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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펙’ 청년이 ‘스마트 줄자’ 개발에 나선 이유는? 조회수 : 1524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누구나 한 번쯤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샀다가 사이즈가 맞지 않아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분명히 줄자로 팔 길이와 가슴 둘레를 잰 뒤 쇼핑몰 상세 페이지에 적힌 치수와 몇 번씩이나 비교했는데, 어머니께서 “어디서 얻어온 것 같은 옷을 샀냐”고 말씀 하시는 일 같은.


이렇게 사이즈 때문에 쇼핑에 번번이 실패하는 사람들을 위해 박수홍(35) 베이글랩스 대표는 자신이 만든 스마트 줄자 ‘파이’를 의류 쇼핑몰에 접목했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하나씩 있을 법한 줄자를 창업 아이템으로 잡은 박 대표. 그의 목표는 ‘스마트 줄자’로 의류 업계뿐만 아니라, 헬스케어, 건축 등 기존 산업에서의 일하는 방식을 ‘스마트’하게 바꿔나가는 것이다.



스마트 줄자 ‘파이’. 사진 제공=베이글랩스



-‘파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베이글랩스가 두 번째로 출시한 제품으로, 지난해 하반기에 나온 2세대 스마트 줄자다. ‘파이’의 가장 큰 장점은 눈금이 디지털로 표시되고, 수치가 데이터로 저장된다는 것이다. 우선 어떤 속도로 수십 번을 반복 측정해도 오차가 0.5㎜에 불과해 ‘가장 정확한 줄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타사의 스마트 줄자들은 가운데에 렌즈를 넣어 줄자에 새겨진 눈금을 카운트해 수치를 표시하는데, 베이글랩스의 스마트 줄자는 가운데에 회전감지 센서를 탑재해 항상 정확한 수치를 잰다. 때문에 줄자를 사용하다 눈금이 지워지면 치수를 측정할 수 없는 타사의 스마트 줄자와 달리, ‘파이’는 내구성과 양산성이 강화돼 있다. 이와 관련 지적재산권 관련 특허 19개, 해외 특허 35개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의류 사이즈를 측정하고, 이 숫자를 일일이 손으로 적는 데는 한 벌에 약 33초가 걸리는데, 파이로 재면 13초면 가능하다. 또 스프링 등 내구성도 강화해 최대 4만회 정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다른 스마트 줄자가 2000~3000회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튼튼하다. 무엇보다 파이로 측정해 저장한 고객의 데이터는 여러 쇼핑몰에서 다양한 의류를 구매할 때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길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플랫폼 구축이 가능한 것이다.”


-‘스마트 줄자’를 창업 아이템으로 잡은 이유가 있나.

“기존 시장의 파이를 쪼개먹는 것이 아닌, 파이를 키우거나 아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아이템을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길이’였다. 길이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온라인에 축적하면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학창시절에는 전자시계를 자랑했는데, 지금은 스마트워치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고, 체중계도 단순히 무게를 재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IoT와 연동해 활용하는 디지털 체중계를 활용하고 있다. 시계도, 저울도, 온도계도 모두 디지털로 바뀌었으니 줄자도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족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거쳐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기계공학 박사까지 받은 ‘고스펙’이다. 대기업까지 그만 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는데.

“대기업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4년여간 근무했다. 멀쩡하게 직장을 다니다 회사를 그만 둘 때는 주변에서 반대도 물론 많았다. 하지만 창업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했다. 일찍 시작해 직접 부딪치고 배워야 익숙해진다고 할까. 지금 그 당시를 돌아보니 그때 했던 선택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부딪치고 배워가는 중이다.(웃음)”


-창업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 창업을 결심했을 땐 내가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조차 몰랐다.(웃음) 2015년 5월 회사를 나온 뒤 그해 7월 예비창업자 국가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초기 개발 자금 1000만원을 마중물로 제품 개발에 들어갔고 출시된 시제품이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상금도 받았다. 시제품을 보고 투자를 하겠다는 회사들이 생겼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베이글랩스를 설립했다. 부족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참가했는데, 35일만에 135만 달러, 15억원을 모으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만 해도 모금액이 킥스타터 역대 30여만개 프로젝트 가운데 상위 0.04%에 해당했다. 창업 초기에 회사와 제품을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이후 그해 12월에 1세대 스마트 줄자를 출시할 수 있었다.”


-초기에 나온 스마트 줄자의 반응은 어땠나.

“초기 버전은 블루투스로 연동해 길이만 재면 일일이 입력할 필요 없이 해당 치수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2만7000개, 21억원 어치가 팔렸다. 기뻐할 새도 없이 직원들과 함께 초기 버전의 문제점을 찾기 위해 냉철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듣기로 했다.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 본 고객들이 각종 문제점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보내줬다. 서베이도 별도로 진행했는데 감사하게도 5000명 정도가 답변을 줬다. 가장 많은 의견은 ‘정확도가 보강됐으면 좋겠다’는 것이었고, 이어 ‘패션 업계나 건강관리 업계에서 데이터를 연동해서 쓰고 싶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렇게 고객 의견을 반영해 ‘파이’가 탄생했다. 현재 어떻게 쓰이고 있나.

“‘다기능 다목적 스마트 줄자’가 아닌, 타겟층을 패션 업계로 분명히 했다. 현재는 파이로 측정한 신체 치수를 온라인 쇼핑몰과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이로 잰 치수를 온라인 쇼핑에 활용하면 의류 반품이 줄어든다. 의류 업계에서는 고객들이 물건을 반품하는 이유 중 25~40%가 ‘사이즈 불일치’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홈쇼핑은 사이즈 때문에 반품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고객 반품에 따라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은 클 수밖에 없다. 재판매를 위한 재포장 비용, 재고 비용, 출고 비용 등 많은 비용이 부가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어떻게 하면 반품을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이 부분에서 그만큼의 비용을 줄여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줄 수 있다. 사용자나 판매자 모두 만족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쓸 수 있다. 지난해 가상 의류 착용감 솔루션을 파주롯데프리미엄아웃렛 카파 매장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스마트 줄자 측정 치수를 기반으로 사용자 체형과 같은 아바타를 구현해 가상현실(VR)에서 원하는 옷을 입어보는 방식이다. 고객이 직접 체험해볼 수 있게 키오스크로 제작했다.


개인 소비자에게는 다이어트용이나 건강관리용 스마트 줄자로 본인의 신체 사이즈를 기록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의류 쇼핑몰에 연결한다. 이를 통해 쇼핑을 할 때 본인의 신체사이즈를 이용해서 옷을 구매하면 할인 받으면서 할 수 있게끔 패션 회사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준비하고 있다.”


-‘파이’의 쓰임새는 어디까지라고 생각하나.

“옷을 사는 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스마트 줄자로 ‘길이’ 단위가 디지털화됨으로써 가상현실에서부터 실제 일상이 어떻게 편리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측정한 데이터는 각각의 산업 군에 맞게 연결할 수 있다. 데이터화된 길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패션뿐만 아니라 헬스 케어 분야까지 응용 범위를 넓혀나가고, 올해 말에는 건축에서도 쓰이는 철제 줄자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소비자가 조립할 수 있는 줄자도 개발하고 있다.”


-현재 벤처스타트업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 역할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창업가, 선배 벤처기업인, 투자사, 업계관련자가 자발적으로 모인 벤처기업협회 산하의 단체다. 선후배 벤처기업인이 함께 모여 벤처문화확산이나 규제개선, 정책 발굴, 동반자 관계 구축 등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신문고 운영이나 리더스 포럼 등 위원회 분과별 모임을 통해 이슈사항이나 아젠다를 발굴하고, 규제개선에 대한 논의도 한다. 또 성장 벤처기업과 스타트업기업 간 상호이해와 협력 및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해 현재 이슈사항이나 트렌드를 공유하고,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들을 하고 있다.”


-창업을 생각하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100세 시대가 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창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을 모른 채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 수는 없다. 본인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을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파악해서 무엇을 구현하고자 하는지 실행에 앞서 현실적인 계획들을 세우길 바란다.”


yena@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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