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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 불승인 소방관을 돕는 소셜벤처 ‘119레오’ 조회수 : 6932

[캠퍼스 잡앤조이=이진이 기자] 대중에게 관심 밖이던 소방관 공상 불승인 문제를 공론화시킨 대학생들이 있다. 바로 건국대 인액터스의 ‘119REO(레오)’ 팀이다. 이들은 2016년부터 소방관 처우개선에 뜻을 모으고 암, 희귀질환 같은 병에 대해 공상 불승인 판정을 받은 소방관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팀 이름인 ‘레오’는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Rescue Each Other)’이라는 뜻으로, 소방관들이 우리를 지켜주듯, 우리도 소방관을 지켜주자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폐소방복을 가방, 키링, 팔찌 등으로 업사이클링 해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공상 불승인 소방관들에게 기부한다.


뿐만 아니라 올해 처음으로 전시회와 토크쇼도 기획했다. 대중에게 공상 불승인에 대해 알리고 그들의 삶이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119레오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승우(건축학과 12학번)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119레오 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이승우(건축학과 12학번) 씨



“평소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는데, 2016년 당시 소방서의 장비 부족 문제가 이슈가 됐어요. 궁금한 건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친구들과 소방서에 가서 물어봤죠. 언론에서 본 것과 달리 실제 현장에 장비는 많은데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물론 지역별로 차이는 있다고 해요.”


예상했던 것과 다른 얘기를 듣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이 씨. 몇 군데만 더 물어보자는 생각으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최인창 119소방안전복지사업단장을 만났다. 최 단장을 통해 공상 불승인 된 故 김범석 소방관의 이야기를 듣게 됐고, 2014년 서른한 살의 젊은 나이에 혈관 육종암으로 목숨을 잃은 김 소방관은 119레오 팀의 모티프가 됐다.


“소방관들 중에 공상 불승인된 분이 많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소방관들은 화재 현장에서 연기를 계속 흡입할 수밖에 없고 암이나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암에 걸려도 공상에 대한 연관성을 본인들이 직접 입증해야 돼요. 그분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 119레오 멤버들이 폐소방복으로 만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보미(경영학과 18학번) 씨, 이승우(건축학과 12학번) 씨, 

서승재(국제무역학과 14학번) 씨, 김민선(경영학과 17학번) 씨



건국대 인터액스 회장을 맡고 있던 이 씨는 119레오 팀을 만들면서 ‘공상 불승인 소방관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제조업 특성상 매출액의 5~10%를 남기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119레오 팀은 매출액의 15%를 기부하고 있다.


“제가 어떤 제품을 샀을 때 기부된다고 하면 적어도 매출액의 15% 정도는 기부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15%를 남길 때도 있고 못 남길 때도 있지만, 과감하게 마이너스를 내고 15% 기부를 고수하고 있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동대문을 찾은 이 씨. 처음에는 원단상가에서 스와치(자투리 원단) 떼는 방법을 몰라 한 가게 앞에서 2시간을 서성이기도 했다고. 그렇게 원단에 대해서 하나씩 배워가고 40곳 남짓 제조공장을 돌아다니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 내구연한 3년 동안 수많은 생명을 구한 폐소방복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가방들



“저희 제품은 모두 폐소방복으로 만들어요. 소방복 원단을 손으로 만질 땐 잘 모르는데, 가위질을 해보면 가위도 잘 안 들고 손이 엄청 아파요. 이걸 손으로 다 뜯어내야 되고 봉제를 할 때도 바늘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아 공장에서 거절당하기 일쑤였죠.”


그럼에도 도와주겠다고 나서는 곳이 있어서 무사히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첫 번째 펀딩을 통해 4000만원이 모였다. 지난 8월에 시작한 펀딩은 4시간 만에 목표치 100%에 도달한데 이어 마감을 일주일여 앞두고는 목표치의 600%를 넘어섰다.


지금까지 119레오 팀의 누적 기부액은 1130만원이다. 기부금은 공상 불승인 소방관의 초기 소송비로 쓰인다. 



△ 119레오 팀은 지난 5월 3일부터 3일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사진 제공=119레오)



이 씨는 어느 날 故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19레오 팀이 이슈가 될 때마다 아들이 다시 기억될 수 있어서 고맙다는 전화였다. 그분들이 기억될 수 있는 문화적인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시회와 토크쇼를 기획하게 됐다.


119레오 팀은 지난 5월 3일부터 3일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세운상가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파트 1은 소방관들의 수기를 받아 수기 전시를 하고, 파트 2는 소방관들이 암에 걸릴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료를 모아서 소개했다. 파트 3은 故 김범석 소방관의 일대기를 통해 소방관이면서 누군가의 아들, 또 누군가의 아버지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전시로 꾸몄다.


“전시회에 유가족 분들이 참석해 고맙다는 얘기도 해주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방에 계신 동료분들도 많이 찾아와주었는데, 고인이 돌아가신지 꽤 됐지만 아직도 찾아주는 분이 많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어요.” 


119레오 팀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충주세계소방관경기대회에서도 단독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행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비영리에 가까운 소셜벤처가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패션을 아이덴티티로 가져가 ‘한국에서도 프라이탁 같은 가방이 나오는구나’하고 살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요. 무엇보다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이를 두고서 저희의 비즈니스를 좇아가고 싶진 않아요. 공상 불승인 문제가 해결되고 저희의 비즈니스도 같이 커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zinysoul@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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