이 사료까지 받아와 주인공이 고양이를 키우는 설정도 만들고 고양이 이름도 협찬사의 이름으로 지어 현장에서 박장대소했던 경험이 있다.”


최근 이슈 작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에는 어려움이 없었나

“일반적으로 드라마 제작 시 수월하게 마무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조용히 넘어가면 불안한 날도 있다.(웃음)”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유튜브에도 마케팅PD가 설 수 있도록 유튜브 마케팅 총괄 컴퍼니를 만들 계획이다. 셀럽이지만 조회수나 구독자를 끌지 못하는 유튜버를 위주로 PPL을 붙여 수익을 내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유튜브와 드라마 사이에 협찬사들을 양립시킬 수 있어 전망이 좋아 보인다. 향후 1~2년 안에 실현하는 게 목표다.”


hsunn0@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