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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임준영] 30대·지방대 卒·자격증 無… 세 번의 탈락 후 얻어낸 승리 비결은? 조회수 : 1858

30대의 나이, 지방대 역사학과 졸업, 금융 자격증 없음, 토익 700점대, 어학연수 및 대외활동 경험 없음. 어떤 취업준비생이 이러한 스펙으로 금융권 입사를 희망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조언하겠는가? 아마 대부분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 이력은 2012년 상반기 우리은행 공채를 뚫은 신입행원 임준영 씨의 것. 금융권 지원자로는 크게 내세울 것 없어보이는 스펙으로도 그는 당당히 합격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남들이 모두 가진 ‘스펙’이 아닌 자신만이 가진 ‘절실함’이라고 그는 말했다.

입사: 2012년 8월
소속: 우리은행 광주 진월동지점
학력: 전남대 사학과 졸업
토익: 700점대
자격증: 없음
어학연수: 없음
수상경력: 없음
기타사항: 일식집 운영 4년, 타 금융권 근무 1년


“사 실 이번이 우리은행 세 번째 도전이에요. 취업 준비를 시작한 2008년에 한 번, 졸업 후 2009년에 한 번 더 원서를 냈었는데 모두 떨어졌죠.” 우리은행 신입행원 임준영 씨는 올해 31세의 ‘늦깎이 신입’이다. 오래전부터 입사를 꿈꿔온 직장에 위풍당당 발을 들여놓았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탈락과 좌절의 연속,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대학 생활부터 평범하지 않다. 20대 초반,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부모님이 운영하던 일식집을 물려받은 그는 친구들이 학업에 매진할 때 음식점 사장으로 4년을 일했다. 장사를 접고 편입해 공부를 시작했을 땐 이미 남들보다 뒤처진 시기. 다른 이들처럼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자격증, 공모전에 몰두해 스펙을 쌓을 여유도 없었다. 정신없이 학업을 마치고 보니 이번엔 더 높은 취업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취업 시장에 달려들었던 첫해엔 뼈아픈 탈락을 경험했다. “금융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을 뿐 자기소개서 하나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게 그가 깨달은 문제점이었다. “제가 가진 역량을 억지로 부풀리려고 했던 게 문제였어요. 허황된 포부보다 진심을 알리는 게 더 중요했는데 말이죠.”

이듬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재도전을 준비했다. 면접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취업준비생들과 정보를 주고받고 경제신문도 꾸준히 읽었다. 하지만 두 번째 도전 결과 역시 아쉬운 탈락. 다른 금융기업에 입사했지만 1년 정도 일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우리은행으로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금융기업 중에서 우리은행의 이미지가 제일 좋았어요. 민족 자본으로 설립된 역사를 지닌 곳인 데다 나라가 어려울 때도 올곧은 길을 걸어온 회사라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우리은행에 들어가려고 직장까지 그만둔 상태였기 때문에 더 절실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다. 떨어지면 다른 일을 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었으니까요.”



“간절함이 면접 당락 갈랐다”

이번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이 그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차 면접 현장에서 모르는 용어의 뜻을 설명해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는 “잘 모르겠다”는 말 대신 “잘 모르지만 단어를 풀어서라도 설명해보겠다”고 답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라는 단어가 문제로 나왔는데 ‘중도’와 ‘상환’ ‘수수료’로 나눠서 하나씩 해석했어요. ‘중간에 갚을 때 수수료가 생긴다는 뜻인 것 같다’고 답하니 면접관께서 정답이라며 이렇게까지 대답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영업장을 찾아온 가상의 고객을 상대하는 모습을 평가하는 롤플레잉 면접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합숙 면접에 가기 전 은행에 직접 찾아가 직원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펴본 뒤 ‘통장을 개설할 때 비밀번호는 두 번씩 눌러야 하고, 거래신청서를 가지고 오려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디테일한 부분까지 연출해낸 까닭이다.

임 씨는 “지방대라서 좋은 직장에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2012년 상반기 대졸 공채에서 신입행원의 60%를 임 씨와 같은 지방대 출신으로 선발했다. 임 씨는 200명의 동기가 투표로 선발한 신입행원 대표도 맡고 있다.

“스펙 때문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금융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경영 전공자도 아니지만 남다른 경험을 통해 쌓아온 근성이 있었거든요.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보여주자는 게 합숙 면접에 임하는 제 다짐이었고 그 부분이 어필했던 것 같습니다.”

8주간의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광주 진월동지점에서 새내기 행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그는 “앞으로 여신 부서에서 금융업에 대해 더 공부하고 자격증을 딴 뒤 기업금융 부서로 옮겨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우리은행 입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스펙이 합격의 당락을 가르지 않는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오히려 입사하고 싶은 기업의 핵심 가치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그 기업에서 고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펙에 너무 얽매여서 더 큰 가능성을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글 김보람 기자 bramvo@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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