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숨은 고수를 만나다. 국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선구자 ‘정성구 셰프’ 조회수 : 7018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트렌드가 있듯, 외식업계에도 트렌드가 있다. 최근 육류 외식업 트렌드를 주도하는 단어는 단연 숙성이다. 특히 건조숙성을 뜻하는 드라이에이징(Dry aging)’은 스테이크 업계 화두로 떠오르며 청담동 ·이태원 등 핫 플레이스에 위치한 스테이크 하우스를 중심으로 점차 대중화 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 단어가 고기매니아를 넘어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려졌지만, 국내 최초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자체 숙성한 셰프의 이름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드라이에이징 전문가 정성구 셰프 제로투나인 오너 셰프다.


정 셰프는 국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선구자 격인 구스테이크에서 10년 넘게 총괄 셰프로 있었다.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되며 셰프로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2016년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총괄셰프에서 오너셰프로 변신한 그를 판교 운중동에서 위치한 제로투나인에서 만났다.


판교 제로투나인은 구스테이크 출신의 숨은 고수 정성구 셰프가 오너로 있다.


>> 고졸출신, 국내파지만 26살때부터 주방장 시작해


정성구 셰프가 주방 총 책임자(셰프)’를 처음 맡게 된 건 그의 나이 26살 때다. 남들은 막내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셰프자리를 꿰차 17년 째 셰프 직함만 유지하고 있다. 엘리트코스를 밟았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정 셰프는 고졸 출신에 유학 한번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 그런 그가 셰프로서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어린 시절부터 쌓은 내공에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식당을 하던 어머니를 도와 설거지와 서빙을 시작했어요. 공부는 못했지만 시장도 잘 보고 배달도 잘하고 손이 굉장히 빠르고 야무졌어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사회에 뛰어든 정셰프는 원단공장, 인형공장, 출판사, 자동차 정비 등 안해 본 일이 없다. 제대 후 부모님 권유로 요리를 다시 시작했고 요리를 공부할 때만큼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학창시절 때 공부는 정말 못했지만 요리공부는 제일 열심히 했어요.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처음 본 부모님은 정말 깜짝 놀라시더라구요.”  


인생에서 요리가 제일 좋았던 그는 운 좋게 첫발을 내디딘 곳에서 요리에 대한 철학을 배웠다. 스물 두 살 그에게 요리에 대한 기본기와 개념을 잡아 준 곳은 압구정에 위치한 1세대 프렌치 레스토랑 프랑소와메디체. 막내시절부터 손이 빠르고 융통성이 있던 그는 선배들에게 인정받으며 내공을 쌓아갔다.


스물 여섯, 이른 나이에 주방 최고 명예인 셰프를 달았고, 그 때부터 고기만 집중적으로 요리했다.

어린 나이에 이미 고기 전문가가 된 정 셰프는 스물 아홉에 총괄셰프로 입사한 구스테이크에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정 셰프가 기획상품으로 내놨던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는 손님들 사이에서 입 소문을 타고 유명해지며 어느새 메인 메뉴가 됐다. 구스테이크도 드라이에이징 전문점으로 자리잡으며 코스요리가 대부분이었던 양식당에서 새로운 위치를 선점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발전이 있다는 정성구 셰프.


저는 항상 새로운 길을 구축해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구스테이크를 나오게 된 이유기도 합니다. 구스테이크의 안전함에 기대지 않고 나 자신의 실력으로 또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제로투나인은 구스테이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음식뿐 아니라 레스토랑 콘셉트부터 운영, 청소까지 제가 모든 걸 조율할 수 있잖아요. 나 자신을 믿고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칼·불·팬과 한 몸 돼야


정셰프는 음식을 할 때 열정뿐 아니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만의 기준이 아니라, 요리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겠다는 간절함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셰프를 꿈꾸고 있는 청년들에게 늘 칼·불·팬과 한 몸이 돼라고 말했다.


해외 유학이나 요리에 대한 환상을 가진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유학은 좋은 경험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주방 근무 조건은 열악합니다. 무리해서 유학을 가기보다는 국내에서 자기의 위치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유학은 자신의 역량이 만들어진 후에 가는 게 더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지금 해야 하는 건 칼, , 팬과 한 몸이라고 생각 될 만큼 기본기를 탄탄하게 채우는 거예요.”


제로투나인의 대표 메뉴인 엘본스테이크


>>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매력


1. 웻 에이징 스테이크와 비교했을 때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 웻 에이징은 비닐팩으로 진공 포장한 상태에서 숙성한 고기다. 반면 드라이 에이징은 말 그대로 말려서 숙성한 고기를 말한다. 마르는 과정에서 고깃덩어리 겉면의 수분이 날아가는 대신 안으로 맛이 응축된다. 따라서 육즙이 농축된 식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또 웻 에이징 스테이크보다 굽는 과정에서 육즙 손실이 적어서 다양한 풍미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웻 에이징이 드라이 에이징보다 부드럽다고 느낄 수 있지만, 깊고 진한 고기의 풍미를 원하는 손님들이 드라이 에이징을 주로 찾는다.


2. 고기를 숙성했을 때 더 맛있는 이유가 있나.  

-이론적으로 많다. 나의 경우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만들 때 꼭 뼈 있는 것들을 숙성시키려고 한다. 뼈에서 나오는 이노신산이라는 성분이 고기의 감칠맛을 나게 한다. 보통 원론적으로 보면 도축 후에 바로 숙성기간을 갖는 경우가 있고, 우리 같은 경우 웻 에이징 된 스테이크를 다시 건조 숙성한다. 웻 에이징 스테이크를 다시 드라이 에이징 할 경우 근막이나 근조직이 부드럽게 숙성될 뿐 아니라 숙성기간을 더 오래 늘릴 수 있다.

 

3.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에 미국산 소고기가 적합한 이유가 있나.

일단 제일 맛있다. 미국은 애초에 스테이크를 목적으로 키운 소다.  도축하는 기술이나 소의 스펙이 스테이크를 만들기 가장 적합한 스펙이다. 또 워낙 매뉴얼화 된 국가기 때문에 고기의 상태가 늘 균일하다. 우리나라는 스테이크보다 고기를 구워먹는 문화기 때문에 유통구조나 가격대가 스테이크에 알맞지는 않다. 반면 미국산은 가성비측면에서도 굉장히 좋다.

특히 제로투나인은 뼈가 붙어있는 스테이크만 쓰기 때문에 도축과정에서 엘본스테이크티본스테이크에 적합한 미국산을 쓴다. 엘본스테이크의 경우 엘본부위만 수입하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원하던 부위를 찾아 사용해오고 있다.



가성비좋은 미국산 소고기를 사용해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이 가능하다.


4. 제로투나인만의 숙성 노하우나 숙성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따로 있는지.

숙성된 고기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숙성하기 때문에 매일 다른 고기의 특성을 잘 알 수 있다. 같은 품종이라도 부위나 날짜마다 성질이 다 다르다. 숙성부터 성형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고기의 특수성을 제일 잘 알고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건조 과정에서 너무 많이 숙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과 숙성된 고기는 스테이크 맛을 헤친다. 또 이미 수분이 많이 날아간 상태기 때문에 레어 상태로만 조리할 수 있다. 고기 부위별 특수성과 크기, 육즙의 정도를 모두 고려해 숙성기간을 다 다르게 해야 한다.



제로투나인은 육류숙성고를 직접 제작, 드라이에이징을 한다.



5. 숙성고를 직접 만들었다고 들었다.

- 외국 동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구를 했다. 일반 냉장고는 고기를 숙성하기에 적합하지 않고, 제대로 된 숙성고를 수입하면 가격이 억 단위를 넘어간다.

숙성고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제습기 회사에도 직접 전화해 기술 문의를 많이 했다. 건조숙성은 습도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단열이나 결빙, 해동과 관련된 기술을 직접 연구해 공장 기술자와 상의하며 직접 만들었다.

 

국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선구자 격인 정성구 셰프는 이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대중화에 나섰다. 구스테이크에서 나와 판교 운중동에 제로투나인을 차린 이유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선보이기 위해서다. 엘본 스테이크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직접 수입하고, 숙성고까지 손수 발명해내는 그에게서 요리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kye0218@hankyung.com

나의 생각 Good Bad

기사에 대한 의견 (0개)

의견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