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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열등생, 언론사 수석 입사 비결은? 조회수 : 7114



△ 사진 = 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교과서 외에는 책 한 권을 진득하니 읽어본 적 없고, 일기 한 번을 쓰지 않았다. ‘기자’를 꿈꾸며 모인 언시생 사이에서는 글을 못 쓰기로 소문난 열등생이었다. 그런 그가 언론사 시험 ‘수석 합격’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글재주 없이도 ‘뽑히는 글’을 완성할 수 있던 최윤아 씨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언론고시반 동기들 ‘저 실력에 어떻게 들어온 거냐’ 수군대기도 해


최윤아(32) 씨는 경제지 ‘머니투데이’에 수석 합격했고, ‘조선일보’ 필기시험 1등으로 주목받았다. 타고난 ‘글발’로 무장한 능력자라 예상되지만 사실 최 씨는 ‘글쓰기가 가장 어려웠어요’라고 말하는 글쓰기 열등생이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죠. 교과서 외에 다른 책은 거의 읽지를 않았어요. 일기도 제대로 써본 적이 없었고요. 책을 읽어야 한다거나 글재주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죠. 대학에 입학해 ‘기자’라는 직업을 꿈꾸게 되면서 그제야 ‘글 실력을 키워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재학 중이던 최 씨는 사회 문제를 꼬집어 세상에 알리는 참된 언론인이 되리라는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언론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단 언론사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문제는 그 시험이라는 것이 논술, 작문 등이라 최 씨가 유독 취약했던 ‘글쓰기’ 실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거다. 


일단 최 씨는 호기롭게 한국언론진흥재단 예비언론인양성과정에 지원했다. 예비언론인양성과정은 현재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최 씨가 지원한 2009년만 해도 명성이 자자했다. 수료생 3명 중 한 명이 언론사에 취업할 정도의 성과를 내 ‘언론인 사관학교’로 불리기도 했다. 

  

경쟁률도 상당했다. 30명 정원 모집에 100명 이상이 몰렸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비언론인양성과정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작문 시험을 치러야 했다. 초보 언시생인 최 씨에게는 생애 첫 글쓰기 시험이었다.


“작문 시험의 주제는 ‘바람’이었어요. 뭘 써야 할까 고민하다가 대학 시절 배웠던 윈드서핑에 관한 이야기를 썼죠. ‘윈드서핑을 제대로 즐기려면 바람이 적당히 불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비슷하다. 바람이 너무 거세도 안 되고 너무 약해도 안 된다’는 별 의미 없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합격을 했더라고요. 나중에 들었는데 필기시험 성적이 1등이었대요.” 


최 씨는 결코 글을 잘 썼기 때문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수업 시간에 그가 쓴 글은 동기들의 비웃음을 살 정도였다. 몇몇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시험을 통과해 들어온 것이냐’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함께 스터디를 하면 최 씨의 글을 보고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며 난감해 했다. 몇 년씩 언론고시를 준비한 노련한 글쟁이들 사이에서 일기 수준의 부끄러운 글을 써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사진 = 김기남 기자 


글쓰기 실력 없다면 좋은 글감으로 승부하자


그는 합격의 비결을 ‘신선한 소재’로 꼽았다. 윈드서핑이라는 희소성 있는 소재가 심사위원의 눈길을 끌었을 것이라 짐작했다. 실제 합격 후 작문 시험의 결과물을 동기들끼리 돌려본 적이 있는데, 그때 누군가가 최 씨의 글을 보고는 ‘윈드서핑 빨이었네’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운이 좋았다’며 넘겨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최 씨는 ‘글감’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아무리 스킬이 좋다고 해도 좋은 글감 없이는 시험용 글쓰기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 씨는 단시간 내 글쓰기 스킬을 키우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신 다양한 글감을 확보하자고 다짐했다. 


“도서관에 가서 한 가지 주제를 정하고 관련 도서를 찾아 계속해서 읽었어요. 특히 큰 주제와 관련된 개인적 논지를 정하고, 관련 키워드를 한 번 더 검색해 책을 찾았어요. 예를 들어 ‘저성장’이라는 주제에 관해 ‘중소기업이 살아야한다’는 논지가 있다면, ‘저성장’과 ‘중소기업’ 두 가지 키워드를 검색하는 거예요. 그렇게 나온 관련 도서를 읽는 연습을 10개월 정도 지속했어요.” 


책은 신간 위주로 선택했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국내 환경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최근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신간의 내용을 참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다. 또한, 같은 주제로 3권 이상의 책을 쓴 저자의 책을 골랐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3권 이상의 책을 쓸 수 있을 정도라면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최 씨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글감을 확보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읽고 또 읽은 뒤에는 머릿속의 내용을 논술로 풀어냈다. 연습을 거듭하다 보니 한 번도 붙지 못했던 언론사 필기 전형의 합격률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언론고시를 준비한 지 2년이 채 안 돼 머니투데이에 최종 합격하는 기쁨도 누렸다. 게다가 수석 입사였다. 


“최종 합격자 중 점수가 가장 높았다고 하더라고요.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했죠. 당시 문제가 ‘선진국이 되기 위한 3가지 과제’였어요. 시험 전 읽었던 장하준 교수 책 내용을 인용했어요. 인기 도서라 읽은 사람이 많아 기시감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 사진 = 김기남 기자 


독서 후 손글씨로 쓴 발췌록, 수석 합격의 비결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최 씨는 좀 더 많은 언론사에 도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결국 1년 8개월간의 근무 후 퇴사를 결심하고 다시금 언론사 입사를 준비했다. 한창 글쓰기에 물이 오르던 때 합격을 해 자신감이 있었고, 기자 생활을 하며 데스크가 좋아하는 소재, 글쓰기가 무엇인지 감을 잡아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2012년 9월 퇴사한 최 씨는 이듬해 5월 조선일보에 합격했다. 입사 후 OT에서 만난 한 고위 간부는 그에게 “어떻게 공부했기에 필기시험 성적이 그렇게 좋은 거냐. 2등과 확연히 차이 나는 1등이다”라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뽑히는 글과 뽑히지 않는 글의 차이는 ‘글감’이더라고요. 일반 글쓰기는 문장력 좋은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시험으로의 글쓰기는 달라요. 통제된 환경 안에서 누가 땔감을 많이 가져가냐가 성패를 좌우하죠.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좋은 점수를 받은 비결인 것 같아요.” 


최 씨는 좋은 글감을 찾기 위한 최고의 비결은 독서고,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발췌록을 쓸 것을 추천했다. 책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부분의 내용을 5줄 정도로 간추려 나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것이다. 노트북 대신 손글씨로 발췌록을 적으며 한 번 더 정리하고 암기하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원하는 언론사에 최종 합격할 수 있던 노하우라 말했다.  



△ 최윤아 씨가 언론고시 준비 중에 쓴 발췌록의 일부


“이전에는 책을 많이 읽기만 했지 기록은 안 했어요. 하지만 시험을 보면서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죠. 기록해 둬야만 시험에서 생각 못 했던 주제가 나와도 그 내용을 떠올릴 수 있더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책의 내용이 뒤엉켜버려요. 여름옷, 가을옷, 겨울옷이 모두 섞여 있는 느낌이죠. 기록을 하고 나니 어떤 주제를 받았을 때 원하는 내용을 빨리 빼낼 수가 있더라고요.” 


출제 문제를 예상하던 점도 합격의 비결 중 하나다. 최 씨가 시험에 응시한 당시 조선일보 필기시험 문제는 ‘권력과 권위는 상호의존 관계인가, 상호배척 관계인가’에 대해 작성하는 것이었다. 


“시험을 보던 주에 조선일보 북 섹션 주제가 ‘권력’이었어요. 영화 ‘링컨’이 흥행을 하고 있던 때였고, 권력이라는 키워드의 책이 유행이었죠. 관련 주제가 출제 될 것이라 예상했고, 시험 이틀 전에 권력에 관한 글을 써보기도 했어요. 어느 정도 생각을 해봤던 키워드라 당황하지 않고 쓸 수 있던 것 같아요.” 


최 씨는 3년 반가량 기자 생활을 하고 지난 2016년 9월 퇴사했다. 기사 외에 다른 글을 쓰는 것에도 욕심이 나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일단 처음은 책을 쓰는 것부터 시작했다. 입사 준비를 하며 어렵게 얻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 7월 ‘뽑히는 글쓰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올겨울에는 에세이집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도 글을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요. 하지만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글은 스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저처럼 글재주가 없는 사람도 노력한다면 뽑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글감을 모은다면 전과 다른 글쓰기를 할 수 있을 거예요.”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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