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8 스토리

[1618] 외고 권유 뿌리치고 덕수고 선택… “금융권 취업의 지름길 됐죠.” 조회수 : 22578



[하이틴잡앤조이 1618=김인희 기자] 상업 계열 특성화고인 덕수고를 졸업한 주창범(사진,25)씨는 여러 과목 중 필수과목이었던 회계 원리에 특히 흥미를 가졌다. 이를 계기로 재무제표 분석 등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작업에 매력을 느껴 공인회계사의 꿈을 키워갔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회계사가 되기 위해서는 은행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야한다고 생각해 선 취업이 가능한 특성화고로 진로를 정했다. 

덕수고 재학 중 선배들이 KDB산업은행에 합격한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 특히 기업채무조정‧구조조정을 맡고 있는 국책은행이란 점에 설렜다. 산업은행만을 목표로 취업준비에 열중한 그는 2013년 1월 당당히 합격했다. 올해로 직장생활 6년차에 접어든 주 씨의 취업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2013년 1월 KDB산업은행 본점 소매여신부 입사

2013년 2월 덕수고등학교 디지털경영학과 졸업


현재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소문 지점에서 대출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여의도 본사에 입사해 대출 신청 고객들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를 하는 일을 맡았어요. 지금은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고 있어요. 대출 신청 단계부터 지급이 완료되는 단계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성화고는 어떻게 진학하게 됐나요.

학과 성적인 상승세여서 담임선생님이 외고를 추천했어요. 중학교 3년 간 영어를 비롯해 전체 성적이 꾸준히 올랐고 특히 3학년 때는 전교 10등 안에 들었기 때문이죠. 

외고에 가게 되면 학생들끼리 치열한 내신경쟁을 치른다는 얘기를 들어서 자신도 없고 진학을 원치 않았어요. 

이후 담임선생님은 당시 한창 각광받고 있던 특성화고를 추천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분명한 진로를 찾고 싶었기 때문에 특성화고에 대해 조사했고, 거주지와 경쟁률을 고려해 덕수고를 택했어요. 다른 특성화고와 달리 내실 있고 학업 분위기가 좋다는 평판을 듣고 결정했죠.  


대학이 아닌 취업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선배 2명이 KDB산업은행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졌어요. 은행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갔어요. 국내 대표 정책 금융기관으로서 기업 구조조정, 중소기업 및 청년창업 지원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더라고요. 

대학교 진학과 취업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했어요. 무엇보다 집안 사정상 등록금을 직접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취업을 선택했죠. 다행히도 KDB산업은행에서는 고졸 직원들이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 활용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취업을 먼저 한 것이 정말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일반 대학생들처럼 평범한 스무 살이 아니다 보니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대학생활을 즐기는 친구들이 부러웠죠. 사회에 처음 발걸음을 내디여 상사의 눈치를 보고 새로운 조직 생활에 부담감을 가진 시기였으니까요. 

부러움은 잠깐 뿐이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심적으로 힘들었던 이유는 제 자신을 틀에 가뒀기 때문이었어요. 이제는 마음에 여유를 갖게 됐어요. 퇴근 후 학업도 병행하고 지인들과 저녁시간도 즐기고 있어요.


일을 배우는 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입사 초반 업무의 양이 많은 시기에 같은 실수를 반복해 선배한테 많이 혼났어요. 좌절하지 않고 일을 더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했어요. 현재 업무상 힘든 부분은 없습니다.


취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한데요.

채용 과정은 서류평가>필기시험‧논술>면접 순으로 진행됐어요. KDB산업은행의 지원 자격은 내신 5% 이내였는데, 내신 성적 평균이 9%를 기록해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다만 자기소개서에 자격증, 교내 활동 내용을 성실히 써낸 결과 서류평가에 통과했죠. 

합격자 발표 후 알아보니 내신 성적은 합격을 가르는 기준이 아니었어요. 다른 지원자들은 내신이 5% 이내였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하지 못했죠. 출결관리, 자격증, 교내 활동 등에서 차이가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필기시험과 논술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필기시험은 수능시험의 직업탐구 영역의 출제 수준과 비슷해요. 시험과목은 상업경제, 금융일반, 회계원리 등 총 3과목 입니다. 수능시험의 직업탐구영역을 준비한 경험이 있다면 필기시험은 크게 어렵지 않아요. 

논술에서는 당시 사회 이슈로 떠오른 ‘네이트‧싸이월드 해킹사건’이 문제로 나왔어요. 지원자가 싸이월드 측의 입장이라면 어떤 대책을 제시할 지 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였다면 회사 측에 어떤 보상을 요구할 지에 대해 쓰는 것이었죠.


취업을 위해 고등학교 때 무엇을 준비했나요.

▲무역영어 ▲전산회계 ▲포토샵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취득했어요. 고등학교에서 수업과목만 제대로 들었다면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이에요. 특성화고 학생들은 자격증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학습 진도가 끝나고 나면 곧바로 자격증 시험에 응시해요. 이 외에 개별적으로 준비해 취득한 것은 펀드 투자 상담사 자격증입니다.


덕수고는 어떤 학교이고 학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덕수고는 학생들에게 상업‧회계 계열을 중심으로 실무 내용을 가르칩니다. 공기업‧금융 부문에서 인재를 5000명 넘게 배출했어요. 실제로 사회에 나와 보니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동문들이 많았어요. 서로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든든했죠.

장점은 일반고와 특성화고를 함께 운영한다는 점이에요. 보통 특성화고에서는 취업이 우선이 되다보니 국‧영‧수 등 주요 과목 수업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어요. 덕수고에서는 일반고 선생님들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주요과목도 지도하고 있어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어요.


덕수고에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비보이’라는 춤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어요. 교내 축제에서 1등을 했고, 입학식‧졸업식 등 교내 행사에서 공연도 했어요. 직접 공연을 기획하면서 조원들의 역할을 배분했습니다. 

각자의 개성이 분명해서 역할을 나누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역할의 비중을 균등하게 짜는 것이 어려웠죠. 한 명만 부각되면 팀원 전체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 수 없잖아요. 그래서 팀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공연을 기획하는데 공들였어요. 동아리 활동은 저에게 더불어 성장하는 법 등 많은 것을 가르쳐준 경험이었어요.


특성화고에서 취업에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교내에 생긴 ‘잡카페’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어요. 잡카페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대일 상담을 진행합니다. 담당선생님은 신한은행에서 근무하다가 퇴사하신 분이었어요. 자기소개서부터 면접까지 전문적인 피드백을 받았죠. 산업은행 서류평가에 합격한 것은 잡카페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요.

생활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요. 다른 사기업에 재직 중인 친구와 비교했을 때 개인적인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 좋았어요. 회사 생활에 대한 만족도도 높습니다. 산업은행의 조직 문화가 서로 존댓말을 쓰며 존중하는 분위기고 조직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적어요.


사회에서 특성화고 출신 취업자들을 바라보는 시각과 현실이 어땠나요.

우리 회사의 경우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강해 부당하게 차별당한 적은 없어요. 다만 주변에서 고졸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은 사례를 들은 적은 많아요. 

모 금융권에서는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한 이후 경력을 쌓아 나이 어린 대졸 신입사원과 똑같이 5급 직원이 됐지만 고졸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결국 일을 그만뒀다고 들었어요. 그가 업무상 실수를 할 때 마다 직장 상사는 ‘고졸’이라는 말을 꺼냈다고 해요. 일을 그만둘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해요.


진로를 고민하는 중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특성화고를 택하는 것이 시간적‧경제적으로 효율적입니다. 실제로도 대졸자들보다 특성화고 졸업자들의 취업률이 더 높아요. 

대학에 진학해 시간을 투자한 사람보다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사회에 나왔을 때 대졸 신입 직원들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요.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다면 미래를 생각했을 때 특성화고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 취업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한다면 말이죠.


kih0837@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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