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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인문학] ① 인터스텔라와 왕건 조회수 : 7383

(1) 인터스텔라에서 왕건 찾기


이제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선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2014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삼성 현대차 LG SK 4대그룹 모두 인적성검사에서 역사 등 인문학을 묻는다. 심지어 국민 하나 우리 등 시중은행은 자소서부터 면접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인문역량을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서의 인문학은 단순히 역사나 책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대중문화와 시사이슈까지도 포괄한다. 최근 트렌드는 여기에 회사 사업아이템까지 세 가지를 한꺼번에 고르게 섞는 것. 예시를 들어보겠다. 


‘세계의 역사적 사건 중 가장 아쉬웠던 결정과 자신이라면 어떻게 바꿀지 기술하라’ 

- 현대자동차 2013년 하반기 HMAT 역사에세이 기출 -


‘단기간 성장한 몽골·로마제국의 성장 요인과 이를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

- 현대자동차 2014년 하반기 HMAT 역사에세이 기출 -


‘황진이, 최종병기 활, 왕의남자, 관상 등 CJ E&M이 배급한 영화 중 시대적 배경이 명량 이후인 것을 골라라’

- CJ그룹 2014년 하반기 테스트전형(CAT) 기출 -


현대자동차를 제외하면 모두 객관식으로 묻긴 했지만 문제 형태는 언제든 변할 수 있다. 확실한 건 인적성검사에서의 이런 인문학 우대현상이 일시적인 것만은 아닐 거라는 사실이다. 


면접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대중화돼 있는 시사이슈 면접에 이어 GS리테일처럼 아예 한국사 면접을 별도로 실시하는 곳도 생겼다. 물론 정말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다. 역사와 시사이슈, 회사 내부의 문제 3개를 적절히 접목시켜 해결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이젠 영화를 영화로만 봐서는 안 된다. 책꽂이 구석에 ‘짱 박힌’ 국사책도 꺼내야 한다. 전부 인적성 문제고 면접 소재다. 학창시절 누드교과서를 계기로 지금까지도 역사를 ‘아끼고’ 있는 기자가 앞으로 2주간의 시사이슈를 입사 대비용 ‘생각해볼 문제’와 함께 정리한다. 전국의 취업준비생들은 인적성, 면접 대비용으로 쏙쏙 뽑아가길.


# 첫 회의 시사이슈 ‘인터스텔라’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으로 왕건이 출연한다면...(그림ㅣ이도희 기자)


인터스텔라의 인기가 거세다.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윔홀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기반으로 한 SF영화 인터스텔라는 개봉 일주일이 조금 넘은 11월 중순에 들어서면서 300만의 관객을 끌어안았다. 


이 영화는 이미 개봉 전부터 예매율 80%를 기록했다. 인기에 힘입은 암표도 등장해 아이맥스를 독점 운영하는 CGV가 예매티켓 재판매 행위를 제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 국민을 사로잡은 인터스텔라는 지구에 불어 닥친 세계적인 식량 부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을 찾아 나선다는 얘기다. 이 탐험 과정에서 주인공 쿠퍼를 비롯한 우주인들은 수차례의 위험에 부딪히지만 인간애를 바탕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 후삼국 부패의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왕건


통일신라시대 말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중앙에선 귀족들이 왕위를 놓고 다퉜고 지방에선 호족들이 힘을 키워 왕실에 대적했다. 이에 진골 출신으로 당시 큰 세력을 떨치고 있던 궁예는 후고구려를 세우고 스스로 왕위에 올라선다. 


그러나 곧 권력에 눈이 먼 그는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명분을 접고 스스로를 신라 왕실의 후예라 칭하면서 점점 폭군으로 변해간다. 이를 종식시킨 게 왕건이다. 궁예 휘하의 장군이었던 그는 918년 궁예를 몰아내고 고려의 왕이 된다. 고려를 세우기까지의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갖기 위해 일부러 궁예와 손을 잡았다. 


그의 밑에 들어간 후에는 후백제를 격파하는 등 수차례의 전쟁에 참여했다. 그럼에도 또 궁예의 폭정에 숙청위기를 겪기도 했다. 


왕이 된 후에는 또 후백제와 신라를 통일하고 지방의 호족까지 포용했다. 정세가 안정화 되자 이번에는 안으로 눈을 돌려 왕권 강화를 위해 불교를 적극 도입하고 흑창*을 설치해 빈민을 구제했다.


* 흑창(黑倉) : 곡식을 빌려줬다가 추수기에 상환하도록 하는 기관으로 왕건이 고구려의 진대법을 본떠 만든 곳이다.


# 입사대비용) 위기를 극복하는 법, 인간愛


인터스텔라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현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는 주인공 쿠퍼의 도전정신이 첫 번째라면 여기에 주인공이 총대를 멘 것이 가족 나아가 90억 인류를 위해서였다는 것이 두 번째다.


고려를 세운 왕건도 마찬가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애민정신의 가르침을 받고 자란 왕건은 후삼국에 이어 궁예의 부패를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수많은 위기를 딛고 고려를 세웠고 건국 후에도 올바른 통치를 위해 애썼다.


궁예는 CEO로는 성공했지만 지향점이 백성에 있지는 않았다. 반면 왕건은 호족을 포용하고 불교를 숭상하는 등 왕권강화 정책을 펼치면서도 백성을 위한 복지제도에도 힘을 기울였다. 궁예와 왕건은 같은 CEO였지만 여기에서 승부가 난 것이다. 


이러한 인간애는 두 인물이 순간순간 닥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됐다. 쿠퍼는 지구에서보다 몇 배는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중력과 혈투를 벌이면서도 가족과 인류를 생각했다. 왕건 역시 죽음의 위기에서 백성을 떠올렸다.


이도희 기자(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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