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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그룹 출신 20대 여성 CEO...이해리 컴퍼니93 대표 “‘내 뜻대로의 삶’ 선택하세요” 조회수 : 10737

[캠퍼스 잡앤조이=김예나 기자] 연예인을 동경하던 소녀는 걸 그룹 멤버가 되어 꿈에 그리던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고, 이제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대표가 돼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해리(25) 컴퍼니93 대표의 이야기다. 





컴퍼니93은 ‘엔터마케팅’ 회사다. 공연 기획과 광고·마케팅 대행을 위주로 시작한 회사는 예능프로그램·드라마 제작 지원과 소속 배우 영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5년 만에 연 매출 8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 2012년 사업을 시작할 때 이해리 대표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개인사업자로 시작한 이 대표는 처음에는 K팝 가수들의 앨범이나 그들이 입은 브랜드의 티셔츠 등을 해외 소비자에게 팔았다. 2015~2016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마케팅을 대행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드라마 ‘앵그리맘’, ‘오렌지 마말레이드’, ‘오! 나의 귀신님’ 등 드라마의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골프예능 ‘킹국진의 깨백리그’를 제작했고 올해 초 배우 고나연과 정민규를 영입했다. 주로 마케팅, 광고 대행을 하다가 최근에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드라마 제작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원래는 ‘아이돌’이 꿈이었어요. 너무나 원했던 걸 그룹 가수가 됐지만 오랜 활동을 하거나 큰 인기를 얻지는 못 했죠. 하지만 제가 동경하던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상, 청춘을 바칠 생각이에요.”


가수가 되고 싶어 대학 입학… 걸 그룹 멤버가 되기까지


이 대표는 뉴질랜드에서 자랐다. 네 살 때인 지난 1997년, 이 대표의 가족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정규 교육을 받았다. K팝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부모님, 특히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이 대표의 어머니는 그가 공부를 해 성공하길 바라셨다.


“하루라도 빨리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빨리 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학교 공부에 매진했죠. 뉴질랜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고도 대학 시험을 치를 수 있어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마치고 2학년이 되기 전 바로 대학 입시 시험을 치렀어요.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 있는 빅토리아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그가 선택한 전공은 정치 외교학, 국제관계학, 그리고 일어일문학이었다. 전공 선택도 어머니의 뜻에 따랐다. 고등학생의 나이에 대학 생활을 하는 것, 남들과 같은 ‘정상적인 길’을 걷지 않는 것은 그에게도 매우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로지 한국으로 빨리 돌아가서 가수가 돼 무대 위에 오를 날만을 꿈 꿨다. 2010년 한국에 돌아와서 이모 집에서 지내면서 대학가요제에 나갔다. 입상을 하지는 못 했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니 가수를 하고자 하는 이 대표의 뜻에 어머니는 반대하지 않으셨다. 


2011년 4월 한 연예기획사에 들어갔고, 2012년 다섯 명의 멤버와 함께 ‘마스코트’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1년 간 활동 기간 동안 한 장의 싱글앨범이 나왔지만, 유명세를 타지는 못 했다. 또 첫 방송 출연을 일주일 앞두고 그룹 멤버와 소속사 간에 문제가 생겨 소속사를 나오게 되면서, 끝내 TV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 하고 짧은 걸 그룹 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개인 사업으로 시작한 회사…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꿈


그는 한국에 남아야 하는지, 부모님이 계신 뉴질랜드로 돌아가야 하는지, 새 회사를 찾아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자신이 뉴질랜드에서 K팝을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려, 해외 팬들에게 K팝 아티스트들의 앨범과 ‘굿즈’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차렸다. 한 달에 8000여만 원을 벌 만큼 사업은 잘 됐다. 하지만 혼자 오피스텔에서 제품을 주문받고 물건을 배송하는 일상은 그에게 맞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성향에 맞게 과감히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한 그에게 뉴질랜드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한국 가수들의 해외 원정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는데, 한국 가수들을 모아줄 수 있느냐’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맨땅에 헤딩’하듯 가수들의 소속사에 무작정 전화를 했다. 광고·마케팅 대행을 시작할 때도, 일일이 메일로 제안서를 보내고 미팅을 요청했다. 


이 대표 혼자 시작한 컴퍼니93은 어느새 7명의 직원이 함께 하고 있다. 그는 “광고·홍보 대행 업무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연예인 매니지먼트에도 나서 두 명의 소속 배우의 활동을 돕고 있다”며 “못다 이룬 꿈인 걸 그룹도 배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업 초기부터 제가 늘 명심하는 것은 ‘모든 일은 직접 부딪쳐 하자’는 것과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자’는 것이에요. 짧긴 해도 걸 그룹 때의 경험이 지금의 사업을 이끌어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소속 배우들과 걸 그룹 멤버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기쁨을 느껴요. 성공하면 좋겠지만, 혹시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그들이 후회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얻어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저처럼 말이에요.”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기 자신을 생각하기를


이 대표는 가끔 ‘어머니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내 뜻대로의 삶을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학창시절 가수 꿈을 버리고 공부하라고 하던 어머니도 이제는 이 대표의 든든한 응원군이 됐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고.


그는 “어머니의 자랑거리가 되고 싶어 학교와 전공을 선택하기보다, 친구들과 같은 나이에 대학에 가고 좋아하는 음악을 전공했다면 삶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늘날의 취업 준비생들, 제 또래가 사회적인 기준과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살기보다 한 번 더 자기 자신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고, 어린 나이에 회사 대표를 한다고 하니 ‘금수저’가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그건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제가 즐거운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내가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을 모두 구분하며 살아가길 바라요.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고 그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보다, 그 시간에 내 스스로에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yena@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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