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의수족 만들다 창직한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 조회수 : 2392

[캠퍼스 잡앤조이=김정민 인턴기자] ‘동물재활공학사’라는 낯선 명칭을 내걸고 인간이 아닌 동물을 위한 의수족, 재활훈련용품 등 맞춤 보조기를 제공하는 신생직업이 있다. 국내 1호라는 타이틀과 함께 동물에게 7,000여개의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 동물재활공학사 김정현(34) 씨를 만났다.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 김정현 씨.



김정현 펫츠오앤피 대표는 ‘동물재활공학사’의 본래 명칭인 의지보조기기사를 많은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껴 좀 더 명확한 정체성 확립을 위해 동물재활공학사를 창직하게 됐다.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

의수족 제작 전문가였던 그가 동물 관련 직종으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적 부터 시골에서 개, 닭, 염소 등 동물과 밀접한 환경에서 자랐다. 당시 키우던 고양이가 문틈 사이에 껴 하반신이 마비되어 얼마 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기억이 김 대표의 뇌리 속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그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한 의수족을 제작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내에서 동물 재활 관련 전문가를 찾지 못해 미국에 있는 업체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어요. 다섯 군데나 메일을 보냈는데 전부 거절당했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1년 간 구애 끝에 한 업체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냈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마이 펫츠 브레이스라는 동물재활공학 업체에서 1년 동안 기술을 배웠어요. 그 곳에서 사람과 동물의 인체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 1월 국내 최초 의지보조기 전문 업체인 펫츠오앤피를 개업하게 됐죠.”


그의 사업 초창기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김 대표는 6개월 정도 월세를 내지 못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까지 직면해있었다. 그는 2년 동안 온 힘을 쏟았던 홍보활동이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나버린 후 낙후된 사회적 인식 개선에 한계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술을 했는데 보조기를 왜 해야 돼?’라는 수의사들을 설득하고, 맞춤 보조기 제작과정에서 수차례 수정을 거치는 등 이를 극복하는 데만 1년여가 걸렸다. 이후 그는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집중해 일반 소비자나 동물병원에 지속적인 재활시스템 공급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많은 재활제품들이 공급돼 우리나라 전역으로 활용됐으면 좋겠다”며, “해외 수출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공부를 하며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펫츠오앤피 직원들과 회의 중인 김정현 씨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주변사람들이나 의사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했죠. '의수족 만드는 애가 동물한테 그걸 하면 되겠냐’는 식으로 말이죠. 동물한테 보조기가 왜 필요하냐고들 하시는 데 이렇게 전문화된 시스템에서 할 줄 모르셨던 거죠. 이건 단순한 쇼맨십이 아닌 동물복지나 의료재활에 있어 가장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들이 저에게 원동력이 됐고,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주변에서 응원과 격려를 많이 해주시죠."


요즘은 펫츠오앤피를 모티브로 한 유사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김 대표는 돈보다 동물과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모토로 펫츠오앤피만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 대표는 국내 1호 동물재활공학사라는 타이틀이 때때로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털어놨다. 그는 “도대체 1호가 어떤 일을 하고, 기준이 될 만큼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는 분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에 항상 책임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려견에게 보조기를 착용해주는 모습.



펫츠오앤피를 찾는 방문객 수는 한 달에 80건 정도 된다. 주 고객은 후천적인 요인에 의한 외상 또는 수술 후 후유증으로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는 경우다. 사실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동물은 그리 많지 않다. 김 대표는 "주로 예민한 성격을 지닌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포메리안 등의 소형견이 찾아오는데 보행기를 찼을 때 다리를 떤다던지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최소한 억제하고, 보호자분들에게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관련 정보를 전달한다. 보조기는 저가에서 고가의 제품들로 다양하게 구성됐지만 맞춤 제품은 40만원에서 100만원 수준이며, 기성품은 1만원 이상 20만원 이하 정도의 금액이다.


펫츠오앤피 직원들은 모두 의지보조기 기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기술자들이다. 요즘 그에게서 동물애호가들의 직업 관련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직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단순히 좋아해서가 아닌 직업에 대한 사명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사명감 중에서도 헌신과 배려를 꼽으며, “이 업종은 동물과 견주인들의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동물재활공학사는 돈보다 사명에 무게를 둔 직업이다”라고 강조했다.


“전 사람의 의수족을 만들기 위한 의지보조기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습니다. 또 사람의 발만 전문으로 하는 교육기관에서 이수를 했고, 이후 동물에게 의수족을 접목하여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분들이 계신다면 저처럼 먼저 사람 의수족을 배우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 의지 보수기 관련 학교에 진학하여 동물재활공학사 자격증을 비롯한 여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명감과 따뜻한 인성이 갖춰졌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재활 보조기를 작업하고 있는 김정현씨



김 대표는 진로를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진심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직업을 선택할 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어요. 막상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다가도 기대치에 못 미쳐 상실감과 실망감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일이든 그 일에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 일을 정말 사랑하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한다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여 언젠가 그 값어치가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인재 발굴, 해외수출 등 더 넓은 세상을 위한 그의 도전

현재 국내 재활 시스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펫츠오앤피는 동물재활산업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시스템이 명확히 성립되지 않은 상태다. 김 대표는 본인이 처음 시작한 분야인 만큼 좀 더 전문적인 쳬계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동물병원 또는 의료현장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지역 곳곳에 펫츠오앤피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나중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확산시키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다. 


kelly7795@hankyung.com

[사진=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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