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물

컴퓨터에 빠진 문제아, VR로 세계를 사로잡다...세종대 ‘나인브이알’ 이재환 대표 조회수 : 4048

[대학생 스타트업 탐방] 


이재환 ‘나인브이알’ 대표(세종대 13학번 )

컴퓨터에 빠진 문제아, VR로 전 세계를 사로잡다


[캠퍼스 잡앤조이=이도희 기자] 인생의 절반을 ‘프로그래밍’에 투자했던 이재환(23) 나인브이알 대표는 마침내 VR 프로그래밍으로 날아올랐다. 그는 인터뷰 말미,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어쨌든 제 인생에 취업은 없습니다.”


 


이재환 대표

1994년생 

2013년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 입학

2015년 10월 ‘나인브이알’ 법인 설립


허구한 날 컴퓨터만 하던 문제아. 고3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다 친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때 이재환 나인브이알 대표는 스마트폰 테마 제작 앱 ‘테마에디터’를 만들고 있었다. 2010년, 그의 친구들이 이제 막 하나둘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 즈음, 그의 작품을 유심히 지켜보던 인기 애플리케이션 ‘폰꾸미기 어플천국’ 운영 업체 브레인펍의 송민규 대표가 그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그 뒤 이재환 대표의 테마에디터는 폰꾸미기 어플천국에 탑재됐고,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 실전 프로그래밍에 뛰어들었다.  


수능 공부와는 담을 쌓았지만, 프로그래밍 실력 덕에 입학 사정관제로 세종대 디지털콘텐츠학과(현 소프트웨어학과)에 합격한 이 대표는 입학과 동시에 매일같이 동기들을 붙잡고 ‘조만간 회사를 차릴 테니 함께하자’고 말하고 다녔다. 송 대표와의 오랜 교류로 그에게 창업은 너무나 당연한 미래였다. 그리고 3년 뒤 이 4명의 친구들은 모두 ‘나인브이알(Nine VR)’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세계최초 VR 올인원 플랫폼 ‘나인브이알’… 17만 유저 확보


‘나인브이알’은 가상현실(VR) 콘텐츠와 플랫폼을 동시에 제공하는 회사다. 올 6월 말 정식 출시예정인 나인브이알의 1호 애플리케이션 ‘VR월드’안에서 콘텐츠 다운로드는 물론 제작까지 가능하다. 자체 개발한 전용 저작도구 덕이다. 게다가 작품을 iOS, 안드로이드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얼핏 들어서는 쉬운 듯 하지만 운영체제 간의 교류를 원천 봉쇄하는 앱스토어의 특성상, 아직 시중에 없는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기술의 희소성을 인정받아, VR월드는 베타테스트 단계에서부터 무려 17만 명의 이용자를 끌어 모았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인도, 홍콩, 중국 등 해외 이용자 비중이 높다는 것. 이 때문에 나인브이알에는 현재 해외사업을 담당할 ‘영어 능통자’도 근무 중이다.  



나인브이알의 ‘VR월드’를 통해 체험해볼 수 있는 VR 서비스.


이재환 대표의 프로그래밍 사랑은 초등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확히 말해 ‘컴퓨터 영상제작’에 미쳐있던 그는 고3, 당시 스마트폰이 갓 번져나가던 때에 독학으로 직접 휴대폰 테마 에디터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당시 유명 ‘테마 에디터’인 ‘폰꾸미기 어플천국’의 송민규 대표와도 연이 닿아 함께 프로그래밍을 연구했다. 송민규 대표와의 인연은 현재까지 7년째 이어지고 있다. 송 대표는 나인브이알의 1대 투자자로 2천만 원의 시드머니를 선뜻 내놓았다. 


대학 입학 때부터 ‘창업’이라는 외길만 생각했다는 이재환 대표가 나인브이알을 설립한 건 3학년 2학기, 만 21세 때의 일이다. 바로 이듬해 휴학계를 냈는데 그 뒤로 회사가 계속 바빠지면서 ‘쭉’ 휴학생 상태다. 하필 VR을 창업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했다.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트렌드가 바로 VR이라고 확신해요. 최근 국내외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죠. 하지만 확산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아서 현재는 제가 직접 시장 형성에도 힘쓰고 있어요.” 



대학 축제 현장을 나인브이알의 기술을 통해 VR로 생중계한 화면.


하지만 아이템의 낮은 인지도는 종종 그의 발목을 잡았다. 제대로 VR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VR의 개념을 설명하는 것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자연히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수 없었고 초기에는 임시방편으로 외주업무로 근근이 버텨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매일같이 밤을 새가며 일해도 마감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22세의 이재환 대표는 책임자라는 이유로 갖은 쓴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좋은 경험이었어요. 덕분에 많이 단단해졌죠. 그 뒤로 오히려 자신감이 붙고 더욱 당당하게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됐어요.”





억대 사업 수주하는 어엿한 중소기업으로 성장 


대부분 대학생 스타트업의 주요수익은 정부기관 등이 주최하는 공모전 상금이다. 하지만 나인브이알은 조금 다르다. 올 초, 이 회사는 무려 5억 원짜리 사업을 수주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VR 산업 중소기업 제작지원’ 사업으로, 태건에듀와 합작해 VR 역사콘텐츠 <설민석과 함께하는 VR 역사탐방 ‘궁궐은 살아있다’>를 생산하게 됐다. 태건에듀는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 씨가 설립한 역사교육업체다. 


“지난해 여름, ‘VR 역사교육’이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작정 태건에듀에 제안 글을 남겼어요. 한 달 뒤, 태건에듀로부터 ‘역사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공감한다는 긍정적 회신이 왔고 설민석 선생님을 직접 만나 함께 의견을 구체화 했어요.”


이 밖에도 나인브이알은 대기업이나 정부기관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그만큼 직원들의 업무량은 더 많아졌다. 일 년의 절반은 밤을 샐 정도. 하지만 주변의 도움 덕에 물리적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





“현재 교내 융합창업기업가센터에 무료로 입주해있는 데다 매 학기, 시제품 제작비 500만원을 받습니다. 특히 세종대가 지난해 정부지원으로 ‘모바일 가상현실센터’를 개소하면서 장비 지원도 받고 있죠. 무엇보다 수시로 담당 교수님과 소통하는데 가끔 교수님이 기업 관계자와의 미팅에도 불러 주셔서 제 나이에 하지 못할 값진 경험을 하고 있어요.”


현재 이재환 대표는 후배들의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세종대와 함께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다양한 학교 학생이 자발적으로 만든 연합 VR 동아리 ‘유니브이알’을 통해서다. 6월 말, VR월드를 출시한 뒤에는 당분간 콘텐츠 생산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여기에는 유니브이알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대학생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플랫폼을 채우고 수익은 100% 학생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앞서 해외 사용자의 뜨거운 반응을 읽은 나인브이알은 현재 해외법인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부 인력을 이 법인에 투입해 현지 콘텐츠 유통을 맡길 계획.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 나이에요. 어려서 미숙할 거란 선입견이 빨리 없어졌으면 해요. 창업이라는 선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대학생 창업을 위해서는 학점 지원이 필수예요.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창업 학점 대체제 등 제도적 도움으로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도희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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