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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의 곰인형과 방석,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조회수 : 10153


△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놓인 방석과 인형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최근 SNS상에서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이 화제가 됐다. 임산부 배려석에 놓인 작은 곰인형과 방석 때문이다.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임신 초기 배가 나오지 않은 임산부부터 만삭 임산부까지를 배려하고자 만든 좌석이다. 하지만 이곳에 일반 시민들이 먼저 앉아버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임산부 배려석 사진을 보면 좌석에 방석이 깔려있고, 그 위에 작은 곰인형이 앉아있다. 이곳에 앉으려면 곰인형을 안고 있어야한다. 임산부 배려석의 벽면에는 ‘제가 바로 임산부입니다’라는 말풍선을 붙여두었다. SNS에서의 반응은 뜨겁다. ‘임산부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다’, ‘효과가 좋다’ 등 긍정적 의견이 다수다. 



광운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영상학부 이종혁 교수 (사진=이승재 기자)

 

많은이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킨 이 아이디어의 주인공은 광운대 이종혁 교수다. 이 교수는 2012년부터 공공소통연구소를 만들어 ‘라우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공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임산부 배려석 관련 캠페인은 라우드 프로젝트에서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이들의 활동에 공감한 서울메트로 9호선이 해당 캠페인을 최근 정식으로 도입했다. 


Q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이 화제다 

1차로 했던 것이 테디베어 캠페인, 2차가 방석 캠페인이었다. 임산부 배려석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는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어떻게 우리 방식대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다. 테디베어 캠페인이 이슈가 되면서 9호선 등 서울시 관련 기관에서 우리의 활동 및 가치에 대해 인식하게 됐고, 같이 해보자고 연락이 와 우리가 시도했던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Q 많은 사람들이 캠페인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만약 광고홍보 전문가에게 같은 프로젝트를 맡겼다면 아마 더 화려하고 거창한 것을 만들었을 거다. 우리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쉽고 간결한 아이디어에서 시작하려했고, 사람들은 거기에 공감했다. SNS에 해당 캠페인이 확산된 사례를 보면 어마어마하다. 화려한 기법이나 기교, 스킬이 아니라 소통하는 나름의 철학이 통한 사례라 생각한다. 


△ 라우드 프로젝트에서 2015년부터 진행한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 (사진=공공소통연구소 블로그)



Q 캠페인이 화제가 되며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실효성이 언급됐다   

일부에서는 ‘그 자리를 왜 비워야하냐’고 묻는다. 따지고 보면 일부러 자리를 비워두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속하려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사회가 선진화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서로를 품고 배려하는 여유의 공간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선진화의 척도가 된다. 임산부 배려석은 매일같이 저출산을 사회적 문제로 제기하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우리가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배려, 여유의 상징이라 생각한다.  


Q 임산부 배려석 캠페인 외에도 100여개의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 중심에 있는 ‘라우드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Look over Our society, Upgrade Daily life(우리 사회에 관심을 갖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실천해 일상을 업그레이드하자)’의 약자다. 사회 곳곳의 문제를 발견하면 우리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한다. 물론 라우드 프로젝트 자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예산도 별로 없고, 학교 연구소에 불과하지 않나.(웃음) 딱딱한 학교 연구소가 아니라 창의적인 모습으로 재미있고 흥미로운 롤모델의 길을 가고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 



△ 스쿨존 양옆을 살펴요 프로젝트 (사진=공공소통연구소 블로그)



Q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2014년 초등학교 앞 스쿨존이 오가는 차량으로 인해 위험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앞 횡단보도에 주변을 살피라는 의미로 스티커를 부착했다. 우리끼리 실험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서울 창1동 동장이 인터넷에서 이것을 보고 설치 의사를 밝혔다. 기존의 버전을 좀 더 보완해 ‘양 옆을 살펴요’라는 문구의 스티커를 제작해 제공했다. 경기 남부 경찰청에서는 함께 키트를 제작하자고 제안했고, 기업에서도 관심을 갖고 후원을 하게 됐다. 작은 시민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이제는 경기도 전체 초등학교로 퍼지게 됐다. 이렇게 작지만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100여개가 넘는다. 


Q 프로젝트를 할 때 기관이나 정부에서 제안을 받고 시작하는 건 아닌가

아니다. 대부분이 스스로 문제 의식을 찾는 것부터 시작이다.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곧바로 캠페인에 돌입한다. 때문에 우리의 프로젝트에는 저항적 성격도 있는 듯하다. ‘이것이 문제다’라고 느끼는데, 행정적인 절차를 밟아가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벽에 가로막힐 때가 많다. 임산부 배려석의 테디베어도 기관의 협조를 받기 전에 우리끼리 먼저 시작해버린 것이다. 일단 시작하고, 사람들이 공감하며 프로젝트가 하나의 컨텐츠화되면 그때는 각 기관에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한다. 



△ 버스 대기줄로 보행이 불편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괄호 모양의 스티커를 부착했다. (사진=공공소통연구소 블로그)


△ 사물 존칭 바로잡기 프로젝트.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에서도 캠페인에 동참했다. 

(사진=공공소통연구소 블로그)



Q 대학 교수가 현장에서 직접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없던 모습이다 

내가 가르치는 PR, 홍보는 실용적인 학문이다. 나는 라우드 프로젝트가 수술실이라고 생각한다. 의대는 교수가 현업에서 환자를 만나고 수술을 집도하면서 현장을 지켜야만 학생들을 진정한 전문가로 키울 수 있다. PR도 마찬가지다. 내 손으로 캠페인을 만지고, 현장에서 경험을 하며 감각을 익혀야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성장 가능한 인재들을 키울 수 있다. 실용 학문을 전공하는 교수가 연구실에만 갇혀 강의노트에만 의존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라우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타학교 학생 중에도 함께 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 연남동에 위치한 이종혁 교수의 소통 공방 (사진=이승재 기자)



Q 학생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 같다 

학생들을 당장 회사에 취업시키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가게 될 분야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대기업 홍보실에서 근무를 시작해 벤처기업 홍보 총괄, 홍보대행사 연구소 운영, 에이전시 운영, 교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계속해서 직(職)은 달라졌지만 25년간 ‘PR’이라는 업(業)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지금도 계속해서 학생들과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자가발전하고 있다. 이렇게 끊임없이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교수로서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이종혁 교수 (사진=이승재 기자)



Q 대학생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도 대학생 공모전에 출품하지 말라고 한다. 왜 남이 만든 의제 속에서만 생각하려하냐는 거다. 순수하게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공감하고, 문제 해결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기소개서에 공모전 수상 경력을 쓰는 것보다 지하철 테디베어 프로젝트를 본인이 직접 진행했다고 쓰는 것이 훨씬 의미있지 않겠나.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배운 뒤에 움직이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야한다. 기자가 되고 싶다면 당장 블로그에 직접 기사를 써보고, 시민기자로 활동도 해보면 된다. 겁내고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패했을 때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두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들은 시도조차 안 해 본 사람들이다.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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