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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덕후의 취업 TIP] ②‘여행에 미치다’ 페이지 운영자 조준기 “여행 공부하려고 만든 페이지,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죠” 조회수 : 10846

[여행 덕후의 취업 TIP] 

②‘여행에 미치다’ 페이지 운영자 조준기 

“여행 공부하려고 만든 페이지,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했죠”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지루한 현재를 뒤로 한 채 훌쩍 떠나는 여행은 설렘과 긴장감으로 많은 이의 가슴을 뛰게 한다. 

좋아하는 여행을 실컷 즐기며 돈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기 그런 사람이 있다. 

여행이라는 취미를 ‘업’으로 연결한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여행 페이지 ‘여행에 미치다’. 2014년 조준기(28, 숭실대 무역 4) 씨가 만든 이 페이지는 현재 114만 ‘좋아요’를 기록하며 여행 마니아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홍콩 야경에 빠져 무역학과 진학


고등학교 재학 중 잡지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홍콩 야경 사진을 보게 된 조준기 씨. 국내여행 한 번 제대로 해본 적 없던 그는 화려한 홍콩의 야경을 보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그때부터 그는 ‘어떻게 하면 저 야경을 직접 보며 살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무역학과에 진학하면 된다’는 밑도 끝도 없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고집스럽게 ‘무역학과’만 골라 지원했고, 결국 숭실대 무역학과에 입학하는데 성공했다. 


무역학과에 입학한 꿍꿍이(?)가 현실이 된 것은 21살이 돼서다. 그는 무역경진대회를 통해 21살 겨울, 싱가포르로 생애 첫 해외여행을 떠나게 됐다. 


“한국에서 10만원어치 아이템을 사가지고 가서 현지에서 파는 프로젝트였어요. 저희 팀은 꼴찌를 해서 그냥 놀다가 왔죠. 생애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이렇게 다른 세상이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이후 여행에 흥미를 갖게 된 그는 친구들과 18일간의 자전거 전국일주를 떠났고, 전역 후에는 다양한 대학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탈리아, 홍콩, 미국 등을 다녀왔다. 또한 대외활동 우수자로 선발돼 캐나다의 코트라 인턴십 3개월 기회도 얻었다. 

 

여행 공부 위해 만든 페이지가 대박날 줄이야


여행을 하고, 해외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그는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극을 받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여유롭게 즐기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조 씨는 막연히 ‘취업을 해야지’라는 생각만 가지고 스펙 쌓고, 자격증을 따고, 영어 공부하기에 바빴는데 그 길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 '여행에 미치다'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 


“인턴십을 마치고 복학해 도서관에서 여느 때처럼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득 ‘내가 왜 이 자격증을 따야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여행’이었어요. 하지만 여행 전문가도 아니고, 여행을 업으로 삼으려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여행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거예요.” 


2014년 3월, 도서관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는 3시간 만에 뚝딱 페이지를 만들었다. 일단 스스로 여행에 대해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루에 하나씩 페이지에 여행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에서는 여행 컨텐츠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페이지가 전무했기 때문에 금세 많은 사람들이 페이지를 찾아와 ‘좋아요’를 눌렀다. 조 씨는 주로 잡지 기사나 정보 등을 각색해 정리하거나, 좋은 여행지를 소개하는 형태의 컨텐츠를 제작했다. 


                     △ '여행에 미치다'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


“2014년 11월에 세계여행자 이야기를 소개하면서부터 페이지가 급성장했어요. 350만원으로 세계일주를 하고 온 21살 여성 여행자의 이야기였죠. 350만명이 그 컨텐츠를 보게 됐고, 페이스북 ‘좋아요’ 숫자가 7만에서 14만으로 두배 늘었어요. 일방적으로 여행 정보만 소비하던 사람들이 ‘나도 저런 이야기를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고, 이후 많은 분들이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전해주셨죠. 그래서 여행자 비공개 그룹을 만들어 그곳에 자신의 여행 이야기, 여행 컨텐츠를 올릴 수 있는 장을 만들었어요. 저희는 그 안에서 양질의 컨텐츠를 선별해 공개된 페이지에 소개하고요.” 


돈 생각했다면 못했을 일, 장기적인 비전을 보라  


‘좋아요’ 숫자가 늘어가며 페이지의 규모가 커지자 생각지 못한 수익도 생겼다. 페이지를 만들고 1년 정도 지나가 광고가 붙었고, 기업, 관광청 등이 협업 제의를 해온 것이다. 결국 취미로 만들었던 페이지의 덩치가 커지며 그는 올해 3월 ‘트래블홀릭’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 조준기 대표. 보스니아 모스타르의 올드브릿지 여행 중 찍은 사진이다. 


현재 트래블홀릭은 그를 포함해 5명이 운영하고 있으며, 페이스북 외에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여행에 미치다’ 컨텐츠를 제작, 유통하고 있다. 직접 여행을 떠나 다양한 컨텐츠를 발굴하기도 하고, 각종 여행 정보를 가공해 전달하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여미스쿨’,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도 기획해 운영한다. 스튜디오, 강연장으로도 활용 가능한 ‘여행에 미치다’만의 문화 공간을 만들 계획도 있다.  


△ 트래블홀릭에서 진행한 여행 콘텐츠 크리에이터 파티


“처음에는 단순히 여행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죠. 그래서 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힘든 줄 모르고 할 수 있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도 시간 내 페이지를 운영했고, 4개월간 세계여행을 다니면서도 저녁 시간은 오롯이 페이지 운영에 할애했죠. 아마 돈을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금방 지쳤을 거예요. 여행을 ‘업’으로 삼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단기적인 목표를 찾기 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 여행 덕후가 알려드립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지금까지 34개국 정도를 여행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곳을 꼽는다면 이스라엘, 에티오피아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곳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몰랐던 세상이었다. 


Q. 여행의 묘미는?  

여행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나는 여행을 좋아했다기보다 알지 못했던 것을 알아가는 쾌감이 컸던 것 같다. 어릴 적 수원에 살았는데 수원역에 가면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 두려웠다. 하지만 동남아 여행을 다녀와 보니 그들도 우리와 다를게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의 삶이란 게 상대적이구나를 느낀거다. 세상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글 박해나 기자 phn0905@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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