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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만 치열하게 사는 모습에 위로 받아요″ 이원영 연구원이 남극에서 보내 온 펭귄 이야기 조회수 : 3701

[캠퍼스 잡앤조이=남민영 기자] 서울에서 12,730㎞나 떨어져 있어 20시간을 비행기 안에서 보내야 겨우 도착하는 남극장보고과학기지. 이곳에서 펭귄을 연구하고 있는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펭귄과 남극의 소식을 대중에게 가장 가깝게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환경변화지표종인 펭귄을 연구하면서 알게 되는 지식이나 연구의 소회를 팟캐스트,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펭귄이 괜찮지 않은데, 사람은 괜찮을까요?”라고 묻는 그의 물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8종의 펭귄 중에서 가장 귀여운 외모를 뽐내는 아델리 펭귄 연구를 마치고 곧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에게 동물행동연구원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이원영 연구원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까치를 연구종으로 삼은 ‘부모의 양육 행동’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하며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 해에 북극과 남극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동물행동연구원이 됐나.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여름 방학이면 매미, 잠자리 잡으러 매일 돌아다녔다. 그러다 중·고등학교때 진로를 고민했고, 좋아하는 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대학 진학할 때 동물행동 연구로 유명한 교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이후 자연스럽게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과정 동안 동물을 연구했다. 학위 논문은 까치를 연구종으로 잡아 ‘부모의 양육 행동’을 주제로 했다. 그리고 졸업 후엔 극지연구소에서 펭귄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극지 연구소의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

"극지 해양동물의 행동생태를 연구하는 것이다. 주로 남극에선 펭귄, 북극에선 분홍발기러기, 세가락도요, 회색늑대 등을 대상으로 취식 행동을 연구한다. 총 4개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각 과제별로 조금씩 다른 주제와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역상의 이유, 계절상의 이유 등 많은 연유로 행동이 제한적일 것 같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여름엔 북극, 겨울엔 남극에서 일과를 보낸다. 현장 조사를 할 때엔 일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날씨만 좋으면 아침부터 밤까지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은다. 그리고 날씨가 안 좋을 땐 텐트에서 쉬면서 자료를 정리한다. 봄과 가을엔 인천에 있는 연구소 사무실에서 컴퓨터로 일한다. 현장에서 모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논문 발표를 준비한다. 이 시기엔 일반 사무직처럼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생활을 한다."



△ 아델리 펭귄에게 GPS 등을 부착하기 위해 다가가는 이원영 연구원. 펭귄들이 그를 알아보고 도망간다고 한다.



펭귄들을 연구하는 것은 단순히 한 개체를 탐구하는 것을 넘어선다고 들었다.

"동물은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순 없다. 개체는 늘 무언가를 먹고 무언가에게 먹히거나 분해된다. 그래서 한 동물을 연구하다보면 이를 둘러싼 생태계를 함께 탐구할 수밖에 없다. 펭귄은 남극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상위포식자 역할을 맡고 있다. 남극 생태계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기 때문에 펭귄을 연구하면 남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 그래서 남극 펭귄은 남극 생태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표종이다."   


우리나라의 극지 연구소를 제외하고 얼마나 많은 연구원들이 현재 남극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호주,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가에서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 목적은 대게 비슷하다. 펭귄 개체군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그리고 펭귄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연구한다. 특히 최근엔 지구온난화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남극 생태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연구하기에 펭귄은 딱맞는 연구종이다. 하지만 남극이 워낙 넓은 지역이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은 자국 기지에서 가까이 사는 펭귄을 조사한다. 한국 연구자들도 장보고 기지, 세종 기지 주변에 있는 펭귄들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재 남반구는 가장 따뜻한 시기라 들었다. 펭귄들의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는데 최근 아델리 펭귄들은 어떤 시기인가.

"지금은 남극의 여름이다. 아델리 펭귄이 번식하는 시기다. 보통 10월 쯤 번식지에 와서 11월에 알을 품고 12월에 새끼가 부화한다. 그리고 2월 초까지 부지런히 새끼를 먹이고 나면 번식기가 마무리 된다. 그리고 3월이 되기 전에 이동을 시작한다. 남극의 겨울이 오기 전에 따뜻한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펭귄도 계절마다 이동하는 철새다." 


“펭귄이 괜찮지 않은데, 사람은 괜찮을까”란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봤다. 몇 종은 멸종위기라 들었는데 현재 펭귄은 어떤 위협을 받고 있나.

"펭귄은 전세계에 18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13종이 위기 근접 이상의 단계로 분류되어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아프리카 펭귄과 갈라파고스 펭귄은 위험 단계다. 가장 큰 위협은 인간이다. 어업 활동와 오염물질 배출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받기도 하지만, 서식지 변화와 먹이원 감소로 인해 꾸준히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엔 관광객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 이원영 연구원이 개인 SNS를 통해 꾸준히 업로드 하고 있는 아델리 펭귄의 영상 중 한 장면.



펭귄들을 관찰하는 걸 SNS에 활발히 올리고, 여기에 간단한 설명이나 소회도 덧붙여 대중에게 인기가 아주 많다. 펭귄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을 것 같은데. 

"관찰하면서 귀엽다는 생각도 하고 많은 위로도 받는다. 연구종을 연구 대상으로만 바라봐야할 때도 있지만, 연구종에 대해 알아가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에 펭귄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펭귄도 힘들게,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힘든 환경에 적응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펭귄을 더욱 존중하게 됐다." 


한국은 동물보호나 환경보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수반되는 행동은 아직 미비하다.남극에서 여러 연구들을 하다보면 사람들의 인식이나 행동에서 개선되어할 점을 더욱 느끼진 않는가. 

"우리 사회는 아직 약자,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동물은 약자 중에서도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다. 동물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재 자체만으로 생존권을 보장받아야할 소중한 생명이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펭귄 한 마리만 데려와”, “펭귄이랑 셀카 찍어서 보여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극에 있는 동물들은 인간과 워낙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왔기 때문인지, 아직 사람들의 인식 속에선 아득히 먼 생명체여서 그런 것 같다. 특히 펭귄은 특정 이미지로만 소비되며 만화나 캐릭터로 존재하니까 더욱 그렇다. 하지만 펭귄은 남극의 야생을 살아가는 동물이다. 사람이 막 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동물행동연구원이 되려면 어떤 덕목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과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끈기와 호기심도 중요하지만 과학적인 사고 없이 개인적인 흥미와 잘못된 방법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연구자가 될 수 없다. 과학자로서 스스로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어떤 연구를 할 지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원영 연구원이 SNS 업로드 한 아델리 펭귄이 새끼에게 밥을 주는 모습. 아델리 펭귄은 부모가 교대로 

먹이를 준다.



1년 중 계속해서 극지에서 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가 끝나면 한국으로 귀국한다고 들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엔 그간 극지 현장에서 모은 데이터 분석, 논문 작업도 하고 그 외에도 각종 서류 및 행정 처리 등을 한다. 그리고 다시 현장에 갈 채비를 한다.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입국하면 곧 북극에 갈 준비를 해야한다. 6월부터 7월까진 북극 현장에 있을 예정이다."  


앞으로 이원영 연구원의 계획이 궁금하다.

"나도 내 앞 날이 궁금하다. 만약 계속 극지연구소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북극과 남극에서 하고 있는 행동 생태 연구를 보다 장기적으로 해보고 싶다. 생태학의 특성상 짧은 기간 동안 연구를 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하려면 적어도 20~30년 간 장기적으로 쌓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연구소에 있었던 기간이 이제 겨우 5년 밖에 되지 않으니,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동물들에 대해서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동물행동연구원을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본인의 적성과 잘 맞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동물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행동을 연구하는 것은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실용적이고 경제적 효율을 많이 고려하는 사회에서 이런 일을 업으로 삼고 계속 해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꾸준히 그 길을 가보시길 권한다. 동물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서 해보니까 정말 재밌다." 



moonblue@hankyung.com

[사진 제공=이원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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