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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한식고수 임성근 조리기능장, “절대 현혹되지 말라” 조회수 : 20766



"지금까지 먹었던 모든 면 요리를 통틀어 가장 완벽하다”, “입 안에 소 한 마리가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우주 요리를 먹는 기분”.

 

만화 ‘요리왕 비룡’에 나오는 대사가 아니다. 임성근 조리기능장이 한식대첩3에 출연해 받은 평가다. 임성근 조리기능장은 이우철 조리기능장과 함께 서울팀으로 출연해 화려한 궁중요리를 선보이며 최종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16세에 조리계에 입문해 19세에 조리실장이 되었고 22세에 국가공인 조리기능장을 취득한 30년차 베테랑 한식 셰프다. 16살에는 생계형 요리사로 시작했으나, 요리의 매력에 빠져 어느새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장 수상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한식 고수가 됐다.


고기요리를 가장 좋아하는 임성근 셰프가 발간한 책 I Like Meat.(출처 : 네이버 책)


최근에는 고기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 을 발간해 30년 경력으로 얻은 비장의 정보를 모두 공개했다. 진정한 한식 고수 임성근 조리기능장이 진행한 쿠킹클래스에서 그를 만나 한식대첩 비하인드 스토리와 고기에 대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쿠킹클래스에서 좋은 고기를 고르는 비결을 전수해주는 임성근 셰프


Q. 한식전문가인데, US PORK 쿠킹클래스’를 진행하시는 게 독특합니다. 한식과 미국산 육류의 조화는 어떤가요.

이번 쿠킹클래스는 미국산 돼지고기를 주제로 진행하는 한식 쿠킹클래스입니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소고기의 경우 저는 미국산 소고기가 고기 중에는 최고라고 봅니다. 고기도 자라난 환경이 중요한데, 미국은 드넓은 땅에서 곡물과 목초를 함께 먹이기 때문에 육질이 좋습니다. 저는 한식에 맞는 고기가 따로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고기는 다 똑 같은 고기고 거기서 육질이 더 좋은 고기를 찾는 거죠.

 

Q. 미국산 소고기, 돼지고기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식재료는 어떤 환경에서 키우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미국은 농장시설이 굉장히 잘돼있어요. 깨끗하고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최대한 가축이 스트레스 받지 않는 환경에서 키웁니다.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가 고기의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또 유통시장이 크다보니 가성비도 좋고요.


한식대첩3에서 우승할 당시의 임성근 셰프(출처 : 올리브TV)


Q. 한식대첩3에 출연할 당시 한 시간 안에 황복을 손질하고 신선로까지 완성해 모두를 놀라게 하셨죠. 어떤 마음으로 임하셨나요.

처음에는 한식대첩에 우승하려고 간 건 아니었습니다. 매일 무료하게 같은 주방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다보니 인생이 너무 무료했어요. 추억도 남겨보고 전국 팔도에서 한식 고수가 다 모인다고 하니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웃음)


그런데 중간에 우리 가게에 불이 났고 그때부터 우승에 대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전라도나 충청도, 강원도는 워낙 식재료도 좋고 지역 특색이 뚜렷한 음식이지만 서울과 경기는 특색 있는 음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정체성을 궁중요리에서 찾았어요. 서울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음식을 해보고 싶었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란 미국산 돼지고기는 품질과 가성비에서 크게 앞선다.


Q. 궁중요리에 대한 레시피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A. 그때 만든 음식은 요즘 요리책에 나오는 음식이 아니에요. 600년 전부터 조선 왕들이 먹었던 음식입니다. 그 문헌을 찾기 위해 어마어마한 고생을 했어요. 한식은 사람들이 ‘왜 이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그 안에 담긴 원리를 알아야 가치를 느낄 수 있어요.

왕들이 먹은 음식은 식재료 하나에도 이유가 담겨 있습니다. 스토리와 레시피를 알기 위해 고문헌을 찾고 식재료를 찾아다니며 이해도를 높였어요.


임성근 셰프가 말한 한식대첩 우승 비결은 상상력과 창의력


Q. 요리시간은 1시간이 주어졌죠. 빠른 시간 내에 주제에 맞는 요리를 구상하려면 무엇보다 창의력이 요구될 것 같습니다.

A. 맞습니다.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결과가 갈렸어요. 경연 일주일 전에 우리에게 주제가 주어졌습니다. 그럼 일주일 안에 레시피를 연구 하고 재료를 공수해야 했어요. 실제 경연에서는 정신이 없고 긴장되기 때문에 ‘시작!’ 하면 처음에는 멍 때리게 됐어요. 레시피가 생각이 안날때도 많아요. 그런데 식재료를 갖다놓으면 머리보다는 몸이 알아서 움직였습니다. 머리로 익힌 건 잊어버리지만, 몸으로 익힌 건 평생 가더군요.

 

Q. 기능장님이 생각하는 한식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한식의 매력은 건강한 맛이죠.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좋은 식재료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어요. 조미료를 강하게 쓰지 않더라도 원재료의 맛을 살린 건강한 요리가 많죠. 요즘 워낙 바쁜 사회를 살다보니 패스트푸드가 남발을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체질에 맞는 음식은 한식이라고 생각해요.


임성근 셰프가 쿠킹클래스에서 전수해준 콩나물 불고기와 된장 불고기


Q. 사실 한식은 종류도 무궁무진하죠. 한식의 다양함도 매력인 것 같아요.

A. 제가 한식만 계속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겁니다. 아직 한식도 다 배우지 못했는데 무슨 양식을 하고 무슨 중식을 하겠습니까. 나처럼 몇십년 한식에만 매달린 사람도 한식의 반의 반의 반도 못 배웠어요. 김치 종류만 해도 수 백가지고 찌개종류만 해도 수천가지입니다. 심지어 밥 종류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계속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게 한식의 매력입니다.

 

Q. 미쉐린가이드 서울판이 발간되면서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다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급호텔을 중심으로 한식당이 발전하고 있는 현상은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도 아주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식당은 오래 유지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이유는 요리에 들어가는 정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너무 많은 가짓수로 꾸려지기 때문이에요. 스테이크는 고기 한 덩이에 10만원 씩 받으면서 사람 손이 훨씬 많이 가는 한식은 그 가치에 맞게 가격을 책정할 수가 없어요. 가격은 저렴하고 사람 손은 많이 가다보니 운영하는 입장에서 수익구조가 안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다른 나라의 평가서에 의존하는 것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나라 음식을 좋아하면 강제로 한식 세계화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문화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킬 때 외부에서도 궁금해 하지 않겠어요?


요리의 길을 걷기 전 많은 고민을 하라고 조언하는 임성근 셰프


Q. 한식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A. TV에 나오는 멋있는 셰프의 모습만 보고 현혹되지 마세요. 이쪽에 발을 딛기 전에 내가 이걸 이겨낼 수 있을지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실전에 나오면 학교에서 배운 거랑 너무 달라요. 내가 평생 요리사를 직업으로 삼으며 이겨낼 수 있을지 백 번 천 번 고민하세요. 1년에 조리사 후배들이 2만 명 정도가 배출되는데 남는 사람은 1000명도 안됩니다. 힘들기 때문에 인력난도 심한 직종이에요. 만약 이쪽 길을 선택했다면 음식에 멋 부리지 마세요. 그럼 끝난 겁니다. 진정한 요리사는 식재료를 아낄 줄 알고 식재료 고르는 법, 관리법, 재고관리처럼 기본적인 것부터 철저하게 배워야 해요. 또 본인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만 사람들에게 내놓으세요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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