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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선수 꿈꾸다 뮤지컬 배우됐죠” ‘괴물 신인’ 최우혁 뮤지컬 배우 조회수 : 7376

[욜로 라이프] 뮤지컬 ‘벤허’의 메셀라 역 맡은 배우 최우혁 씨





[캠퍼스 잡앤조이=강홍민 기자] “무대에 오르기까지 아주 고통스러워요. 제 생활의 모든 패턴이 공연에 맞춰져있거든요. 하지만 극이 끝나고 커튼콜이 찾아오면 그 고통은 사라지죠.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한 기분이죠.”


‘무대는 마약과도 같다’ 어느 뮤지컬 배우가 말한 이 강열한 한마디가 뮤지컬을 정의할 수 있을까. 배우 최우혁(25)씨는 데뷔하자마자 팬덤을 형성한 뮤지컬계 이례적인 공식을 세운 신예다. 그는 지난 2014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9개 부문 수상을 휩쓸며 대작 반열에 오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 뒤프레&괴물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뮤지컬 경험이 전무했던 그가 단숨에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뮤지컬 '벤허'에서 메셀라 역을 맡은 배우 최우혁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사진제공=쇼온)


운동, 공부 모두 월등한 ‘엄친아’의 아픈 손가락

최근 뮤지컬 ‘벤허’에서 유다의 친구이자 영원한 적 ‘메셀라 역’으로 열연중인 배우 최우혁 씨는 뮤지컬계 라이징 배우로 손꼽힌다. 큰 키에 조각 같은 외모, 중저음의 보이스로 여성 팬 층을 늘리고 있는 그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뮤지컬 배우로서의 삶은 상상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복싱을 했어요. 아버지께서 소싯적에 복싱을 하셔서인지 영향을 많이 받았죠. 운동에 소질이 있다 보니 주변에서 운동선수로 권유를 하곤 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대가 심하셨죠. 프로선수가 된다 해도 생계가 어렵잖아요. 그게 걱정되셨던 거죠.” 


최 씨는 운동뿐만 아니라 공부도 곧잘 했다. 출중한 외모 덕분에 길거리 캐스팅도 여러 차례 당했다. 흔히 ‘엄친아’로 불릴 스펙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픈 손가락은 있었다. 최 씨가 어릴 적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다. 불편하진 않았지만 신경은 쓰였다. 여덟 살, 열 살 터울인 두 명의 누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을 선택했다.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고 3이었던 그는 체대 입시를 준비했다. 


“운동에 소질이 있었던 터라 재능을 살려 체육선생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고3 때 당시 가장 유명하다는 입시체육학원에 등록했어요. 성적도 괜찮았고, 실기종목도 대부분 만점이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사촌형이 찾아와선 연기 한번 해보라고 했죠. 사촌형이 연기를 전공했거든요. 그때 맘이 바뀌었죠.”




뮤지컬 티켓 한 장이 가져다 준 '기적'

사촌형의 권유로 운동에서 연기로 전향한 최 씨는 삼수 끝에 동국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연기를 배우면서도 미래에 대한 정확한 방향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생각지도 못한 뮤지컬 티켓 한 장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나가 카드회사에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돼 뮤지컬 ‘잭 더 리퍼’ 티켓이 온 거예요. 누나는 시간이 안 된다며 티켓을 저에게 주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공연을 보러 갔는데 공연 내내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배우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공연을 다 보고 나서 이걸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최 씨는 잭 더 리퍼에 출연한 배우들의 공연을 찾아다니면서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그들이 공연에서 부른 넘버들은 외울 정도로 연습했다. 꼭 배우가 아니어도 스텝으로도 일하고 싶었다. 그만큼 뮤지컬에 푹 빠져 있었다. 그러던 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오디션 소식이 그에게 들려왔다. 


“앙상블 오디션이었는데 1,2차까지 붙었어요. 마지막 3차 오디션을 갔더니 연출님께서 ‘앙리 노래 할 줄 아니?’라고 물으시더라고요. 노래는 달달 외우고 있었거든요. 부르고 났더니 연출님께서 앙리 뒤프레 역을 맡아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믿어지지가 않았어요.” 


6개월 간 네 번의 오디션을 치른 뒤 앙리뒤프레&괴물 역에 신인배우 최우혁이 캐스팅됐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표 창작 뮤지컬로 꼽히던 프랑켄슈타인의 첫 도박이라고도 했다. 그에게 피나는 연습은 당연했다. 신인이라는 핸디캡은 관객들에게 허용되지 않는 투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첫 공연 땐 기억도 안나요. 실수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라갔는데 어느새 커튼콜이었죠.”


‘데뷔=스타’ 이후의 도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그는 이후 뮤지컬 ‘올슉업’, ‘밑바닥에서’, ‘벤허’까지 꾸준히 작품을 이어왔다. 배우로서의 입지는 물론 팬덤까지 형성되면서 티켓파워도 생겨났다. 인기가 따르면 안티도 생기는 법. 한 순간에 스타가 된 그에게 구설도 뒤따랐다. 





“원래 성격이 직설적이에요. 싫으면 싫고, 좋으면 확실히 좋다고 표현하죠. 그래서 종종 오해를 받는데 뮤지컬을 하고 나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뜨고 나더니 변했다는 오해인거죠. 사실 그렇지 않거든요.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선배들처럼 한 번에 두 세 작품을 하면 좋지만 아직까진 자신이 없어요. 하나만 하기에도 벅찰 때가 있거든요. 근데 사람들은 제가 떠서 작품을 가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그럴 때면 속상하죠.”


데뷔 한 지 채 2년도 안된 신인배우 최우혁에겐 경험해보고 싶은 작품만큼이나 고민도 많다. 


“처음 메셀라 역을 맡았을 때도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 막막했어요. 메셀라가 느끼는 감정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연민인지를 스스로 파악해야했죠. 지금 제가 하는 작품은 모두 도전이에요. 팬텀싱어도 마찬가지죠.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그리고 자기관리를 잘 해서 뮤지컬을 오래 하고 싶어요. (유)준상이 형 나이까지 하는 게 목표예요.(웃음)”


kh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