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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윤태호 작가 “아이디어는 미뤄둘 줄도 알아야 한다” 조회수 : 10550

“인터뷰 때 꼭 듣는 질문이 있어요.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느냐는 건데 팁이 있다면 이야기 초반에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 사전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거예요. 독자는 호기심이 있어야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데 호기심은 이야기의 맥락을 알아야 생기거든요.”


‘내부자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특강이 29일 세종대 집현관에서 열렸다. 윤 작가는 현재 세종대 교수 및 세종사이버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실습 특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윤 작가는 특강에서 만화작가에게 필요한 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이 요소는 크게 ‘완성의 경험과 나에 대한 물음’ 두 가지였다.




29일, 세종대 집현관에서 '내부자들'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의 강의가 열렸다. 사진=세종사이버대학교 제공



완성의 경험을 찾는 법… 좋은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완성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속도와 분량, 신체리듬 등 물리적인 환경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히 연재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가 습관화 돼야 한다는 게 윤 작가의 설명이다.


만화의 핵심은 스토리와 그림이다. 윤 작가는 스토리를 구성하는 노하우도 전했다. 그는 우선 학생 시절 떠올랐던 아이디어를 데뷔작으로 바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했다. 윤 작가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스토리는 그가 고등학생일 때 한강을 지나다가 생각해낸 것인데 봉준호 감독은 이것을 데뷔가 아닌 가장 활동을 활발히 할 때 비로소 꺼냈다”고 설명했다.


1) 즉, 좋은 아이디어는 서투른 데뷔시절이 아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있을 때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미뤄둘 줄 알아야 한다. 첫 스토리로는 하고 싶은 게 아닌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 ‘익숙한 데 다른 것’이라는 개념도 설명했다. 윤 작가는 “‘렛미인’이라는 영화는 ‘늙지 않는다’ ‘피를 마신다’와 같은 뱀파이어의 보편적 특성을 활용해 심리적인 장벽을 낮춘 뒤 그 안에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작품”며 “내 능력으로 할 수 있으면서 나라는 사람의 특성이 들어간 이야기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3) 스토리를 짜기 위해서는 ‘이야기 맵’도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시작과 결말을 우선 짜야 하는데 이 결말은 단순히 ‘주인공이 죽는다’가 아니라 ‘어떤 죽음을 맞는지, 문제를 해결하고 죽게 되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이야기 맵을 일관성 있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징검다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스토리 중간 독자의 반응이나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이야기가 중간에 새는 경우가 많은데 중간에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으면 기존 틀로 돌아오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이맥스는 사소한 곳일수록 독자의 감정이 극대화된다는 것이 그의 노하우다. 대중이 접하는 곳일수록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4) 연재만화가 많은 국내 만화업계 특성상 분량을 조절하는 법도 설명했다. 분량을 짜는 것도 습관화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2페이지로 간략히 시작하는 게 좋은데 이 안에서도 시작과 결말을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10페이지로 늘려 연재근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분량과 속도는 정말 중요합니다. 나에게 맞는 분량과 속도를 알아야 작품을 완성할 수 있죠. 미생 원고가 거의 300페이지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200페이지 원고를 그리는 중입니다. 이때 신체리듬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기획-제작-보상’ 순인데 제작 직전 완전히 힘을 쏟은 뒤 마지막에 1박2일쯤 여행을 떠나는 거예요. 그러면 내 몸은 제작 끝의 지옥이 아닌 휴식을 기억하게 되죠.”


5) 윤 작가는 스토리를 짤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한 작품은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작가를 온전히 담아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래서 그는 문하생 시절 소설가나 선배들의 연표를 정리하는 것을 즐겼다.


“작가의 책을 데뷔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양한 내용을 쓴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계속 변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즉 모든 창작물은 자기 이야기를 담고 있죠. 나를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계속 떠올리며 기억을 재조립하고 다른 관점에서도 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역시 계속 ‘자기’를 공부했다. 그 방법으로 관상, 족상에 심지어 점성술까지 활용했다. 그렇게 답을 찾은 결과 탄생한 게 바로 ‘이끼’다.


“나에 대해 모르면 할 말이 없습니다. 무언가에 부당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다면 그 그림에는 트릭만 들어갈 뿐입니다. 창작자들 대부분은 교양이 부족합니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느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시간이 부족하죠. 하지만 내 작품을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에게도 보여줘야 합니다. 물론 공부가 선행돼야 하지만 모자라다면 모자란 대로 솔직히 고백해야 합니다.” 


“원고는 스토리작성-데셍-마무리와 같은 일정이 있습니다. 이전 단계가 막히면 이후 일정이 전부 줄어들죠. 창작은 결단이 필요합니다. 스토리를 더 붙잡고 싶어도 끊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어느 부분에 약한지 알게 되고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연습을 해야 합니다. 즉 연습의 신이 돼야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과의 일문일답>


Q. 배경은 어떻게 제작하시나요?

지금 화실에 문하생이 4명 있다. 미생2와 <파인>을 동시에 작업했는데 최근 <파인>이 끝나면서 모든 문하생이 미생2 배경 작업에 매달렸다. 


다행히 시즌1에 찍어둔 배경을 많이 활용했고 나머지는 직접 찍어와서 포토샵에서 만화적으로 변환해 작업했다. 


Q. 재미있는 결말을 내는 노하우가 있나요?

서스펜스를 위해서는 독자가 위험을 알고 있어야 한다. 주인공의 조급함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이야기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데 연재 초반에 주인공이 무엇을 하기 위해 등장한 사람인지를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성인들은 이야기가 납득되지 않으면 다음 회차를 보지 않는다. 내용을 알아야 호기심도 느낀다. 즉 주인공의 속을 감춰서는 안 된다.


Q. 창작자는 다른 매체를 보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작가님은 어떻게 하시나요?

연휴에 몰아본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봐서 기억은 잘 못한다. 대신 배울만한 사람을 만난다. 서로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나 스트레스도 풀고 부족한 부분도 채운다. 넓은 교양을 쌓는 것도 좋지만 깊은 우물형도 훌륭하다. 


Q. 연재 도중 결말을 정확히 예측한 댓글이 달린 경우도 있었나요?

그렇다. 그럴 땐 그냥 다른 댓글로 덮이기만을 바란다. 누군가 예측했다고 해서 스토리를 바꿀 필요는 없다. 미생 때도 한 독자가 자신의 과거 댓글을 이야기하며 결말을 예측했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독자에게 즐거움을 줬다고 생각한다. 


Q. 캐릭터를 짜임새있게 구성하는 방법이 있나요?

캐릭터의 경계를 확실히 만들어 놓아야 한다. 말투나 성격 등을 사전에 확실히 정립해 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인물의 궤적이 필요하다. 그래서 등장인물의 연표를 즐겨 그린다.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주위에서 충분히 볼 수 있는 사람 같아서 한결 와닿는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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