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청춘만찬] “운동선수 꿈꾸다 호주를 대표하는 호주대사가 됐죠” 교포 출신 제임스 최 호주주한대사 조회수 : 1839


-4살 때 부모님 따라 호주로 이민···호주 외교 서기관 거쳐 2016년 호주대사로 한국서 근무 

-호주서 타일공·배관공 직업은 한국 청년들에게 인기···고소득에 호주서 각광받는 직업

-드라마 ‘스카이캐슬’ 호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호주의 강점은 개방성과 다양성입니다. 호주는 어디 출신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죠. 제가 호주를 대표하는 호주 대사로 활동할 수 있는 것도 호주가 다양성을 존중해줬기 때문이죠.”


2016년 주한 호주대사로 부임한 제임스 최(최웅·49)는 4살 때 부모님을 따라 호주로 이민 간 교포 출신이다. 시드니대학교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1995년 호주 외교 서기관으로 한국에서 근무했고, 2년 전 호주대사로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호주 양국 간의 교두보 역할은 물론 ‘호주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제임스 최 호주대사를 만났다. 



-올 1월 호주국경일 행사를 특별하게 준비했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됐나. 

“다른 대사관의 국경일 행사를 가보면 재미없고 지루하더라. 그래서 올해는 재미있게 ‘서울에서의 호주 오픈’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호주의 대표적인 개방성(openness)과 다양성(diversity)을 담고자 했다. 호주 오픈이 테니스 대회 이름이기도 하지만 호주를 개방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작년에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에서 성적이 좋기도 했고, 정현 선수 덕분에 호주에 가서 호주 오픈을 관람하고 싶다는 한국인들도 많이 만났다. 정현 선수가 호주와 한국의 연결고리인 것 같다.(웃음)”  



올 1월 2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2019 호주의 날-서울에서의 ‘호주 오픈’ 행사가 열렸다.

(사진 제공=호주주한대사관) 



-반응은 어땠나. 

“판타스틱했다.(웃음) 국내 언론에 보도도 많이 돼 기분이 좋더라.” 


-어떤 분들이 참석했나. 

“호주홍보대사인 배우 박하선 씨와 샘 해밍턴, 지누션 등 많은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줬다.” 


-호주주한대사로 한국에는 언제 온 건가. 

“한국에 온지 햇수로 만2년 됐다. 4년 임기 중에 절반이 지나간 셈이다.” 


-호주는 언제, 어떤 계기로 가게 됐나. 

“4살 때 이민을 갔다. 아버지께서 육군 헬리콥터 조종사로 근무하셨는데, 전역 후 새로운 직업을 찾기 위해 호주 이민을 선택하셨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떠나 한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아버지께서 군인이시다보니 이사를 많이 다녔던 기억도 있고, 서울 수색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키웠던 강아지도 기억이 난다. 그곳에서 고모님께 한글을 배웠는데 더 놀겠다고 도망갔던 기억도 있다.(웃음)”


-출생한 나라에서 호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 되었다는 것이 새삼 남다를 것 같다.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점보다 원래 외교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좋아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특이한 이력 덕분에 그런 질문을 많이 받지만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되기보다 호주가 나에게 기회를 줘서 출생국가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 호주가 왜 기회를 줬다고 생각하나. 

“개방성과 다양성 때문이다. 호주는 어디 출신인지, 뭘 했는지 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호주는 공정성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국민들의 개성을 어느 나라보다 존중하기 때문에 나를 선택했다고 본다.”   

  

-호주에서의 첫 적응은 어땠나. 

“처음엔 영어를 전혀 못해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건 부모님도 마찬가지였고. 아버지께서는 조종사로 근무하셔서 어느 정도 영어를 하셨지만 어머니는 전혀 못하셨다. 그래도 호주는 이민사회이고 누구나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창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 

“좋은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웃음) 공부에는 그리 관심이 많진 않았지만 운동을 좋아해서 친구들에게 인기는 있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학창시절 땐 운동 잘하면 인기가 있지 않나.(웃음)” 


-어떤 운동을 즐겨했나. 

“거의 모든 운동을 좋아했다. 축구, 럭비, 크리켓, 테니스 등등 가리지 않고 많이 했었다.” 


-당시 학교에 아시아인들이 많은 편이었나. 

“이민을 간 1974년 당시에는 많지 않았다. 유럽에서 온 이민자가 많았고. 아시아계는 중국인들이 간혹 있었다. 그래서 중국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거의 1세대 이민자로 알고 있다. 당시 호주에서 한국 커뮤니티가 없다 보니 김치나 한국 식재료를 구입하기 힘들어 부모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학창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 달라.

“딱히 힘들었거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다. 굳이 꼽자면 부모님의 학구열이 지금의 한국 부모님처럼 대단하셨다. 좋은 성적을 원하셨는데 다행히 누나가 있어서 주목을 피할 수 있었다. 매일 운동만 했는데 대학 입시 준비를 앞두고 부모님께서 ‘이제 운동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하시더라.(웃음)”


-호주 학부모들의 스타일은 한국부모들과 차이점이 있나.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호주 학부모는 자녀들의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다. 오히려 자녀들의 균형 잡힌 삶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그리고 호주는 좋은 학교나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성적만 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팀워크를 잘 맞출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호주의 교육 스타일에서도 특징이 있다면 어떤 점인가. 

“호주의 교육제도는 비판적 사고가 중시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운대로 앵무새처럼 대답하는 사람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한국과 호주, 두 나라의 공통점이 있다면.

“두 국가에는 많은 유사점이 있다. 그 중 모험정신과 삶에 대한 탐구를 좋아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특히 요즘 호주나 한국 청년들이 전세계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걸 보거나 호주에 워킹 홀리데이(이하 워홀)를 온 한국 청년들을 봐도 모험정신이 대단히 비슷하다.” 


-고교시절 운동을 좋아해서 대학진학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쉽진 않았다.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입시 준비 땐 벼락치기를 해야만 했다.(웃음) 시드니대학교에서 경제와 법학을 전공했다. 경제나 법학 관련된 직업을 갖기 위해서라기보다 관심도 있었고 나중에 직업을 선택할 때 넓은 폭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대학 때 꽤 관심 있었던 것이 ‘왜 어떤 국가는 빨리 성장하는 반면 어떤 국가는 더디게 성장하는가’였다. 늘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다가 4학년 졸업반이 되었을 무렵, 누나가 신문에 난 호주 외교부 구인광고를 건네 주셨다. 그땐 구인광고가 신문에 나던 시절이었다. 그걸 보고 지원하게 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직업적으로 외교관의 장단점을 꼽자면. 

“많은 나라들을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이사를 자주 해야 한다는 점이다. 4년마다 이사를 다니는데, 하면 할수록 짐을 쌌다 풀었다 하는 게 적응이 안 된다. 그래서 이제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웃음)” 


-한국에서는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선호도 1위다. 호주에서도 인기직종인가. 

“호주에서는 공무원이 그렇게 선호하는 직업은 아니다. 호주 청년들 중에 ‘공무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직업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한국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조금은 우려스럽다. 한국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정적인 면이 직업 선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지만 모두가 한 직업만을 바라보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한국 청년들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많이 지원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청년들에게 추천해줄만한 호주의 일자리가 있나.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청년들이 워홀로 찾고 있다. 아마 나보다 관심있는 청년들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듯싶지만 인기 있는 직업은 단연 과일농장이다. 그리고 카페나 식당 조리사도 많이 지원하고 있다.” 

 

-워홀 뿐만 아니라 해외 취업을 위해서도 한국 청년들이 호주를 많이 찾는 편이다. 

“타일공이나 건축 관련 직업은 고소득 직종이다. 특히 최근에는 배관공이나 정비공도 주목받는 직업군에 속한다. 개인사업자로 운영되고 소득이 높아 호주에서는 좋은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론 업무강도가 쉽진 않다. 높은 급여에 비해 근무환경이 좋은 편은 아니다.” 


-최근 한국은 청년 취업이 가장 큰 화두다. 호주의 상황은 어떤가. 

“아마 전세계 어딜 가도 똑같이 청년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만나보면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들을 수 있다. 호주는 27년 간 경제성장을 해오고 있어 실업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나마 호주 청년들의 취업 고민이 낮은 편인데, 취업을 하느냐보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제임스 최 대사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나.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다. 누군가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게 행복이지 않을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본 적이 있나.  

“즐겨봤다. 지인들이 그 드라마를 보고 ‘어떻게 그런 드라마가 있을 수 있나’라고 하면서 ‘한국에선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심하다’라고 말하더라.” 


-드라마 ‘스카이 캐슬’에서 나오는 상황이 호주에서 일어날 법한 일인가. 

“호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만약 한국 부모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한국에서 남은 임기동안 호주를 더욱 자세히 알리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올 10월에 춘천마라톤에 참가해서 개인 기록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 현재 기록은 2시간 53분이다.(웃음)”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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